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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리뷰]

[리뷰] 요구르팅. 감각적인 무쌍 학원액션

by 구호기사 2008.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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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선 쫄딱 망했습니다. 하고싶어서 울고불고짜도 소용없습니다.
 
요구르팅은 2005년 최고의 기대작으로 손꼽히던 온라인 게임으로, 카툰랜더링으로 표현된 일본 애니메이션풍의 미소년, 미소녀 캐릭터와 학교라는 배경으로 캐주얼한 분위기를 강조한 학원액션 온라인 게임입니다. 카툰풍의 귀여운 캐릭터 디자인은 다른 캐주얼 온라인 게임들과 흡사하지만, 환타지 세계가 아닌 학교생활에 초점을 맞췄다는 독특한 설정 덕분에 어느정도 차별화는 성공한 것 같습니다. 게임 내의 모든 필드와 전장은 학교와 그 주변환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모든 유저는 학생으로 게임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런 컨셉과 귀여운 그래픽 덕분에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밝고 화사하며, 여성과 저연령층 유저들이 좋아할만한 분위기를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한때 게임TV에서 줄창 나온 뮤직비디오
 
제가 요구르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나름대로 유명한 홍보 뮤직비디오 덕분이었습니다.
게임 홍보용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상당한 퀄리티의 애니메이션과 보컬은 나름대로 강한 인상을 유저들에게 주는데 성공했습니다. 심지어, 요구르팅에 관심이 없는 유저들도, 뮤직비디오만큼은 괜찮게 평가하더군요. (...제작비를 뮤직비디오에 다 쏟아부었느냐는 혹평이 있다는 건 예외로 칩시다. ;;) 여튼, 집에 게임TV가 나오는 분이라면 질리게도 봤을 이 뮤직비디오는, 제작비가 얼마나 든 지는 모르겠지만 '게임홍보' 라는 본연의 역할은 충분히 한 것 같습니다.

대기실 화면
 
처음 개발 정보가 발표되었을땐, 리니X나 마X노기같은 넓은 필드가 존재하는 일반적인 온라인RPG를 연상했지만, 정작 나온 것은 디아블로와 흡사한 시스템이었습니다. 모든 유저들이 모일 수 있는 필드가 존재하지만, 모든 전투는 각각의 에피소드를 골라 방을 만든 뒤 참가자를 받아 시작하는 형식입니다. 모든 전투는 에피소드에서만 이루어지고, 필드에선 주로 대화나 거래, 퀘스트 수행때만 사용합니다. (일종의 온라인 게임 로비라고 볼 수 있겠죠.) PK나 몹스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게 장점이지만, 학교라는 협소한 공간적 배경과 제한적인 인원만 참여 가능한 에피소드 시스템은, 넓은 세계를 여행하면서 다양한 유저를 만나는 온라인 게임을 바라는 유저에겐 실망스러운 부분입니다.
 
에피소드를 클리어하거나 새학년으로 진급하면 새로운 에피소드가 생겨나며, 경험치나 아이템은 클리어 후에 정산해서 받게 됩니다. 퀘스트는 대부분 'XX 에피소드를 클리어해서, XX 아이템을 받아오라' 식의 구성이 많아, 단순하게 에피소드만 순차적으로 깨기보단, 퀘스트를 받고 에피소드를 클리어해 퀘스트 보상을 받는 식으로, 유저가 성취감을 가질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퀘스트가 같은 에피소드를 여러번 클리어 해야만 넘길 수 있기 때문에, 지루함을 느끼기 쉽다는게 치명적인 단점입니다. 제작진들이 아무리 에피소드를 아기자기하고 재미있게 꾸몄다고 자부한들, 똑같은 미션을 수십번 반복하면 쉽게 질리게 마련입니다.

너야말로 진정한 학교무쌍이로다!
 
요구르팅의 또 하나의 특징은 몹이 정말 많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특히 속도가 빠르고 공격성향이 강한 몹이 나오는 에피소드의 경우, 정말 정신없을 정도로 많은 몹들이 동시에 덥쳐옵니다. 유저의 공격은 범위 타격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번의 공격에 다수의 몹이 같이 타격을 입게 됩니다. 유저는 데미지나 공격범위가 모두 다른 4종류의 무기를 쓸 수 있으며, 공격이 누적되어 게이지가 쌓이면 그 게이지를 이용해 강력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개떼같이 몰려오는 몹들을 닥치는대로 학살하는 재미는, 코에이의 XX무쌍의 게임성을 연상하게 합니다.
 
