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트럭 시물레이터2(이하 유로 트럭2)는 SCS 소프트웨어에서 개발한 시물레이션 성향의 짐셔틀 드라이빙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트럭 오너가 되어, 의뢰를 받고 유럽 각지로 짐을 운송해주면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더 좋은 트럭을 사거나 트럭을 커스터마이징하는 것이 목적이며, 배송을 할수록 경험을 쌓아 더 다양한 화물을 운송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직접 배달하지 않아도 드라이버를 고용하여 운송 회사를 키우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 게임이 경영 시물레이션이 아닌 이유는 이러한 회사운영은 추가 수입을 위한 부차적인 컨텐츠이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트럭을 타고 유럽 각지를 경치 구경하면서 돌아다니는 것이 주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저예산인 인디 게임으로 개발되었는데, 국내에서도 입소문을 타면서 매니아들에게 은근히 인기를 끈 것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유저들의 평가는 극과 극인데 '도대체 왜 하는지 모르겠다' 라는 평과, '한번 잡으면 헤어날 수 없다' 라는 평으로 나누어집니다. 도대체 어떤 게임이길래 이렇게 평가가 나뉘어지는 걸까요?
자, 짐셔틀을 시작해볼까?
게임 내내 보게 될 운전석 시점
유로 트럭2의 게임 방식은 간단합니다.
운송 시장을 검색해서 화물을 선택합니다. 그다음 화물이 있는 곳으로 가서 트레일러를 연결한 뒤, 목적지에 배달합니다. 도착하면 스킬과 화물의 손상 여부, 도착 시간(주로 긴급배송일 경우)에 따라 경험치와 돈을 받게 되며, 경험치를 쌓아 레벨을 올리면 스킬을 배울 수 있고, 돈을 모으면 더 좋은 트럭을 사거나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으며, 새로운 드라이버를 고용하여 회사 규모를 확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운송할 다른 화물을 물색하여 이러한 운송을 반복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배송에 제한시간이 있긴 하지만, 긴급배송이 아닌 다음에야 제한시간이 매우 널널해서 휴게소에서 쉬어가면서 가도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더구나, 먼저 도착해야 하는 경쟁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특정 날짜가 지나면 게임오버가 되는 등의 시간제한에 쫓기는 것도 아닙니다. 플레이어는 경치를 구경하면서 정규속도를 지키면서 느긋하게 운전해도 큰 어려움 없이 진행할 수 있습니다.
운전을 하는 게임인데도 '레이싱 게임' 이란 태그가 붙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게임의 정체성을 알 수 있습니다.
배경이 되는 중부유럽 + 동유럽(DLC)
유럽 곳곳의 시골풍경을 보는 재미가 있다.
유로 트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 게임은 유럽 지방을 배경으로 다니게 됩니다. 독일, 영국, 오스트리아, 스위스, 룩셈부르크, 프랑스(일부), 북이탈리아(일부) 등이 그 배경이며, DLC로 헝가리, 폴란드 같은 동유럽도 추가되었습니다. 아쉽게도 스페인 같은 서유럽이나, 노르웨이, 스웨덴 같은 북유럽은 구현이 안되어 있지만, 현재로도 충분히 넓은 배경을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각국마다 특징이 있는 것도 재미있는 점인데, 독일은 고속도로 정비가 잘 되어 있고, 폴란드와 헝가리는 목가적인 풍경이 많으며, 스위스는 험준한 알프스 산맥을 통과해야 하고, 영국은 많은 유저를 좌절시키는 좌측통행(!)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렇게 배경이 넓은 만큼 운송 시간도 매우 길어, 장거리 배송의 경우 10시간을 훌쩍 넘기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물론 실시간으로 10시간 운전하면 어떤 하드게이머도 뻗어버릴 수 밖에 없을테니, 도시를 벗어나면 거리와 시간이 빠르게 흐르도록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장거리 배송 한번에 실시간으로 한두시간을 훌쩍 넘기게 되므로, 여타 다른 드라이빙 게임보다 훨씬 긴 플레잉 타임을 요구하게 됩니다.
