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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리뷰]

[리뷰] Axis & Alles. 2차대전 보드게임을 PC로...

by 구호기사 2008.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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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시스 & 얼라이즈 (이하 A&A)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게임으로, 장르는 RTS입니다. 2차대전 기반의 RTS라면 바로 생각나는 것이 서든 스트라이크나 블리츠크릭 같은 게임이지만, AA는 동명의 보드게임을 기반으로 해서 만들어진 게임이며, 타임게이트에서 예전에 발매했던 코헨(Kohan)의 시스템을 상당 부분 차용하고 있습니다. 코헨을 해봤던 유저라면 AA에 바로 적응할 수 있을 정도로 시스템이 흡사하지만, 이런 시스템의 게임을 처음 해보는 유저라면 약간 당황할 수 있을정도로 독특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코헨... 한글화 정발까지 했지만 아는 사람이 있으려나...
 
코헨은 당시 발매했을때 무척 독특한 시스템으로 인해 일부 유저들에게 호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게임웹진에서의 평가도 좋았지만, 결정적으로 너무 매니악한 데다 그래픽과 사운드가 당시 게임 수준에서도 떨어지는 편이라 흥행은 안좋았습니다. 더구나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높은 가격때문에 국내에서 외면받은 작품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어느정도 성공했고, 코헨의 독특한 시스템은 코헨2...그리고 여기서 리뷰하는 A&A까지 계승되었습니다.
 
코헨의 특징적인 시스템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모든 유닛은 유닛 개개가 아니라 부대단위로 생산되고 움직입니다.
2. 적과 만나면 자동적으로 전투가 진행되며, 후퇴와 진형변경 외엔 컨트롤 할 수 없습니다.
3. 자동적으로 싸우다가 사기가 떨어지면 알아서 후퇴합니다.
4. 모든 손상받은 아군 유닛들이 보급영역 안에 있으면 자원소모없이 자동적으로 회복되며, 부대 내의 죽었던 유닛들도 보충됩니다. (즉 궤멸적인 피해를 입어도 한명만 살아서 도망치면 원상복구 가능합니다.)
5. 이동 속도와 전투 효율에 차이가 있는 3가지 진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5. 금을 제외한 자원은 누적되지 않으며, 오직 + - 업킵치로만 존재합니다. + 일때 별 영향이 없지만, - 업킵이 되면 모자란 자원만큼 금이 소모됩니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가 있지만 핵심적인 특징들은 이와 같으며, 이런 시스템들은 고스란히 A&A에도 계승되었습니다.

발컨도 게임 할 수 있다.
 
C&C의 성공 이후, RTS에선 컨트롤 승리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스타크래프트의 성공 이후 그런 경향이 너무 뚜렷해져, 무빙샷, 일점사 같은 다양한 컨트롤들이 RTS를 즐기는데 필수불가견한 능력이 되었습니다. 이런 컨트롤은 섬세한 조작으로 전세를 역전시키는 쾌감을 부여하긴 하지만, 손이 딱딱하게 굳은 유저들은 머릿속에 아무리 기발한 전략이 있더라도 제대로 운용하기 힘들어집니다. RTS란 장르가 가지는 특징이자 한계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때문에 어려운 장르라는 인식이 많이 퍼지게 되었습니다.
 
A&A는 모든 전투를 자동화시켜 프로게이머가 컨트롤하는 부대든, 일반 유저가 움직이는 부대든 게임 내에서 비슷한 성능을 보여줍니다. 때문에, 유저들은 세밀한 마이크로 컨트롤에 의존하기 보단, 부대를 언제 전투에 투입시키고 언제 뺄 것인가, 군대를 어떤 병과로 구성할 것인가 같은, 좀 더 거시적인 전략에 집중하게 해 줍니다. 마치 턴제 전략 게임에서 군대가 언제 어디서 적군과 교전을 벌일지가 중요하지, 군대 내의 병사 하나하나를 컨트롤 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A&A의 기본 시스템은 코헨의 것을 그대로 따르고 있으므로, 이런 특성 역시 A&A에 고스란히 구현되어 있습니다. 다만, A&A의 경우 야포의 강제사격 시스템 등이 추가되면서, 코헨보단 컨트롤의 중요성이 커진 편입니다.

