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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리뷰]

[리뷰] 사일런트 스톰. 턴제로 진행되는 전술 게임

by 구호기사 2008.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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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에서는 확장팩 'Sentinels' 의 스크린샷을 사용했습니다.)
 
국내 유저들에게 약간은 생소한 턴제 전술 게임는, 소수의 인원을 컨트롤 하면서 미션을 수행해 나가는 장르입니다. 삼국지나 문명과 같은 턴제 전략 게임에 비해 스케일은 떨어지지만, 세밀한 컨트롤을 이용한 다양한 전술활용은 독특한 재미가 있어 은근히 매니아들이 많은 장르이기도 합니다. 턴제라는 특성 덕분에 코만도스 같은 게임처럼 '생각은 했는데 손이 안 따라줘서 망했다' 라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것도 장점입니다.
 
턴제 전술 게임의 대표적인 게임이라면 역시 엑스컴과 재기드 얼라이언스 를 빼놓을 수 없으며, (폴아웃 택틱스 같은 게임도 있지만 완성도가...;;) 그 중 재기드 얼라이언스2는 턴제 전술 게임 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뛰어난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사일런트 스톰은 여러 부분에서 재기드 얼라이언스2 (이하 재기드2) 의 영향을 받았으며, 재기드2 의 명성을 뛰어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게임입니다.

앞에는 솔져, 중간엔 메딕, 뒤에는 스나이퍼...
 
장르가 약간 생소하니 만큼, 리뷰에 들어가기에 앞서 약간의 설명을 하겠습니다.
턴제 전술게임은 대규모의 군대가 아닌 소규모의 인원(주로 분대단위)을 컨트롤 하는 경우가 많으며, 전략 게임에 비해 세밀한 동작을 지시할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특정 방향을 바라보게 한다던가, 앉거나 포복할 수도 있고, 이동할때도 빨리 이동하거나 천천히 이동하거나 기어갈 수도 있습니다. 공격할 때도 적당히 조준해서 여러번 공격할 수도 있고, 아주 세심하게 조준해서 공격할 수도 있으며, 공격하는 부위도 자신이 정할 수 있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FPS 게임을 3인칭 시점에서 턴제로 진행하는 느낌 이라고 할 수 있겠죠.
 
대부분의 턴제 전술 게임은 총기가 등장하는 밀리터리틱한 게임이 많습니다. (좀 더 넓게 보면 템플 오브 엘레멘탈 이빌 이나 풀 오브 레이디언스 같이 칼과 마법이 등장하는 게임도 턴제 전술 게임과 흡사한 요소가 많지만, 기본 베이스는 롤플레잉이므로 제외하겠습니다.) 총이 등장한다는 것 덕분에 상당히 독특한 게임성을 띠게 됩니다. 환타지 세계에서 고레벨의 용사는 칼 한자루로 용을 쓰러뜨리겠지만, 현실 세계에선 아무리 날고 기는 엘리트 병사라고 해도 인간인 이상 총알 한 방 잘못 맞으면 죽습니다. 때문에, 턴제 전술 게임은 순간의 실수로 대원이 죽거나 분대 전체가 큰 타격을 입는 경우가 많으며, 이 때문에 장르 자체의 난이도가 좀 높습니다. 하지만 이 점이 매니악한 재미를 자극한다고나 할까요... 오히려 이를 역이용해,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암담한 전세를 뒤집는 쾌감은 턴제 전술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재미입니다. 이 장르의 게임은, 대부분 적은 수의 아군으로 많은 수의 적군과 상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재미가 더욱 두드러집니다.
 
또, 대부분이 총싸움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턴제의 특징인 너 한번 나 한번 이런 식으로만 진행되지 않습니다. 아군의 턴이라고 해도 적에게 큰 빈틈을 노출시키면, 인터럽트라고 해서 일시적으로 적 턴으로 넘어가 버립니다. (FPS를 예로 들자면, 부주의하게 움직이다가 캠퍼에게 사살당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전 턴에서 행동하지 않은 행동 포인트 만큼만 인터럽트 턴에서 행동 할 수 있으므로,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그냥 턴을 넘기는 것도 하나의 전술입니다. 이렇게, 자신의 턴이라고 해도 안심할 수 없기 때문에, 일반적인 턴제게임보다 전술적인 요소는 훨씬 뛰어납니다. 이런 기본 개념들은 엑스컴과 재기드 시리즈에서 거의 확립되었으며, 사일런트 스톰 역시, 이런 기본적인 시스템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습니다.

