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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리뷰]

[리뷰] 워락 : 마스터 오브 디 아케인. 문명인줄 아랏네.

by 구호기사 2013.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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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o-Co Plus에서 개발하고, 전략게임 퍼블리셔로 유명한 Paradox 에서 유통한 턴제 전략 게임, 워락 : 마스터 오브 디 아케인 입니다. 


2012년 말에 발매된 게임인데, 워낙 마이너한 게임이라 스팀 할인하기 전까진 이런 게임이 있는지조차 몰랐을 정도입니다. 원래 턴제 전략을 좋아하는데다 판타지 배경도 좋아하는 편이고 스크린샷이 문명5와 빼닮은게 호기심을 자극해서 구매하였습니다.


위쪽이 워락의 스크린샷, 아래쪽이 문명5의 스크린샷


언듯 보면 문명5와 동일게임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흡사한 그래픽을 보여줍니다. 지형 디자인, 육각형 타일, 유닛 아이콘에서부터 전투 모션까지... 까놓고 말해 표절작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흡사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더구나 초반 진행마저 문명5와 상당히 비슷한데, 개척자를 만들어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고, 도시의 자원수급을 조절하고, 건물을 짓고, 유닛을 고용하여 주변의 야만 몬스터를 처리하고 다른 대마법사들과 경쟁하면서 판로를 확장하는 것이 완전히 빼닮았습니다. 사실 여기서 끝났으면 그저그런 문명 표절작으로 기억에 남았겠지만, 전체적인 시스템이 문명5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고전 명작 판타지 게임의 영향을 많이 받은 느낌입니다. 기술이 아닌 마법을 개발하고 다양한 마법으로 변화를 줄 수 있으며, 스킬, 영웅, 아이템의 존재 같은 RPG적인 요소도 녹아 있기 때문에, 전략적인 면은 에이지 오브 원더 시리즈의 느낌과 비슷하고 전투를 통한 육성과 스킬 사용은 엘븐 레가시 시리즈와 비슷한 느낌을 받습니다. 한마디로 겉보기는 문명 표절작이지만, 세부적인 게임성은 이전에 나온 여러 판타지 전략게임의 장점을 잘 버무린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떠한 점이 기존 게임들과 흡사하고 어떠한 점이 차이를 보이는지 간략하게 소개해 보겠습니다.


판타지에서만 볼 수 있는 다양한 몬스터들이 등장

위쪽은 오우거, 아래쪽은 씨 서펜트


문명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역시 판타지 세계관 덕분에 현실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몬스터들이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초반엔 동물이나 곤충과 같은 약한 몬스터들이 활보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우거, 드래곤, 엘레멘탈 같은 강력한 몬스터들이 등장해 방비가 약한 소도시를 쑥밭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또, 맵에 분포되어 있는 특수거점(드워프 부락, 엘프 별장, 미노타우르스 궁전 등)에 건물을 지으면 해당 유닛을 용병처럼 사용할 수 있으며, 유저가 사용할 수 있는 인간, 몬스터, 언데드, 엘프 4가지 종족에 따라 다양한 테크트리와 유닛을 지원하여 게임 내내 독특하고 개성적인 판타지 유닛들의 전투를 볼 수 있습니다.


영웅과 아이템의 존재가 RPG의 느낌도 살리고 있습니다.

지옥에서 온 토끼의 위엄 (아마도 몬티파이튼의 성배 패러디...)


워락은 문명보다 훨씬 전투에 집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단순 전력비로 승패가 결정나던 문명 시리즈와 달리, 워락은 유닛별로 근접공격, 원거리 공격, 마법(죽음, 생명, 원소, 정신)에 대해 저항이 따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한가지 유닛만 생산해서 인해전술을 하는 것은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더구나 대부분의 유닛들이 특수한 스킬(적을 마비시킨다던가, 광역 공격을 한다던가, 다른 속성으로 공격한다던가)을 가지고 있고, 레벨업으로 얻는 특성도 유닛별로 다양한 터라 육성에 따라 같은 유닛도 다른 느낌으로 운용할 수 있습니다. 또, 일반 유닛보다 훨씬 강력한 영웅(Lord)을 고용할 수 있는데, 적절한 아티팩트를 장비시키고 어느정도 레벨을 올려주면 혼자서도 대군을 상대할 수 있는 위력을 보여줍니다. 