좁은 다리를 사이에 둔 치열한 교전
 
그렇다고 해서 A&A의 시스템이 RTS의 재미를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
앞서 말했듯이, AA에서도 손상돤 부대가 보급선 안에 안전하게 있으면 조금씩 회복됩니다. 때문에, 적군을 궤멸시켰다 하더라도 방심하고 시간을 넉넉히 주면, 전멸직전의 적부대가 완전히 회복되어서 다시 공격오게 됩니다. 또, 한 자리에 오래 있는 부대는 자동적으로 참호를 파 방어력이 상승하므로, 적이 약할땐 시간을 주지 않고 밀어붙이고, 아군이 약할 땐 시간을 버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렇게 시간의 컨트롤이 중요한 게임이니만큼, 속도가 빠른 장갑차가 중전차보다 큰 역할을 발휘할때도 있고, 적의 후방에 떨어뜨린 공수부대 하나가 다수의 전차부대 이상의 효과를 낼 때도 있습니다.
또, 부대가 보급선 안에 있으면 회복되지만, 그 부대 구성원이 전멸할 경우 부대 자체가 사라지게 되므로 적의 패잔병을 소탕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적의 퇴각경로에 아군의 부대를 보내 협공을 한다던가, 포위망을 구성하고 적의 보급선을 끊는 등, 다양한 전술적 선택이 필요합니다. 또, 코헨에 없던 장거리 포격과 공중 폭격, 공수부대 투하 등을 이용해 전술에 좀 더 융통성을 발휘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유닛들의 상성관계가 확실해 어떤 병과로 부대를 구성하느냐는 것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엄청나게 비싼 중전차 부대라 하더라도, 값싼 대전차 보병 몇 부대에게 진격이 막히는 경우가 허다하며, 화면을 가득 매운 보병부대라 하더라도 좁은 길목에서 야포와 박격포의 집중포화를 받는다면 버틸 수가 없습니다.  즉, AA는 유닛의 세세한 컨트롤은 무시한 대신, 부대 단위의 전술적인 운용을 중시한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막의 여우라고 불렸던 에르빈 롬멜
 
A&A에선 실존 장군들을 지휘관으로 삼아, 장군들만의 독특한 스킬을 이용해 전세를 바꿀 수 있습니다.
에이지 오브 미솔로지의 신들의 능력과 흡사한데, 게임 중 시간이 흐르면 스킬 포인트가 점점 누적되며, 포인트가 일정 수치 이상이 되면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이젠하워, 몽고메리, 롬멜, 주코프, 야마모토 같은 실존 장군들을 선택해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독특한 스킬들을 사용한다는 것 만으로도 2차대전 매니아에겐 상당한 흥미거리를 부여해줍니다. 각 국가는 4명의 장군이 있는데, 장군마다 스킬이 조금씩 다릅니다. 예를 들면, 만슈타인은 건물과 유닛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V1 미슬을 가지고 있으며, 롬멜은 일정시간 전차들의 능력을 크게 상승시키는 블리츠크릭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자신이 구상한 전략에 알맞는 장군을 선택하는 것도 게임의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각 장군들은 4가지 스킬을 가지고 있으며, 스킬을 언제 사용하는지 결정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런 점을 떠나서, 2차대전의 유명했던 실존 장군들의 CG 모델링을 보는 것만으로도 2차대전 매니아에겐 상당히 즐거운 일입니다. 이들은 건물을 선택할때마다 쉴새없이 움직이고 떠들어대는데, 이를 구경하는 것도 흥미있는 부분입니다.

도라! 도라! 도라!
 