그래도, 장거리 운전의 동반자 라디오 방송을 게임 내에서 지원하여, 실시간으로 유럽 각지의 라디오 방송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장거리 운전에도 지루함이 덜 느껴집니다. 심지어 유저가 직접 라디오 방송 주소를 추가하여 MBC나 SBS 같은 국내 방송도 들을 수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라디오 채널의 갯수가 100여개가 넘어 인터넷 회선만 좋다면 큰 어려움 없이 어떤 방송이든 실시간 청취가 가능한데, 이 라디오 방송이야말로 유로 트럭의 주력 컨텐츠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비중이 큽니다. 일분 일초를 다퉈야 하는 다른 레이싱 게임과 달리, 라디오에 흘러나오는 음악을 흥얼거리면서 느긋하게 운전하는 느낌이야말로 다른 레이싱 게임과 차별화되는 이 게임만의 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지정 폴더에 음악 파일을 넣어 원하는 음악을 게임 내에서 감상할 수도 있습니다.
좁은 도로에선 운전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어두워지면 전조등을 켜고, 비가오면 와이퍼를 켜고, 앞차가 끼어들면 하이빔을 켜는 것이 이 게임의 묘미
유로 트럭2의 운전난이도는 시물레이터란 이름이 붙은 것 치곤 쉬운 편입니다. 굳이 레이싱 휠 없이도, 아날로그 입력을 받는 게임 패드(주로 엑스박스 패드)만 있으면 큰 어려움 없이 컨트롤이 가능하고, 실제로 운전면허가 있다면 입력 키만 숙지하면 곧바로 실전을 뛸 수 있을 정도입니다. 운전 난이도가 낮은 이유는 경쟁 게임이 아니니 만큼,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속도로 운전이 가능하고, AI들도 가급적 도로교통법을 준수하면서 달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반 승용차가 아닌 대형 트럭을 운전한다는 점에서 다른 레이싱 게임과 차별점도 보입니다. 브레이크, 악셀레이터, 기어 변속 정도만 알면 문제없이 운전이 가능한 다른 레이싱 게임과 달리, 엔진 브레이크, 리타더 브레이크, 모터 브레이크, 크루즈 컨트롤 같은 수많은 운전 시스템에다, 좌우 깜박이, 헤드라이트, 상향등, 하이빔, 경광등, 보조등, 와이퍼, 클락션, 네비게이션 조작, 엔진 켜고 끄기, 트레일러 분리와 연결 등 수많은 추가적인 키가 필요합니다. 이 때문에 게임 패드만으로는 모든 키를 조작할 수 없어 반드시 키보드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 진입장벽을 높이는 점입니다. 이렇게 기능이 많은데도 게임내에서 별다른 설명을 기재하지 않아, 자동차에 대해 잘 모르는 유저라면 여러가지 생소한 단어에 어려워 할 수 있다는 것도 아쉽습니다. 저만해도 운전면허가 있음에도 리타더 브레이크, 모터 브레이크, 크루즈 컨트롤 같은 것은 일일이 인터넷에 찾아서 어떤 기능인지 알아내야 했으니 말이죠... 게임 내에서 초보자를 위한 별도의 튜토리얼이 없는 만큼, 차기작에선 이러한 기능을 유저들에게 숙지시키는 튜토리얼이 추가되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기능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게임에 영향을 준다는 것도 재미있는 점입니다. 야간에 전조등을 켜지 않으면 벌금이 나오고, 비올때 와이퍼를 켜지않으면 시야가 가려져 운전이 힘들어집니다. 깜박이를 켜면 후방의 차량들이 양보를 해주고, 야간에 상향등을 켜면 시야가 훨씬 넓어지고 마주오는 차량도 상향등을 켜는 깨알같은 상황도 벌어집니다. (실운전에서 야간 상향등은 비매너 행위이므로 주의합시다...) 아쉬운 점은 아무리 상향등과 하이빔과 클락션으로 앞차를 괴롭혀도 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차에서 내려 현피뜨는 거 까지 재현하는건 무리라고 해도, 실제 운전자처럼 뭔가 반응(속도를 내서 도망을 친다던가 오히려 급정거를 한다던가 하는 것)이 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탱크로리다!