전체적으로 내정보다 전투와 육성에 초점을 맞춘 게임인지라 유닛을 고용하는 시간은 3~4턴 정도로 비교적 짧은 편입니다. 문명에선 초반에 전투유닛 하나 육성하는데 10여턴이나 걸리는터라, 전투 중 유닛을 잃으면 순식간에 전선이 밀려버리는 경우가 잦았던 반면, 워락에서는 양 진영 모두 끊임없이 몰려나오는 유닛들로 대규모 전투를 치르게 됩니다.


사막을 녹지로 만드는 장면

"예림아, 그 마법 봐봐. 핵이야?"


물론 지루한 소모전만이 전투의 전부이면 금방 질리기 마련입니다. 워락에서는 다양한 마법으로 내정과 전투를 보조할 수 있는데, 적에게 파이어볼을 떨구는 간단한 마법에서부터, 몬스터를 소환하거나 화산을 폭발시키며 하늘에서 대규모 불덩어리를 떨어트리는 등의 다양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보조마법도 많아 사막을 녹지로 만든다던가 도시의 생산과 성장에 도움을 주는 버프를 건다던가 유닛을 강화하고 아티팩트를 제작하는 등 수많은 마법을 원하는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워락에선 이 마법을 개발하는 시스템이 문명의 기술 개발 시스템과 흡사한 방식으로 습득되며, 마법의 사용은 마나 자원을 소모하며 강력한 마법은 여러 턴을 충전하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점은 예전에 나온 에이지 오브 원더 시리즈가 연상되는데, 마법을 자주 사용하기 위해선 금화와 식량 외에 많은 업킵이 필요한 마나 자원의 수급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에이지 오브 원더 시리즈에서도 그랬지만 지형을 뒤바꾸는 마법들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평지를 일으켜 산맥을 만든다던가, 산을 깎아버린다던가, 바다를 육지로 만든다던가 육지를 바다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또, 적지 중간에 화산을 폭발시켜 근처 타일을 모두 용암으로 만들어 해당 도시의 생산성을 크게 떨어트릴 수 있고, 생명의 대지를 만들어 언데드들이 지나가면 피해를 입는 타일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대지 컨트롤을 이용해 산맥으로 좁은 길목을 만들어 적의 대규모 침입을 쉽게 저지할수도 있고, 적이 지배하는 섬까지 대륙을 일으켜 육상병력으로 쳐들어가는 등 유저의 창의력에 따라 다양한 시도가 가능합니다.


토끼 한마리에게 멸망당한 제국...

드래곤 군단을 혼자서 씹어먹는 진토끼무쌍


전투는 흥미롭지만 밸런스에 문제가 많은 편입니다. 일반 유닛은 큰 문제가 없지만 강력한 영웅 유닛이 문제인데, 레벨을 올려주고 강력한 아티팩트를 장비시켜주고 수많은 버프마법을 걸어주면 영웅 혼자서 제국을 무너뜨리는 막장 밸런스를 보여줍니다. 이런 막장 밸런스는 에이지 오브 원더 시리즈에서 이미 문제가 된 점인데, 워락에서도 똑같이 재현되니 데자뷰를 보는 느낌입니다. 물론 경쟁자들도 영웅 유닛을 고용하긴 하지만, 유저들처럼 교활하게 운용하지 못해 순식간에 포위 협공으로 쓰러트릴 수 있으며, 유저들처럼 버프를 한 유닛에 떡칠시켜 무쌍을 펼치진 않아 큰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또,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공중유닛은 지상 근접유닛의 반격을 받지 않고 공격을 가능하기 때문에 일방적인 학살이 가능합니다. 이 점 역시 에이지 오브 원더 시리즈에서 밸런스를 무너트린 주범인데, 그나마 워락에선 전장에서 탈출이 쉽고 공중 유닛의 가격이 무척 비싸게 설정되어 영웅 시스템만큼 밸런스를 무너트리진 않습니다. 