A&A에서 추가된 또 다른 시스템은 바로 해군과 공군의 존재입니다.
이들은 게임 내에서의 비중도 상당히 높습니다. 전함은 해안을 포격할 수 있고, 상륙 부대를 생산해 상륙작전을 펼칠 수 있으며, 대공포로 적기를 격추시킬 수도 있습니다. 항모는 폭격기를 내보내 목표를 폭격하고 전투기를 내보내 적기를 요격할 수도 있으며, 특정 위치에 공수부대를 투입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들은 게임 내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지만, 따로 생산할 수는 없고 업킵을 상당히 먹는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비행장을 건설하면 공군을 운용할 수 있는데, 폭격에는 상당한 자원의 소모가 있지만, 밀집한 적에게 강력한 타격을 가할 수도 있고, 패잔병을 일소하거나 적의 보급기지를 끊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또, 공수부대를 투하시켜 후방의 보급기지나 생산기지를 교란시키고 폭파시킬 수도 있습니다. 아군 기지앞까지 대규모의 적군이 밀려 왔더라도 적 후방에 소수의 별동대나 공수부대를 투입시켜 보급기지를 끊어버리면, 적의 대군도 빠르게 무력화 시킬 수 있습니다.

새로이 등장한 변수인 도시
 
AA의 또하나의 특징은 맵 상에 늘어선 도시입니다.
 
일종의 멀티기지의 개념으로 생각해도 되는데, 도시를 점령하면 수입이 늘어나며, 도시의 영향 범위 안의 아군 유닛은 보급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또 아군의 영향 아래 들어선 도시와 보급선은 모두 시야가 확보되므로, 적군의 동태를 파악하기에도 용이합니다. 때문에, 맵 상에 흩어진 도시를 많이 점령할수록 게임을 유리하게 이끌어나갈 수 있으며, 이를 이용해 별동대나 공수부대를 이용해 적이 점령한 도시를 끊임없이 교란시키고, 아군의 중요 도시에는 포대와 벙커를 지어 방어를 굳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도시를 폭격하면 도시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마비되므로, 방어가 충실한 적의 도시를 점령하기에 앞서 적 도시를 장기간 포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런 도시 시스템은 코헨에서 직접 멀티 기지를 짓던 것과 달라진 점으로, 다른 RTS에서 보이던 멀티 확보 싸움과 흡사한 양상을 보여줍니다.

추축군의 가상 캠페인은 꽤 흥미롭다.
 
A&A의 캠페인은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연합군의 캠페인은 역사적 전투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어, 2차대전을 좋아하는 유저들에게 꽤 흥미롭습니다. 엘 알라메인 전투 에서부터 스탈린그라드 전투, 오버로드 작전, 마켓가든 작전, 미드웨이에서 이오지마까지, 2차대전에서 내노라했던 거의 모든 전투를 캠페인에서 재현해 놓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추축군의 경우 2차대전의 역사적 사실을 뛰어넘은 가상역사를 기반으로 하는 캠페인이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롬멜이 엘 알라메인 전투에서 이겨 영국군과 수에즈 운하를 두고 전투를 벌인다던가, 일본군과 독일군이 연합해서 모스크바를 함락시킨다던가, 일본군이 인도나 오스트레일리아를 점령한다던가 하는 가상 캠페인은, 예전의 2차대전 RTS 게임에서 보기 힘든 신선한 시도였습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추축군 캠페인의 끝은 미본토를 독일군과 일본군이 포위하면서 끝나며, 미국 본토에 대한 상륙작전을 다룬 미션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기왕 가상역사를 재현할거면 레드얼럿2 처럼 화끈하게 미대륙의 전투도 재현하면 좋지 않았을지...

보드게임적인 요소까지 충실히 재현
 
앞서 얘기했듯이 AA는 동명의 보드게임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때문에, 게임 내에서 World War 2 모드라 고 해서, 보드게임처럼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모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마치, 라이즈 오브 네이션의 땅따먹기 모드와 흡사하게, 유저는 군대를 생산, 배치하고, 업그레이드를 하며, 적지를 점령하고 아군의 영역을 방어합니다. 보드게임이 기반이니만큼, 라이즈 오브 네이션즈보다 훨씬 복잡한터라, 캠페인을 끝마친 유저들도 질리지 않고 도전할만한 요소입니다.
 