2차 대전때의 여러 실총들이 등장한다.

사일런트 스톰은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게임이며, 등장하는 무기들이 2차 대전 때 사용했던 실제 무기들이 대부분입니다.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턴제 전술게임이 지금까지 거의 전무했기 때문에, 사일런트 스톰은 2차 대전을 좋아하는 밀리터리 매니아들에게 상당히 메리트가 있는 게임입니다.
 
등장하는 무기는 독일, 영국, 소련, 미국, 이탈리아에서 사용했었던 무기들로, 다양한 무기들을 재현해 놓았습니다. 2차대전 게임 때 각국이 사용했던 라이플, 서브머신건, 스나이퍼 라이플, 머신건 등이 대부분 구현되어 있으며, 총기들은 각각 고유의 능력치(데미지, 사용하는데 드는 행동 포인트, 연사력, 사거리 등)를 가지고 있습니다. 총기뿐만 아니라 단검류나 수류탄, 대전차무기까지 다양한 종류가 등장하며, 이 점은 2차 대전물을 좋아하는 유저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요소입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추축군으로 일본을 고를 수 있지만 일본의 총기는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그리고 총기의 능력치 설정이 약간 이상한 편입니다. 특히 총기 밸런스에 약간 문제가 있어, 근접전에서 권총이 지나치게 강력하다는 것과, 라이플의 데미지가 생각보다 매우 낮다는 점, 대전차 무기의 활용이 너무 떨어진다는 점도 아쉬운 점입니다. 그래도, 총기 밸런스 부분은 확장팩에서 많이 개선 되었으므로 그나마 낫지만, 원본도 패치 형식으로 밸런스를 보완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지....

후반에 이런 놈들이 등장하면 당황스럽다.
 
하지만 이 게임이 밀러티리 매니아를 위한 게임이라고 하기엔 좀 뭣한게, 게임이 후반으로 흘러갈수록 분위기가 이상해집니다. 듣도보도 못한 괴이한 총기가 등장하고 이족보행 로봇이 등장하기도 하며, 레이져 총에다 심지어 하늘을 나는 로봇까지 등장합니다. 초중반까지 밀리터리 2차대전물이라고 믿고 플레이 해온 유저들은 뒤통수를 맞는 듯한 배신감을 느낄 지도 모릅니다. 메달 오브 아너를 하다가 갑자기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으로 넘어가는 느낌이랄까요...
 
물론 재기드2 에서도 공상과학적인 무기와 에어리언들이 등장하지만, 이런 SF 적인 요소를 싫어하는 유저들을 위해 옵션에서 등장하지 않도록 끌 수도 있습니다. 또, SF적인 요소들은 게임의 메인스토리에서 벗어난 보너스적인 요소라서 게임에 큰 영향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일런트 스톰은, 팬져클라인이 라 불리는 이족보행 로봇이 스토리에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터라 SF를 싫어하는 유저라도 피해갈 수 없습니다. 아마 제작진은 인기있는 2차 대전 배경에, 나치독일의 비밀무기 같은 SF 적인 요소를 적절히 짬뽕해서 유저들의 흥미를 끌려고 했던 모양인데, 솔직히 초중반까지 잘나가다가 갑자기 삼천포로 빠지는 느낌을 줍니다.
 