다양한 유닛은 흥미롭지만, 전체적인 유닛의 수는 무척 적은 편입니다. 문명이야 고대부터 미래까지 온 시대를 총 망라한 유닛을 제공하기 때문에 유닛의 가짓수로선 압도적이지만, 워락은 동시대 유닛이니만큼 용병을 제외하면 유닛의 가짓수가 그리 많진 않으며 유닛 종류도 근접, 원거리, 해군, 공중, 마법 이 다섯 종류가 거의 전부입니다. (보통 종류별로 2티어 정도 존재하므로 종족별로 약 10개 안팎이 전부) 용병이 존재하지만 모든 종족 공통으로 고용이 가능하므로 개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역시 후속작에선 유닛의 가짓수를 훨씬 늘리고, 에이지 오브 원더스처럼 개성있는 병과(공성무기, 수송유닛 등)을 좀 더 많이 구현했으면 좋겠습니다.


도시 내부 화면과 외부 화면


워락의 내정 부분은 문명 시리즈에 비해 상당히 단순화 되었습니다.

비전투 유닛은 개척자를 제외하면 전무하며, 일꾼이 등장하여 지형을 개간하던 문명 시리즈와 달리 워락에선 도시에서 바로 타일을 선택하여 개발할 수 있습니다. 도시의 인구 1당 타일 1개씩만 개발이 가능하며 금화, 식량, 마나, 연구 네가지 자원 수급을 적절히 조절해야 합니다. 지형에 따라 수급에 보너스나 페널티를 받을 수 있는데, 초원에선 식량 보너스, 사막에선 마나 보너스와 식량 페널티, 설원에선 금화 보너스와 식량 페널티를 받습니다. 또, 자원수급에 방해가 되는 늪지라던가, 별다른 보너스도 페널티도 없는 황무지, 건설과 이동이 불가능한 산지도 있으므로 도시 근처의 지형에 따라 어떤 방향으로 건설시킬지 계획을 잘 잡는 것이 좋습니다. 1타일 당 건물 1개씩 제한이다보니 모든 종류의 건물을 한 도시에 짓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특화시켜 개발하는 것이 효율적인데, 간혹 발견할 수 있는 금, 은, 보석, 돼지, 호박, 용병 등의 특수자원에선 특수건물 건설로 큰 이득을 받을 수 있으므로 도시  확장은 우선적으로 특수자원 근처에서 시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꾼을 따로 운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편하지만, 문명과 같은 자동건설 기능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큰 맵에서 도시가 100여개에 이르게 되면 굉장히 번잡해진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문명에선 행복도 시스템으로 도시의 무한확장에 제동을 걸었지만 워락에선 도시 무한확장의 페널티가 없기 때문에 지형이 허락하는 한 도시를 마구 늘려나가는 것이 이득입니다. 이 때문에 후반엔 수많은 도시의 건설 요청에 일일이 클릭해 건설하는 것만으로도 유저를 피곤하게 만듭니다. 이 때문에 후속작에선 자동건설 지원과 무한확장의 페널티를 넣는 것이 급선무인듯 합니다.


특수한 포탈을 타면 다른 세계로 이동할 수 있다.

"저 그냥 나갈께요."

"포탈 탈때는 마음대로였겠지만 나갈때는 아니란다."


문명과 달리 맵이 다층구조인 것도 흥미로운 점입니다. 맵 곳곳에 존재한 포탈을 타면 다른 세계로 이동하게 되는데, 기존맵과 다른 디자인을 보여주며 여러가지 레어한 자원이 흩어져 있습니다. 이 세계는 중립 몬스터로 우글거리는데 간혹 몬스터들이 포탈을 타고 이쪽 세계로 공격오기도 하므로, 자원 획득의 목적 외에 후환을 없애기 위해 원정군을 설립해 싹쓸이 하고 오는 경우가 좋을 때도 있습니다.

워락의 중립 몬스터들은 제 3세력이라 해도 될 정도로 공격적이고 격렬합니다. 문명 시리즈에서의 야만인은 초반 도시 확장을 방해하는 양념 수준이었지만, 워락에선 중립 몬스터들이 끊임없이 생성되는데다 턴 수가 경과하면 몬스터들의 질도 점점 향상됩니다. 이벤트로 맵 전역에 몬스터 둥지가 생성되는 경우도 있어 다른 대마법사와 전쟁중이 아니라도 언제든 전투에 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몬스터들은 근처의 도시를 적극적으로 공격하므로, 방비가 약한 도시가 순식간에 몬스터들에게 털려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또 바다에선 서펜트와 크라켄 같은 유닛들이 배와 해안도시를 공격하기도 합니다. 이런 몬스터들은 몬스터 거점에서 무한 생성되므로 해당 거점을 지키는 몬스터를 처리하고 거점을 폐쇄해야 더 이상 생성되지 않습니다. 문명 시리즈에선 다른 국가들과 평화상태이면 소강상태로 수십 수백턴을 보낼 수 있지만, 워락에선 이런 중립 몬스터의 존재 덕분에 평화 상태라도 거의 게임 내내 전투를 하게 됩니다. 이 점은 전투를 좋아하는 유저들에겐 만족스럽겠지만, 전투보다 건설과 내정을 좋아하는 유저라면 지루한 요소가 될 수 있으니 장단점이 있습니다.


