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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리뷰]

[리뷰] 아스테브리드. 동인 슈팅게임의 극한 진화

by 구호기사 2014.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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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테브리드(Astebreed)에델바이스(Edelweiss)에서 만든 아케이드 슈팅 게임입니다.

이미 유행이 지난 아케이드 슈팅 장르는 하는 사람만 하는 매니아들의 장르가 되어 버렸기 때문에, 한때 슈팅게임을 만들었던 대부분의 유명 제작사들도 일부를 제외하면 모두 손을 떼어버린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아케이드 게임 전성시절에 비하면 슈팅 게임의 수는 극단적으로 줄어들어, 일부 전문 제작사나 동인 게임으로 근근히 맥을 이어오는 수준입니다.


이렇게 매니악한 장르가 된 이유는 아케이드 슈팅 특유의 진입장벽에 있습니다.

적의 총알을 피해 적기를 쓰러트리면서 진행한다는 매우 단순한 구성의 장르지만, 플레이어들의 반사신경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진행할 수 있는 한계 스테이지가 천차만별 차이가 납니다. 어떤 유저는 무난하게 엔딩을 보는 반면, 어떤 유저는 몇 스테이지 클리어하지 못하고 게임오버 장면을 보게 되죠. 더구나 장르의 특성 상 세이브/로드를 지원하지 않는데다, RPG처럼 육성을 통해 레벨빨로 압도한다던가 하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클리어하지 못하는 유저는 무한코인이라도 지원하지 않는 이상 아무리 도전해도 자력 클리어가 불가능한게 현실입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라이트유저는 진입장벽을 넘지 못하고 슈팅이라는 장르 자체에 흥미를 잃게 되었고, 어느정도 실력이 있는 유저들만 남은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 버렸죠. 어찌보면 대전격투나 리듬게임과도 비슷한 전철을 밟은 장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스테브리드는 이러한 슈팅게임의 진입장벽을 최대한 낮추면서, 기존 슈팅게임의 장점을 여러모로 흡수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종스크롤 슈팅게임과 횡스크롤 슈팅 게임

(좌측 Jamestown, 우측 Jet'N Guns)



아스테브리드는 종스크롤 방식과 횡스크롤 방식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으며...



중간중간 스페이스 헤리어같은 3인칭 시점으로도 진행된다.



아스테브리드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하나의 슈팅게임 내에서 종스크롤(화면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방식)과 횡스크롤 방식(화면이 옆으로 흐르는 방식)이 자연스럽게 섞여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동제작사의 전작격인 에테르 베이퍼(Ether Vapor)에서 이미 시도한 방식인데, 아스테브리드에선 훨씬 세련된 연출로 더욱 멋지게 표현됩니다. 에테르 베이퍼에선 종횡 변환 시 컷씬과 함께 게임의 흐름을 끊었던 반면, 아스테브리드에선 게임의 흐름이 끊기지 않고 종스크롤, 횡스크롤, 3D시점으로 물흐르듯이 변환됩니다. 덕분에 에테르 베이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유저들의 몰입도가 증가하였습니다.




에테르 베이퍼의 심심한 그래픽



아스테브리드의 향상된 그래픽


전작격이었던 에테르 베이퍼는 참신한 면도 있지만, 스팀으로 발매한 시기를 생각해보면 여러모로 실망스러운 면도 많았습니다. 패드 불완전 지원, 와이드 화면 미지원, 시기적으로 구린 그래픽, 게임의 흐름을 끊는 이벤트 씬 등...

일본 내에서 발매했을때는 나름 괜찮은 게임성으로 주목받았지만, 스팀에 발매한 시기를 생각해보면 동시대 슈팅게임과 여러모로 비교되어 평가절하 되는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종스크롤과 횡스크롤 변화, 집중샷과 확산샷의 선택, 락온 레이져, 화면을 넘나드는 적 등의 핵심 개념들이 후속작격인 아스테브리드에게 전승되었고, 덕분에 아스테브리드는 에테르 베이퍼의 단점들을 상당부분 개선하여 훨씬 뛰어난 게임성을 보여주는데 성공했습니다.




전작에서 계승된 집중샷과 확산샷



화면 밖의 적을 공격할때 유효한 락온 레이져와, 적의 탄을 상쇄시킬 수 있는 근접베기


아스테브리드의 기본 시스템은 집중과 확산이 자유로운 기본샷과, 한번 락온하면 화면 밖의 적도 추적하여 공격하는 락 온 레이져, 그리고, 적의 탄환을 상쇄시킬 수 있는 베기 공격이 있습니다. 특히 베기야 말로 아스테브리드의 주력 공격인데, 연타하여 강력한 연속베기를 할 수 있고 오래 눌르면 빠른 돌진 찌르기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근접공격은 대부분의 적 탄환과 미사일을 상쇄시킬 수 있지만, 베기 중엔 빈틈이 있으므로 상쇄가 불가능한 공격에 취약해집니다. 대신 기본샷으로 죽이는 것보다 고득점을 노릴 수 있고, 데미지도 높아서 특정 구간에선 베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쉽게 클리어할수 있기도 합니다.