네오 암스트롱 사이클론 제트 암스트롱포도 운반 가능
화물 운송이 주 컨텐츠이니 만큼 화물에 대한 다양한 특징도 구현되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화물마다 크기와 무게가 설정되어 있어 크기가 크면 코너링을 돌때 방해가 되기 쉽고, 무게가 무거우면 속도가 잘 나지 않고 급정거에서 제어가 어려워집니다. 물품마다도 특징이 있는데 액체의 경우 출렁임 때문에 차체가 쉽게 흔들리고, 중금속은 크기가 작지만 무게가 끔찍하게 무거워 마력이 낮은 트럭으로 운송이 힘겹습니다. 유리패널이나 자동차 같은 물품은 살짝만 스처도 파손되므로 안전운전을 하지 않으면 운송 완료 후에 페널티를 왕창 먹기도 하고, 광석류는 화물이 고정되지 않아서 차체 안정도가 크게 떨어져 전복사고의 위험이 높아집니다.
플레이어는 특정 화물을 운송하기 위해선 운송 경험을 쌓아 레벨을 올려야 합니다. 스킬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으며 총 6단계로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ADR - 위험물 운반 자격증. 폭발물, 기체, 인화성 액체, 인화성 고체, 부식성 물질, 독성 물질 6종류
장거리 - 스킬 레벨이 오를수록 장거리 배송이 가능해지고 보상이 높아집니다.
높은 값의 화물 - 고가 화물이 언락되고 스킬 레벨이 오르면 보상이 높아집니다.
깨지기 쉬운 화물 - 깨지기 쉬운 화물이 언락되고 스킬 레벨이 오르면 보상이 높아집니다.
정시 배송 - 정시 배송과 긴급 배송이 언락되고 스킬 레벨이 오르면 보상이 높아집니다.
연비 주행 - 기름 소모가 줄어들고 기름 가격이 감소합니다.
화물은 복합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들어, ADR 기체 화물의 경우 'ADR + 깨지기 쉬운 화물'의 복합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스킬을 같이 배워야 시너지 효과가 상승하게 됩니다. 이런 육성 시스템 덕분에 단순히 화물을 운반해 돈을 버는 것에서 떠나, 운송 스킬을 습득하여 더욱 고가의 물품 배송에 도전하거나 레벨을 올려 드라이버 평가를 높이는 것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후진 느낌은 꽤나 리얼하다.
...여기 입구 만든 사장 나와.
단순히 운전만 하는게 아니라, 출발지에서 트레일러를 트럭에 연결하고 목적지에서 트레일러를 오너가 원하는 곳에 주차시키는 것까지 끝나야 진정한 운송이 끝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둘 다 정확한 후진 능력이 필요한데, 트레일러 없이 후진하는 것은 운전면허가 있는 분은 큰 어려움 없이 쉽게 적응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트레일러를 연결한 상태에서 후진을 해서 오너가 원하는 곳에 주차를 하는 것인데, 이 게임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부분이라 많은 분들이 좌절하는 부분입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제작자가 난이도가 높다는 것을 의식했는지 버튼하나로 바로 자동주차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적으로 배려한 점입니다. 대신, 수동주차를 할 경우 더 높은 보상을 받을 수 있어, 많은 유저들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수동주차를 연습하게 됩니다.