이 팬져클라인이 게임에 더욱 흥미를 부여하는 요소였으면 좋았을텐데 그렇지도 않습니다. 일단 이 놈이 적으로 등장하면 잡는게 너무 짜증나고 (왠만한 총기에 데미지를 입지 않음), 아군이 타고 미션을 수행하면 미션이 너무 쉬워집니다. 더구나 이동속도는 속 터지게 느리고, 스나이퍼 무기가 아니라면 의외로 사거리도 짧아서 게임 진행이 답답해집니다. 이 놈이 등장하기 전까지 팽팽하게 유지되던 밸런스가 일거에 무너지는 느낌이랄까요... 실제로 팬져클라인이 등장하는 부분에서 게임을 접는 유저도 많다고 합니다.
 
보병보다 좀 더 강한 적을 등장시키고 싶었다면, 차라리 실제 존재했던 장갑차나 탱크를 넣는게 어땠을지... 3D 기반의 게임이니만큼 탱크나 장갑차의 재현이 재기드2보다 쉬웠을텐데, 이런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게 아쉽습니다.

예술적인 포즈의 시체
 
사일런트 스톰은 풀3D 게임이라, 줌인 줌아웃 회전이 자유롭습니다.
그래픽도 안티 풀옵을 주면 상당히 깔끔한 모습을 보여주며, 3D의 장점을 이용해 유닛들의 동작이 자연스럽습니다. (참고로, 이 리뷰에 쓴 스샷은 중하옵으로 찍었습니다. 사양의 한계...;; 실제 게임 그래픽은 훨씬 좋습니다.) 하지만, 그래픽보다 훨씬 눈에띄는 요소가 있으니 그건 바로 물리엔진 입니다. 하프라이프2 같은 FPS 에서나 쓰였던 물리엔진이 쓰일줄이야 예상을 못했습니다만, 물리엔진은 사일런트 스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일단 총에 맞았을때의 반응이 상당히 리얼하고 다채로우며, 타격감도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더구나 물리엔진이 눈요기거리에만 그치는 것만이 아니라 게임의 전술에도 상당히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데, 총을 맞고 넘어지는 시체에 부딪힌 유리창이나 나무 울타리가 부서지기도 하며, 높은 곳에서 총을 맞아 넘어지는 적이 추락하기도 합니다. 더구나, 강력한 총기의 경우 벽을 부술 수도 있어, 벽 너머의 인기척을 듣고 벽을 향해 총을 난사해 적에게 데미지를 주는 것도 가능하고, 다른층의 천장이나 바닥을 뚫고 사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더구나 건물의 경우 폭발의 데미지와 범위에 따라 리얼하게 부서지게 되며, 건물의 토대가 심하게 부서지면 건물의 일부나 전체가 무너져 내리기도 합니다. 즉, 멀쩡히 서 있는 고층 건물을 완전히 내려앉히는 것도 가능한데, 이는 이전의 턴제 전술 게임에서 보기 힘든 요소입니다. (재기드2에선 C4로 건물 벽에 구멍을 내는 정도는 가능하지만, 엔진의 한계로 그 이상은 불가능했죠.) 사일런트 스톰은 그야말로 3D 그래픽과 물리엔진의 장점을 최대로 활용한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는야 조선의 건아, 김숙!
 
전술성에 있어서 재기드2 보다 향상된 점이 많습니다.
 
사일런트 스톰에선 재기드2에서 그다지 쓸모없었던 근접 공격, 무기 던지기, 저격 같은 부분이 상당히 강화되었습니다. 재기드2의 경우 적에게 가까이 접근하는것 자체가 어려웠고, 접근하다가 인터럽트라도 걸리거나 한턴 내로 못 죽이면 다음 턴에 자기가 죽기 때문에, 모통이를 돌다가 딱 마주칠때 정도 아니면 근접전투는 무용지물에 가까웠습니다. 또 무기 던지기 역시 총을 쏘는 것 보다 매우 비효율적이라 매장당한 스킬이었고, 저격은 비교적 쓸만하긴 하지만 사거리보다 시야가 훨씬 짧아 비효율적인건 마찬가지였습니다.
 