퀄리티는 높았지만 흥행은 실패한 솔 디바이드(Sol Dvide)와, 징크스를 깬 텐가이(Tengai)



내구력 시스템 덕분에 근접전의 부담이 적다.


아케이드 슈팅게임에선 한가지 불문율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인간 형태의 주인공이 날아다니면서 칼질하는 슈팅게임은 반드시 실패한다' 라는 것...

대표적인 게임이 솔 디바이드였습니다. 이 게임은 당시로서 뛰어난 비주얼과 독특한 게임성을 보여줬지만, 슈팅게임에서 근접공격을 해야 한다는 리스크는 라이트 유저들에게 너무나 높은 진입장벽이었으므로, 자연스럽게 흥행은 실패해 버리고 말았죠. 한동인 이 징스크는 계속되었지만, 그나마 국내에서도 히트한 텐가이가 이 징크스를 깨게 됩니다. 텐가이에선 일반적인 근접공격 시스템은 삭제되었지만 숨겨진 캐릭터인 아인의 모아 공격이 근접 베기였고, 이후 건버드 2에서 모든 캐릭터에게 근접공격 시스템이 도입되어 나름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근접공격 시스템은 어떻게 손보든 초보유저들의 진입장벽을 높이는데 일조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어찌됐든 피격의 위험을 안고 적기 가까이 붙어야 사용할 수 있으니 말이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아스테브리드는 베기의 탄 상쇄 외에도 FPS 게임에서 주로 사용되는 내구력 시스템을 도입하여 근접공격의 부담을 크게 줄였습니다. 적탄에 한대 맞으면 바로 격추되는게 아니라 내구력이 약간 소모되면서 버틸 수 있어, 접근전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고, 덤으로 모아 찌르기는 약간의 무적판정으로 탄막을 헤치고 탈출 할 수 있어 전멸 폭탄이 없어도 위기에서 탈출이 가능해졌습니다. 또, 적에게 일정시간 맞지 않으면 소모된 내구력이 서서히 회복되는데 중간중간 이벤트 컷씬에서도 내구력이 회복되므로 플레이어의 생존력이 다른 슈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습니다. 옛날 옛적, 코인을 넣고 플레이해야 했던 시절엔 상상도 못할 발상이지만, 어차피 요즘 슈팅 게임은 코인 플레이가 아닌 완제품 판매 형식이니만큼 생존 난이도를 낮추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듯 한데, 이 방식은 저같은 슈팅 초보자에게 무척이나 반가운 변화점으로 보입니다.




붉은색의 탄환은 상쇄가 안되니 무조건 피하자.



배경의 적 전함도 구경만 하는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플레이어를 공격한다.


무대포로 칼질만 하면서 클리어가 된다면 게임이 재미가 없겠지만, 제작사에선 적기의 적절한 공격패턴으로 이를 보완하였습니다. 

적이 쏘는 탄환에는 색상이 있는데, 노란색이나 푸른색 탄환은 칼질로 상쇄가 되지만 붉은색 탄환은 불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무조건 붙어서 칼질연타만 하기보단, 적이 노란색 탄막을 뿌리면 베기로 상쇄해서 반격하고, 붉은 색 탄막을 뿌리면 기본샷을 쓰면서 이리저리 피하거나 모아 찌르기로 빠져나오는 등의 컨트롤이 필요합니다. 특히 보스전의 경우, 주기적으로 탄 색깔이 바뀌므로, 붙어서 극딜할지 이리저리 피하면서 생존에 신경쓸지 패턴을 보고 잘 선택해야 합니다. 

배경에 있는 적들도 플레이어를 공격하는데, 이들은 베기를 맞출 수 없으므로 락온 레이저로 반격해야 합니다. 락온 시킨 적이 많을수록 기본샷의 위력이 줄어들므로, 락온을 언제 어떻게 사용할지도 고민하게 만듭니다.