1인칭 시점으로 후진할 경우 트레일러 때문에 후방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후진을 하는 대형트럭 특유의 모션이 재현됩니다. 트럭 특유의 후진 경고음을 들으면서 앞바퀴의 움직임을 파악하면서 정확히 주차에 성공하면 왠지 모를 성취감을 느낄 수도 있는데, 다른 드라이빙 게임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한 재미입니다. 그리고 이 게임으로 연습해서 대형면허 딴 사람도 있다 카더라 문제는 주차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주제에 게임 내에서 별다른 튜토리얼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고생해서 배울 수 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마개조로 보조등을 잔뜩 단 IVECO 트럭
마개조로 클락션 나팔을 잔뜩 단 MAN 트럭
플레이어는 벌어들인 돈으로 더 좋은 트럭을 사거나 여러가지 개조와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습니다.
지원하는 트럭 메이커는 총 7 종류로, 라이센스 문제 때문인지 가명으로 나오는(메르세데스 벤츠 → 마제스틱) 경우도 있습니다. 각각의 메이커에 따라 특징이 있는데, Volvo의 경우 마력이 뛰어나지만 고속주행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IVECO는 안정성이 좋지만 힘이 약하며, MAN은 시야가 넓고 힘이 강하지만 스티어링 안정성이 떨어지고, SCANIA는 밸런스가 좋지만 비싼 편입니다. 각각의 메이커마다 내부 구조도 구현해 놓아 차종을 바꿔가면서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구매한 트럭의 파츠와 도색을 변경하여 자신만의 트럭으로 개조할 수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파츠는 캐빈, 샷시, 엔진, 기어, 내장제, 장식품, 도색 등인데, 레벨에 따라 새로운 부품이 언락되게 됩니다. 메이커에 따라 개조항목에 차이가 있으므로, 한 차종만 모는 것보단 여러 메이커의 트럭을 다양하게 몰아보는 것이 더 흥미롭습니다.
가격이 가장 싼 트럭도 10만 유로(우리나라 돈으로 약 1억 4천만원)이며, 고급 차종에 개조를 할 경우 20~30만 유로를 훌쩍 넘는 경우도 많아 트럭이 엄청난 고가 장비임을 실감케 합니다. 반면에 1렙때 운송해서 얻을 수 있는 자금은 2~3000유로 정도라 초반엔 자차를 마련하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힘듭니다. 이 때문에 돈이 없는 초반엔 대차해서 운송을 하거나 은행 대출을 받아 차를 마련하는데, 레벨이 오르고 회사가 성장할수록 자금이 풍족해져 후반엔 여러 풀개조 트럭을 돌아가면서 운전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도색 패턴의 경우 퀄리티가 높긴 하지만 종류가 그리 많지 않고 트럭 전체에 통짜로 적용된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DLC로 몇가지 패턴을 더 지원하기도 하지만, 기본 패턴과 달리 색 변경이 안되어 제약이 많은 편입니다. 포르자 시리즈처럼 유저가 자유롭게 도색 패턴을 개발하여 공유할 수 있었다면 자신만의 트럭을 가진다는 느낌이 더욱 와닿지 않았을지... 후속 시리즈가 개발된다면 기대해 봅니다.
다른 트럭을 앞지를땐 언제나 심장이 쫄깃해진다.
녹색 불인데 왜 가질 못하니...허헝....ㅠㅠ
유로 트럭2는 흥미로운 부분도 있지만, 눈에 띄는 단점도 보이는 편입니다.
그 중 가장 치명적인 것은 실제 도로와 다른 신호등 시스템과 멍청한 AI 알고리즘입니다. 특히 신호등이 치명적인데, 시스템 간략화를 위해서인지 좌회전 신호가 없이 녹색불에 직진과 좌회전을 같이 하는 시스템입니다. 문제는 실제 신호등처럼 사거리에서 마주보는 양차선이 동시에 녹색불이 들어온다는 거... 이 때문에 차가 밀릴 경우 직진 차와 좌회전 차가 뒤엉켜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꼼짝달싹 못하고 정체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샌드박스형 게임답게 게임을 저장하고 불러오면 차들이 리셋되어 정체차량이 사라진다는 것인데, 이럴바에야 신호등 체계를 개선하던가 AI 알고리즘을 개선하여 정체현상을 줄이는게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덤으로 실운전과 달리 교차로 빨간불에서의 우회전도 신호위반 판정을 받으므로, 벌금 문 다음에 울고불고 짜도 소용없습니다.