반면, 사일런트 스톰에선 하이드 스킬이 있어 적에게 접근하기가 좀 더 용이해졌습니다. 마치 D&D의 도둑이 백스텝을 하는 것처럼, 적에게 몰래 접근해 소리없이 목을 따는게 가능해졌습니다. (재기드2에선 발소리 죽이긴 가능하지만 하이드는 불가능) 또, 접근하기가 용이해진 만큼 무기 던지기 스킬도 매우 유용해져, 총질만이 아닌 다양한 전술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근접공격과 무기 던지기는 소음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은밀히 잠입해 적을 하나씩 제거하는 전술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저격 역시 상당히 유용해졌으며, 스코프를 단 총기를 쓸 경우 저격 모드로 시야를 확장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볼 수 있는 시야 거리는 상당히 증가하지만 시야 폭은 좁아지게 된다는게 현실적입니다. 적에게 스코프로 조준을 할 경우 몇턴에 걸쳐 조준을 계속 할 수 있으며, 오래 조준할수록 명중률이 증가하게 되며, 스나이핑 스킬이 높은 경우 남은 체력에 관계없이 즉사시킬 수도 있습니다. 다만 조준 중에 적이 시야가 닫지 않는 곳으로 잠깐이라도 들어가면 조준이 취소됩니다.
 
근, 중거리 총질이 대세였던 재기드2와는 달리, 초장거리 저격이나 근전접까지 나름대로 유용해서 자신에게 맞는 다양한 전술을 활용할 수 있으며, 물리엔진 덕분에 지형지물도 적절히 활용할 수 있어서, 전술성에 있어서 재기드2보다 우수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재기드2에 비하면 전략성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

하지만 전술성이 우수한 대신, 전략 부분은 많이 희생되었습니다.
재기드2가 명작으로 인정되는 이유중 하나가, 전술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전략성이 상당히 우수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총질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용병을 월급을 주고 고용하고, 금광을 점령해 자금원을 확보하고, 자경단을 육성해 적의 공격을 방어할 수도 있었습니다. 맵상의 자유도도 상당히 높아 자신이 원하는 지역으로 원하는 시간에 공격할 수 있었고, 특정 지점을 점령하는 것에 따라 다양한 영향을 받았습니다. 더구나 만나는 다양한 NPC들과 다양한 상호작용을 할 수도 있어, 이들에게 친절히 대하거나 협박을 하거나 뇌물을 줘서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복합장르란게 무엇이지 확실히 보여주는 게임입니다.
 
반면, 사일런트 스톰에서 이런 전략적인 요소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정규군이라 그런지 월급같은 것 없이 원하는 대원을 마음대로 선발해서 배정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나 돈의 개념은 없고, 미션도 분기라는게 없으며, 미션의 밤낮이나 공격방향은 랜덤하게 정해질 뿐입니다. 적이 아닌 NPC는 존재 의미가 없으며 그냥 아군에게 혼란만 줍니다. 한마디로 전투는 재미있지만, 전투 이외엔 재미를 찾을 만한 요소가 거의 없습니다.
 
그나마 미션이라도 충실하면 좋았겠지만, 미션 구성도 단순한데다 너무 짧습니다. 재기드2 처럼 긴 플레잉타임을 바란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이제 좀 레벨이 올라서 할만해졌네' 라고 생각될 무렵에 뜨는 엔딩만큼은 피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나마 플레잉 타임을 늘리기 위한 랜덤미션이 존재하긴 하지만, 맵 수가 상당히 적고 나오는 적들이 약해, 레벨 노가다 이상의 의미는 없습니다. 엔딩을 보면 후련하다기 보단 '아니 벌써 끝이야!?' 라는 감상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건 좀...;; 재미는 있지만, 전체적인 볼륨이 부족하다고나 할까요....

칼 한자루에 모든 것을 건다.
 
사일런트 스톰에서 또 하나 주목할만한 점은, 확실한 병과 구분에 있습니다.
 