다른 대마법사와 관계를 알 수 있는 외교창

퀘스트를 수행하여 특정한 신의 은총을 받을 수 있다.


외교 부분은 문명 시리즈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하기 때문에, 밀고 당기는 외교를 하는 재미는 거의 느끼기 힘듭니다. 상대의 제안에 다른 제안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고, AI도 별 이유없이 동맹을 파기하거나 선전포고를 하기 때문에 외교상황이 상당히 혼란스럽습니다. 외교 제안을 할 수 있는 요소도 자원와 마법 외엔 상당히 제한되어 있어 이것저것 거래하는 재미도 느끼기 힘듭니다. 이 때문에 유저들은 대부분 전투에 집중하고 외교는 신경을 끄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교 외에 신앙에 관련된 시스템도 있습니다. 신이 부과하는 퀘스트를 수행하거나, 신전을 건설하거나, 신이 내려준 마법을 사용하면 점점 그 신앙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신은 총 8종류가 있는데 사이가 나쁜 신이 있으므로, 상극인 신의 은총을 동시에 받을 수 없으며, 신의 은총을 많이 받게 되면 특정한 마법과 유닛을 지원받습니다. 신앙수치를 끝까지 올리면 특정한 승리조건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신앙 시스템은 흥미롭지만, 은총을 올리는 속도가 무척 느린 편이라 다른 승리조건에 비해 수행이 까다로운 편입니다. 또, 필드 맵에선 해당 신이 다른 신과 어떤 관계인지 직관적으로 알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여러모로 흥미롭지만 차기작에선 좀 더 정돈될 필요가 있는 시스템인듯 합니다.


게임 시작 전에 승리조건을 설정할 수 있다.

문명의 과학승리라고 할 수 있는 유니티 스펠


워락은 문명처럼 다양한 승리조건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정복승리라고 할 수 있는 대마법사 정복, 과학승리라고 할 수 있는 유니티 스펠 시전 등에서부터, DLC로 제공하는 아마게돈 모드 등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다양한 승리조건 중 2가지를 제외하면 모두 전투와 관련된 승리조건일 정도로 워락은 전투가 중점인 게임입니다. 이 때문에 전투적인 면은 만족스러워도 내정이나 외교 등은 아직 미흡한 면이 많이 보이며, 문명에 비해 미묘하게 불편한 인터페이스라던가 완성도가 떨어지는 도시 시스템 등은 여전한 걸림돌로 남아 있습니다. 또, 그래픽과 게임 디자인에서 문명5를 너무 베껴 독창성이 심하게 떨어지는 점도 단점입니다. (이 때문에 메타스코어는 71점으로 평균 수준입니다.)

하지만 처녀작임에도 불구하고 문명 시리즈의 재미와 다른 고전 판타지 전략게임의 재미를 잘 버무려 흥미롭게 재탄생 시킨 점은 칭찬할만 합니다. 문명5의 맵에서 에이지 오브 원더스의 다양한 지형마법을 쓸 수 있는 것은 독특한 재미가 있었고, 엘븐 레가시 시리즈처럼 유닛을 육성시켜 나만의 군대를 만드는 재미도 쏠쏠한 편입니다. 다만, 밸런스는 여전히 위태롭고, 게임 볼륨은 살짝 아쉬우며, 시스템적인 완성도가 아직 떨어진 다는 것이 차기작에서 보완해야 할 점입니다.



현재 워락2가 개발 중인데 이러한 단점을 잘 보완하여 개선한다면, 또 하나의 괜찮은 판타지 게임 시리즈가 완성될 것이니 한 사람의 유저로서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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