다른 차량의 AI는 전작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들었지만 역시 단순한 편입니다. 안전운전하는 방어적인 AI와 과속과 끼어들기를 하는 공격적인 AI가 있는데, 패턴이 단순하여 몇시간쯤 해보면 어떻게 움직일지 금방 예상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AI차량들이 상향등과 클락션에 대한 반응이 둔한 것도 아쉬운 점입니다. 차기작에선 좀 더 다양한 패턴과 스마트한 반응성을 가진 AI를 기대해 봅니다.
시물레이터란 이름이 아까운 파손 시스템
빗길 전복사고는 언제나 주의합시다??
그 외에도 교통사고가 빈발하여 파손이라는 것이 중요한 컨텐츠인데도, 파손 시스템이 그다지 신선하지도 리얼하지도 않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추돌이나 급정거 등으로 트럭이 데미지를 입으면 % 단위로 피해가 누적되는데, 누적되는 만큼 성능이 떨어지는 것이 전부입니다. 더구나 겉으로 보이는 그래픽적인 연출이 전혀 없어, 시속 100km/h로 충돌해도 찌그러진 곳은 커녕 금이 가거나 연기나는 곳 조차 없다는 것도 이질적인 부분입니다. 리얼한 파손 시스템으로 유명한 코드마스터의 레이싱 게임을 보면, 바퀴가 부딪히면 차축이 휘어서 차가 한쪽으로 쏠림현상이 일어 난다던가, 강한 충격을 받으면 앞유리에 금이가서 시야가 급격히 좁아진다던가 하는 것도 구현해놓았는데, 저예산 인디게임임을 감안해 이정도로 세세하게 구현하지 않더라도 사고를 내면 운전에 큰 페널티가 느껴질 정도로 성능하락이 있어야 하지 않을지... 현재로선 왠만큼 교통사고를 내어도 데미지가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아, 수리없이 수백 킬로미터를 더 주행해도 그리 힘들지 않습니다.
캐피탈리즘! 호!
이쯤되면 고독한 트럭 운전수가 아니라 운송재벌이다..
유로 트럭2엔 경영 시물레이션적인 부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각지의 도시에 차고를 개설하고 직업 알선소에서 드라이버를 고용한 뒤, 트럭을 배치해주면, 알아서 고용된 드라이버들이 일을하여 사납금을 바치게 됩니다. 이게 초반엔 기름값만 간신히 벌어들일 정도로 돈이 안되지만, 드리이버의 수가 늘고 레벨이 오르면 사납금의 총합이 플레이어가 벌어들이는 돈을 아득히 초월하게 됩니다. 드라이버의 육성 방향을 설정하고 적절한 트럭을 지원하여 키우는 재미도 나름 쏠쏠하지만, 경영 난이도가 너무 낮아 맘만 먹으면 플레이어는 손하나 까딱 안하고 갑부가 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 이게임의 후반 몰입도를 떨어트리는 부분입니다. 이렇게 난이도가 낮은 이유는 일단 변수가 거의 없고(고용된 드라이버가 사고를 내서 큰 손해를 입힌다던가 파업한다던가 하는게 없이 꾸준한 수익을 보장함), 고용 가능한 드라이버 수가 100명이 넘을 정도로 제한이 없는데다, 한번 고용되면 중간에 일 때려치우고 나간다던가 하는게 없이 평생 직장으로 충성을 바치므로 확정적인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은행 대출 제한이 풀린 이후 은행 대출 → 추가 트럭과 드라이버 고용 → 추가 차고 구매 → 추가 트럭과 드라이버 고용 → 추가 차고 구매... 의 반복으로 끝없이 사업을 확장해 나가면 미친듯이 돈을 쓸어담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돈벌기가 쉬워지면 돈가치가 떨어져 플레이어는 과속, 신호위반, 사고 범칙금에 무감각해지고 굳이 비싼 화물을 골라서 운송할 필요성조차 사라집니다. 심지어 아무것도 안하고 시간만 보내도 고용된 드라이버들의 레벨이 올라 벌어들이는 돈이 점점 늘어납니다. 이 때문에 후반엔 매일 새트럭을 사서 바꿔가면서 타도 돈에 부족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가 되어, '화물을 운송하고 돈을 벌어들이는 성취감'이 주목적인 이 게임의 수명을 꽤나 갉아먹어 버립니다. 경영 시스템 자체는 나쁘지 않고 성장하는 회사를 보는 것도 뿌듯함이 느껴지지만, 난이도가 너무 쉬운데다 플레이어가 개입할 필요성조차 없어서 차기작에선 반드시 개선해야 할 부분입니다.