문제는 요구르팅이 XX무쌍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시스템이 단순하다는 점입니다. 유저는 몹을 마우스 클릭해서 죽을때까지 '자동' 으로 떄릴 수 있으며, 스킬도 대부분 몹에게 강한 데미지를 주는 공격 스킬에 치중해 있습니다. 때문에 범위 넓고 데미지가 강한 스킬만 선호하게 되며, 버프나 디버프를 이용한 전략적인 전투나 팀웍을 맞춘 파티플레이 같은건 기대하기 힘든 게임이 되고 말았습니다. 여기에 액션성이라도 강하면 그나마 나았을텐데, 유저가 하는 일이라곤 몹을 클릭하고, 몹이 죽으면 다른 몹을 클릭하는게 다일 정도로 무료합니다. 물론 단순하다고 나쁜 게임은 아니지만, 요구르팅은 단순한 전투 속에 어떤 심오함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 치명적입니다. 코에이의 XX무쌍에서 쓸 수 있는 스킬이 ㅁㅁㅁㅁ 와 무쌍난무 밖에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인기를 누릴 수 있었을까요...
 
물론 제작진은 액션게임에 취약한 여성과 저연령층을 위해 일부러 단순하게 만든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구르팅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전투가 복잡한 마비X기 같은 게임도 여성과 저연령층 유저들이 많이 즐긴다는걸 생각해봤을까요...? 이들이 싫어하는 건 '복잡한 시스템' 그 자체가 아니라 '복잡한 시스템을 배우는 행위' 라 고 할 수 있습니다. 튜토리얼을 충실히 하고, 게임 내에서 시스템 하나하나를 차근차근 배울 수 있으며, 그 배우는 것 자체를 재미있게 구성한다면, 라이트 유저들도 손쉽게 적응할 수 있는 심오하고도 재미있는 전투 시스템도 불가능하진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요구르팅은 너무나도 단순하게 만든 전투 시스템 때문에, 게임에 적응만 하면 바로 지루해집니다.

소..손가락이 아파....
 
몹이 많이 나온다는 것은 양날의 검입니다.
요구르팅은 몹을 잡을때마다 경험치를 주는게 아니라, 에피소드를 클리어했을때 그 성적에 따라 정산해서 경험치를 주기 때문에, 솔로플레이보단 파티를 맺어 무조건 빨리 클리어하는게 이득입니다. 때문에 나오는 몹의 수나 강력함도 파티플레이에 맞춰 설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파티플레이에 전투 밸런스가 맞춰져 있다보니 혼자 한다고 해서 나오는 몹의 수가 줄어들거나 몹이 1/8로 약해지지 않습니다. 결국, 동시접속자 수가 적은 상태에선 솔로잉을 할 수 밖에 없고, 이는 손가락의 피로누적과 더불어 빠르게 게임에 질리는 요소가 됩니다.

특히, 시간제한이 있는 에피소드일때, 혼자 한다고 해서 시간을 넉넉히 주는게 아니라서 클리어 자체가 힘들어지고, 보스전이 있는 에피소드일 경우 목숨이 간당간당할 정도로 난이도가 급상승합니다. 물론 파티플레이 기준으로 구성된 에피소드이긴 합니다만, 유저수가 줄어들어 솔로잉이 늘어난 상황에선, 솔로와 파티 간의 밸런스를 맞추는게 필요하지 않을지...  파티원의 수에 따라 몹의 수나 강함을 적절히 조정하는 시스템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캐릭터 디자인은 볼만하지만...
 
요구르팅은 카툰랜더링을 쓴 터라 분위기가 화사하고 캐릭터가 귀엽습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는 인형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 이유는, 공격을 하든 공격을 받든, 언제나 포커페이스로 버티는 얼굴표정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몇몇 채팅메세지를 통해 얼굴 표정을 변하게 할 수 있는 매크로가 있긴 하지만, 그 수가 매우 적은데다, 일상적인 플레이에선 얼굴 표정이 바뀌지 않기 때문에, 너무 인형같아 보이는게 아닐지... 좀 더 다양한 얼굴표정을 등록해 캐릭터의 감정표현을 다양하게 했으면 좋지 않았을지...
 
음악의 경우 게임의 분위기에 맞춰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됩니다. 효과음도 나쁘진 않지만 몇몇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보입니다. 예를 들어, 뮤라라는 무기는 공격할때마다 음악소리가 나는 무기인데, 파티원 중에 서너명이 이 무기를 쓴다면 전투 할때 스피커를 꺼버리고 싶을 정도로 소리가 난잡해집니다. 또, 거리에 따라 들리는 소리에 음량차이가 없기 때문에, 효과음을 듣고 현재 위치에서 거리를 가늠하기가 난감합니다. 먼곳에 싸우는 파티원에게 다가가면, 먼거리에서 아무 소리도 안 들리다가 어느 위치부터 갑자기 큰 소리가 들리는 건 아무래도 어색하더군요.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볼듯한 디자인의 옷들이 많다.
 