솔져, 스나이퍼, 스카웃, 그레네이더, 엔지니어, 메딕 이렇게 6개의 병과가 존재하며, 하나의 분대에 6명까지 넣을 수 있기 때문에, 각 직업별로 한명씩 배정할 수 있습니다. 모든 병과는 각각의 특징과 역할이 있습니다. 체력이 높고 기관총과 같은 연사 무기를 잘 다뤄 최전방에서 맵집 역할을 하는 솔져, 초장거리에서 적을 하나씩 제거할 수 있는 스나이퍼, 정찰과 은신과 암살에 능한 스카웃, 수류탄 투척과 대전차병기를 다루는데 뛰어난 그레네이더, 잠긴 문을 따고 부비트랩을 제거하고 기계를 잘 다루는 엔지니어, 아군의 부상을 치료하고 마약(..)을 놓아 일시적으로 체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메딕, 이렇게 각 병과의 특징이 확실히 드러나 있어 협동플레이가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캐릭터의 능력은 능력치와 스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능력치는 사격술, 은신술, 투척술 등 캐릭터의 능력을 수치로 나타낸 것으로, 관련 능력을 사용하면 할수록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이 점은 재기드2 와 동일한 부분) 스킬은 이 게임의 독특한 요소로, 마치 디아블로2의 스킬트리처럼 병과마다 스킬트리가 존재하며, 레벨업을 할 때 마다 원하는 스킬을 올릴 수 있습니다. 모든 스킬은 패시브 스킬이며, 어떤 스킬을 찍느냐에 따라 같은 병과라도 판이하게 다른 직업으로 키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엔지니어라면, 각종 총기와 중화기를 잘 다루는 엔지니어, 부비트랩 설치와 제거에 능한 엔지니어, 팬져클라인 조종에 능숙한 엔지니어 등 취향에 맞게 다양하게 키울 수 있습니다. 스킬트리가 복잡한데다 게임 볼륨 상 모든 스킬을 마스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므로, 자신의 전술에 맞춰 원하는 스킬을 키우는 쪽으로 육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병과 구분에 따른 협동플레이와 개성있는 캐릭터 육성은 꽤 흥미있는 요소지만, 최상위 스킬을 한두개 찍고 슬슬 재밌어질 무렵에 게임이 끝나는 짧은 플레잉 타임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랜덤 미션으로 놀아보려 해도, 랜덤 미션에서 등장하는 적의 수가 너무 적어서, 고레벨일땐 별로 재미가 없습니다. 미션의 양이 2~3 배 정도만 많았더라면 참 좋았을텐데 말이죠.

이것이 센티넬. 골든팩도 나왔다.
 
사일런트 스톰은 원본인 사일런트 스톰과 확장팩인 센티넬 이렇게 두 종류가 발매되었습니다. (현재 스탠드 얼론 확장팩인 해머 앤 시클도 발매되었습니다.) 센티넬에선 제작사가 원본의 단점을 상당부분 개선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센티넬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스토리는 사일런트 스톰에서 이어지지만, 캐릭터는 이어지지 않습니다.
- 1레벨 부터 시작하며, 2차대전과 관련이 없는 스토리가 진행됩니다.
 
2. 돈의 개념이 생겼습니다.
- 주인공이 정규군에서 용병으로 바뀌면서 생겨난 변화입니다. 이제 군에서 알아서 무기를 대주던 원본과는 달리, 미션을 수행한 보상금과 여러 아이템을 줏어서 판 대금으로 원하는 무기나 탄약을 구매하고 동료를 고용해야 합니다.
 
3. 원하는 미션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 미션마다 난이도나 보상금이 다릅니다. 모든 미션을 해볼 수는 없고, 보통 제시되는 미션 중 몇개를 완수하면, 특정 미션이 등장하는 형식입니다.
 
4. 주인공이 선택할 수 있는 국가 중 일본과 이탈리아가 제외되었습니다.
 
5. 추축군과 연합군 캠페인이 따로 있지 않고 하나의 캠페인만 제공됩니다.
 
6. 미션의 구성이 다채로워 졌고, 이벤트씬이 많아졌습니다.
- 비교적 평이했던 원본의 미션과는 달라, 꼬불꼬불한 지하도에서의 싸움이라던가, 밀려오는 적들을 방어하는 미션 등, 다채로운 미션이 제공됩니다. 또, 대화와 이벤트씬도 증가했습니다.
 