게임에서라도 새차를 뽑을때의 기분은 왠지 뿌듯하다.
남들이 모두 잠든 시각에 오늘도 트럭은 달린다.
유로 트럭2는 여러가지로 덜 다듬어진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많은 유저들이 빠져들 매력을 가진 게임입니다.
뭣보다 이 게임은 게임 내에서 '경쟁'이란 부분을 완전히 배제한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시간내로 운송 하기만 하면 국도로 천천히 가든, 고속도로에서 과속으로 가든 보상이 동일하고, 여유 시간이 넉넉하여 시간에 쫓겨 압박감을 느끼는 부분도 없습니다. 운송회사를 키워도 경쟁 회사가 없다보니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데다, 대충 편성해서 놔두면 알아서 회사가 잘 굴러가면서 성장합니다. 무거운 화물을 운송하는 트럭은 고속도로에서도 제한 속도를 넘기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다른 차량이 자신을 앞질러 가도 그러려니 하면서 양보해주게 됩니다. 크루즈 컨트롤을 지원하기 때문에, 도로 사정에 따라 적절히 속도 변경만 해주면 운전에 크게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다는 것도 강점입니다. 결국, 유저는 다른 게임에서 필수요소라고 할 수 있는 순위경쟁과 게임오버에 대한 압박감에서 벗어나,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느긋하게 경치 감상하면서 운전을 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여기에 운송을 하면 할수록 얻는 경험치와 돈으로 얻는 성취감은 부차적인 면이지만, 게임을 계속 붙잡게 만드는 양념같은 요소가 됩니다.
이 때문에 피곤한 상태에선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이라도 기피하기 마련이지만, 유로 트럭은 그다지 게임이 안 떙기는 날도 부담없이 켜서 운전을 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습니다. 머리 아픈 경쟁과 압박감에서 벗어나 말 그대로 운전 자체를 즐기게 되므로, 다른 레이싱 게임보다 오랜 시간을 즐겨도 피로를 적게 느끼게 됩니다. 아무 차도 다니지 않는 한밤 중에 느긋하게 라디오 들으면서 시골길을 달리다보면, 스트레스 없이 편한 마음으로 운전을 즐기게 되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이것이야말로 유로 트럭2의 참재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흥분과 희열과는 거리가 먼 게임성 덕분에, 유로 트럭2에 빠져드는 유저와 뭐가 재미있는지 모르겠다는 유저가 극명하게 나뉘게 되는 듯 합니다.
차기작으로 제작 중인 American truck simulator 2014
유로 트럭 시물레이터2는 완벽한 드라이빙 게임이 아니지만, 편하고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성과 남자라면 한번쯤 관심을 가지게 되는 자동차와 운전이라는 컨텐츠, 그리고 시물레이션 게임치곤 꽤나 낮은 진입장벽 덕분에 스트레스 없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양작입니다.
유로 트럭2의 차기작은 아메리칸 트럭 시물레이터로 결정되었는데, 유로 트럭2를 꽤나 만족스럽게 즐긴만큼 차기작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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