우니라나 문화계에서 잊을만하면 등장하던 것이 바로 왜색논쟁이었습니다.
뭐 일본 대중문화 개방되고 나서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왜색논쟁은 어느정도 살아숨쉬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싫어하는 왜색논쟁을 왜 들먹이나면, 이 요구르팅이 왜색논쟁으로 상당한 몸살을 앓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작진은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옷도 넣고 중국옷도 넣었는데, 왜 일본옷만 문제가 되느냐...' 라고 말이죠. 하지만, 요구르팅은 처음부터 심상치가 않았습니다. '소월학원' 이란 명칭에서부터(우리나라는 학교를 '학원'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초반 에피소드부터 등장하는 일본이름을 가진 캐릭터와 기모노를 입은 캐릭터들은 한국 유저들에게 이질감을 주기 충분했습니다. 여기에, 요구르팅 오픈 얼마 후 부터 인터넷을 떠돌던 일본식 학교수영복 스샷은 요구르팅이 일빠겜으로 욕먹을 분위기를 조성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요구르팅이 일본에 진출한 다른 게임처럼, 한국과 일본의 개발을 달리해, 일본색을 철저하게 배제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제작진이 너무나 부주의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개발컨셉은 '한중일의 문화가 공존하는 패러랠월드' 정도로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유저 입장에선 게임 초반부터 한국적인 요소보다 일본적인 요소가 더욱 눈에 띄기 마련입니다. 한국에서 만들었고 기본적으로 한국유저에게 서비스하는 이상, 먼저 한국적인 면을 강조하고 거기에 다른국가의 문화를 양념적인 요소로 첨가했으면 어땠을지...

너무나도 어설픈 유료 아이템들
 
요구르팅은 부분유료화 상태 과금제를 선택했습니다.
플레이는 무료지만, 일부 아이템이나 기능을 캐쉬로 판매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판매하는 아이템은 적은 편으로, 주로 캐릭터를 꾸미는 옷이나 명찰, 무기 강화용 아이템 등입니다.

문제는 기본적인 게임 시스템으로 넣어야 할 것들을 캐쉬로 파는 행위가 상당히 거슬립니다. 비밀방을 만든다던가, 머리 위에 특정 메세지를 띄우기 위해서 캐쉬를 지불하고 특정 아이템을 구입해야 합니다. 문제는 이런 기능이 쓸만한 기능이긴 하지만 돈주고 할 정도로 절실한 기능은 절대 아니란 점입니다. 우선 비밀방은 요구르팅 유저 수가 너무 적어 굳이 비밀방을 안해도 유저가 잘 안들어오기 때문에 별로 쓸모가 없습니다. ;; 원하지 않는 유저가 들어오면 강퇴하면 그만이죠. 과연 구입해서 비밀방을 만드는 유저가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더 큰 문제는 머리 위에 메세지를 띄우는 기능 역시 캐쉬를 주고 사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기능은 여러가지로 쓰이지만 가장 많이 쓰이는 건 장사할 때죠. 만약 캐쉬질하긴 아깝고 지금 꼭 장사를 해야할 유저라면 어떻게 할까요? 바로 도배입니다. 더구나 요구르팅은 친절하게 채팅 매크로까지 지원하므로, 사람이 많은 광장에 가면 뭘 사고 판다는 도배 메세지 떄문에 대화가 불가능할 지경입니다. 이런 기능은 캐쉬 아이템이 아니라 기본적인 게임 시스템으로 넣어야 하는게 아닐지... 다른 유저들의 편의를 볼모로 캐쉬템을 팔려는 것 같아 보여 씁쓸합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건 바로 아바타 꾸미기용 캐쉬 옷들인데, 모든 옷들에 기간제한이 붙어 있습니다. 즉, 며칠에 한번씩 띄엄띄엄 플레이하는 유저라면 사지말라는 소리와 같죠. 캐쉬옷이 비싸더라도 한번 사면 영구적으로 지속되는 경우, 가끔씩 접속하는 유저라도 부담없이 구입할 수 있습니다만, 기간제한이 붙어있다면 가격이 싸더라도 구입하기가 꺼려지기 마련입니다. 덧붙여 요구르팅에선 방어구 개념이 희박해서 보통 옷을 입든 레어 옷을 입든 하등 영향이 없기 때문에, 튀는 디자인을 원하는게 아니라면 캐쉬옷이 거의 필요가 없습니다. 가격도 싸다고 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런 부분유료 아이템들로 제대로 된 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가 의문입니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이미 망한 겜
 
요구르팅은 2005년 가장 실망한 온라인게임에 당당히 1위로 입성했으며, 줄어드는 유저를 버티다 못해 결국 서비스 종료하고 말았습니다. 프리섭이나 해외섭은 살아있는지 모르겠지만, 오리지널 게임 자체는 더 이상 해 볼 방법이 없습니다.
 
시스템에 문제가 많다 하더라도 깔끔한 그래픽과 귀여운 캐릭터 디자인 등은 확실히 눈에 띄는 요소였기 때문에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전투 시스템은 대부분 뜯어 고쳐야 할만큼 문제가 많은 편이었지만, 그래픽 만큼은 몇년은 버틸 수 있을 정도로 괜찮은 수준이었는데 이렇게 사라지니 안타깝군요.

역시 게임은 그래픽보단 기본적인 게임성에 충실한 것이 더 중요한가 봅니다.
그리드형(광고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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