7. 추가적인 무기가 제공됩니다.
- AK47 과 같은 2차대전 이후에 개발된 무기도 등장합니다.
 
8. 캐릭터는 옷을 갈아입을 수 있습니다.
- 원본에서는 한번 정한 스킨을 변경할 수 없었지만, 센티넬에선 돈을 주거나 미션 중에 얻은 옷을 입을 수 있습니다.
 
9. 무기의 내구력이 생겼습니다.
- 전작에서 무기는 무한으로 쓸 수 있었지만, 센티넬에선 내구도가 존재하며, 내구도가 닳은 무기는 잼 현상(탄피가 걸리는 현상)이 종종 벌어집니다. 수리할 수도 있지만 최대 내구도는 지속적으로 떨어집니다.
 
10. 무기 밸런스가 변했습니다.
- 너무 강했던 권총이 약해지고, 약했던 라이플이 강해졌습니다. 너무 데미지가 약했던 Light 급의 수류탄의 데미지가 강화되었고, 대전차무기가 팬져클라인에게 데미지를 잘 입히도록 변경되었습니다. 그 외에 세세한 변경점이 많으며, 전체적으로 무기밸런스가 좀 더 좋아졌습니다.
 
11. 공격에 맞은 상대의 리액션이 다채로워졌습니다.
- 헤드샷을 당할 경우 머리가 날아가고, 다리를 맞으면 일시적으로 넘어지기도 합니다. 또, 공격을 맞을 경우에 발행하는 페널티가 글자로 떠서 알아보기 쉽게 되었습니다. (AP 감소, 눈이나 귀가 멈, 무기를 떨어뜨림, 팔을 다침, 마비, 출혈 등)
 
12. AP탄, HP탄의 개념이 생겼습니다.
- 재기드2의 영향인 듯...
 
13. 팬져클라인의 밸런스가 더욱 좋아졌습니다.
- 팬져클라인을 대전차무기로 잡기가 수월해졌고, 강력한 총기에 좀 더 데미지를 입도록 변경되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밸런스 파괴에 가까웠던 전작에 비해 잡기가 수월해졌습니다.

 
한마디로 센티넬은 사일런트 스톰에 전략성을 보강하는데 주력한 확장팩입니다. 여러가지 복잡해진 만큼 난이도는 좀 더 상승했으며, 여러가지 신경쓸만한 요소가 많아졌습니다. 물론 재기드2에 비하면 무척 단순한 구성이지만, 사일런트 스톰 원본에 비하면 여러가지 비약적으로 발전한 확장팩입니다.
 
하지만, 미션의 분량은 여전히 적은 편으로, 원본처럼 할만해졌다 싶으면 엔딩이 뜹니다. ;;
차라리 1레벨부터 시작하지 말고, 원본~확장팩으로 죽 이어지는 긴 분량의 미션을 제공했으면 어쨌을지... 플레잉 타임이 짧고 랜덤미션의 갯수가 얼마 없다는 단점은 원본과 마찬가지입니다.

  후속작이 기다려지는 게임.
 
사일런트 스톰은, 재기드 얼라이언스 시리즈의 제대로 된 후속작이 발매되지 않았고, 엑스컴의 후속작들이 죽을 쑤는 가운데 나타난 게임이라, 정말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던 게임이었습니다. 여러가지 부분에서 어설픈 면이 보이지만, 물리엔진의 활용과 캐릭터 육성의 재미는, 재기드2에서 느낄 수 없었던 사일런트 헌터만의 독특한 재미를 보여줍니다.
 
턴제 전술게임의 매니아라면 필히 해볼 만한 게임이며, 턴제 전술게임에 입문할 생각이 있는 유저라면 재기드 얼라이언스 보다 추천할만한 게임이라 생각합니다. (재기드는 확실히 잘 만든 게임이지만, 너무 복잡한 점이 입문자에겐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 점에서 사일런트 스톰은 비교적 단순한 편이라 적응이 쉬운편이죠.) 그리고, 현재의 단점들...특히 볼륨 부족을 보완해서 좋은 후속작을 내 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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