또, 독특한 점수 시스템 덕분에 고수들의 도전욕구도 자극하는데, 한대도 맞지 않고 적을 제거하다보면 점수가 배수로 올라 최대 16배까지 오르게 됩니다. 만약 적에게 피격되면 배수가 줄어들므로, 노미스 플레이를 해야 하이스코어를 달성 할 수 있죠. 이런 내구력 시스템과 스코어링 시스템 덕분에 저같은 초보유저들은 높은 생존성을 바탕으로 무난한 진행을 할 수 있고 고수들은 노미스 플레이로 하이스코어를 노릴 수 있어, 라이트유저와 헤비게이머 모두 만족스러운 난이도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벤트 씬이 게임의 흐름을 끊어버렸던 에테르 베이퍼 (좌)

게임 내내 물 흐르듯이 대사가 오가는 아스테브리드 (우)



스테이지 클리어 후, 점수 정산화면에서 바로 이벤트씬을 보여주기 때문에 기다리는 지루함이 덜하다.



전작보다 미려해진 일러스트도 볼만하다.



몸매도 볼만하...

잡았다 요놈!


아스테브리드는 스토리 연출에도 꽤나 신경 쓴 모습을 보여줍니다.

중간중간 게임의 흐름을 끊으면서 대사 연출을 보여줬던 에테르 베이퍼와 달리, 전투 중에도 끊임없이 실시간으로 대사가 계속해서 오갑니다. 이렇게 대사와 전투가 오가는 중에, 여러가지 스토리적 연출도 가미되기에(배경으로 보이는 함대가 폭발한다던가, 갑자기 적의 공격을 받는다던가, 종횡 스크롤이 변화한다던가...) 유저들은 기다리는 지루함 없이 계속해서 게임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분량이 긴 이벤트씬은 스테이지 클리어 후 점수 정산화면에서 보여주거나 중간중간 이벤트씬이나 컷씬을 활용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완급 조절이 잘 되어있고 미려한 그래픽과 일러스트로 보는 재미도 있어, 에테르 베이퍼때만큼 지루함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후반 스테이지에서 유저들의 혼을 빼놓는 탄막 때문에 대사에 집중하기가 극히 어렵다는 점 정도를 들 수 있습니다. 특히 자막은 영어지만 대사는 일본어라서, 일본어를 바로 듣고 해석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면 정신없이 적의 탄환을 피하느라 대사를 듣고 해석할 시간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나름 공들인 스토리 연출이지만 플레이어가 느긋하게 감상하기 힘들어 스토리에 집중할 수 없다는 불평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지루하고 게임의 맥을 끊었었던 에테르 베이퍼보단 연출이 훨씬 나아져, 지루한 컷씬 때문에 아예 시작부터 스토리 연출을 OFF 로 꺼버리고 플레이 했던 전작에 비하면 여러모로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시간으로 연출되는 이벤트는 꽤나 볼만하다.



세세한 단점도 있지만 이런 미친 퀄리티 앞에선 다 버로우 할 수 밖에...


그렇다고해서, 아스테브리드는 단점이 없는 게임은 아닙니다.

전체적으로 아케이드 슈팅게임치고 사양이 좀 높다던가, 게임의 볼륨이 약간 아쉬운 느낌을 준다는 점이라던가, 초반 스테이지와 후반 스테이지 난이도 차이가 너무 크다던가, 슈팅 게임 치고 키를 무려 4개나 쓰는데(집중샷, 확산샷, 베기, EX공격) 여기에 오래 누르고 있으면 발동하는 기능이 세개(호밍1, 호밍2, 찌르기)나 있어 패드로 플레이할때, 엄지손가락에 피로감이 온다던가, 트레이딩 카드가 미소녀가 아니라던가 하는 단점이 있지만, 이런 미친 퀄리티 앞에선 소소한 단점에 불과하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엄지손가락 피로 현상은 기본 키 배치로 하지 말고 키 두개 정도를 트리거에 배정하는 것으로 어느정도 개선이 가능합니다.)


덤으로 라이트 유저를 배려한 내구력 시스템 덕분에 돈주고 샀는데 컨텐츠를 전부 못 즐기는 슈팅 초보자들도 부담없이 플레이 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고, 지루할 틈이 없이 물흐르듯히 변화하는 종횡 스크롤 연출, 풀보이스를 지원하는 이벤트씬, 미려한 일러스트, 특수효과가 듬뿍 사용된 멋진 화면 연출 등 사실상 퀄리티만 따지면 동인 슈팅 게임의 정점을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아케이드 슈팅 게임 중엔 원탑

(이카루가 84, 제임스타운 81, 시네모라 77)



우리가 일등 먹었어...ㅠㅠ


아스테브리드는 슈팅 게임을 '싫어하지 않는다면' 한번쯤 꼭 해볼 만한 수작으로, 인디 게임이라 가격도 저렴한 편이니 기회되면 한번쯤 해보시길 바랍니다.



참고용, 챕터5 플레이 영상

(중간중간 느려지는 부분은 동영상 프로그램 과부하 때문이지, 게임 자체가 느려지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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