WW2 모드에선 모든 전투를 보드게임처럼 바로 결과를 산출할 수도 있지만, 유저가 직접 RTS 모드로 들어가 게임을 플레이 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보드게임이라면 패배가 거의 확정되는 상황이라고 해도, 유저가 RTS 모드를 선택해, 직접 전투를 이끌어 불가능해 보이는 전황을 뒤집는 일도 가능합니다. 어쨌거나 서비스격인 모드 치고는 볼륨이 충실하기 때문에 게임을 오래 즐기기에 좋습니다.

스탈린 전차와 스탈린 오르간의 환상적인 조화
 
하지만 A&A도 몇가지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큰 단점은, 게임의 시간이 상당히 오래걸리고 장기전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저들이 지루함을 느끼기 쉽습니다. 여타 RTS의 경우 실력이 팽팽한 유저들이 겨루더라도, 약간의 사소한 실수 때문에 전세가 결정되는 경우도 종종 벌어집니다. 반면, AA에선 실력이 팽팽한 유저들이 겨루게 되면 게임플레이 시간이 한없이 늘어나게 됩니다. 전체적으로 맵이 큰데다, 보급선 안에 후퇴하면 병력이 회복되는 시스템, 그리고 여타 RTS보다 잘 죽지 않는 유닛들, 느리게 쌓이는 자원 등의 요소로 인해 빠르고 화끈한 것을 좋아하는 한국유저들의 취향엔 잘 맞지 않는다는 느낌입니다.
 
또, 전투시 화면 효과는 그다지 화려하지 않고 맥빠진 느낌을 줍니다. 다수의 야포가 포격을 한다던가 폭격기가 폭격을 한다던가, 전함이 연안포격을 하는 모습도 조금 밋밋한 편입니다. 서든 스트라이크나 블리츠크릭 같은 게임에서 화려한 폭발효과에 익숙해진 유저라면, A&A는 뭔가 하나 빠진 듯한 연출 때문에 심심하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덧붙여, 발사음이나 폭발음 같은 효과음들도 밋밋하여 전투에 박력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플레이하면서 마우스 던질뻔 했던 노르망디 상륙작전
 
AA의 또하나의 치명적인 단점은 난이도가 상당히 높다는 점입니다.
 
EASY 난이도라고 해도 컴퓨터에게 시간을 어느정도 많이 허용하면, 정말 끝도없이 밀려오는 물량에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특히 캠페인 중 오버로드 작전은 짜증 나서 EASY 난이도에서 치트치고 넘겨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스커미쉬가 캠페인보다 쉽긴 하지만, 캠페인을 통해 시스템을 익히려는 초보유저들은 심각한 난이도에 좌절하기 좋습니다. 뭣보다 A&A는 자원이 무한으로 축척되므로, 방어만 하면서 시간만 끌면 알아서 자멸하는 타 RTS 게임과는 달리, 공세로 나서지 않으면 절대 이길 수 없다는게 난이도를 높이는 요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래픽 수준에 비해 사양이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뭣보다, 그래픽 옵션을 최하로 낮춰도 전혀 빨라지지 않는 점을 볼때, 그래픽카드도 그렇지만 CPU나 램의 요구사양이 상당히 높은 것 같습니다. 풀 3D로 제작된 게임이긴 하지만, 조금 지나치게 사양이 높은게 아닌지... 액트 오브 워나 C&C 제너럴처럼 화면효과가 극도로 화려한 게임이라면 이해하겠지만, 화면효과가 매우 수수하면서도 이렇게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것을 보면 왠지 화가 납니다.

그래도 2차대전 팬이라면 놓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AA는 상당히 괜찮은 게임임은 분명합니다.
 
캠페인, 스커미쉬, WW2 모드 등 볼륨이 충실해 오래 붙잡고 있을 요소가 많으며, 게임 곳곳에 삽입된 CG 동영상과 2차대전 기록필림은 그 자체로도 상당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각 국가별로 고증에 맞춰 등장하는 여러 유닛들(쾨닉스 티거, 카츄샤, SAS, 반자이 특공대...심지어 골리아쓰까지...)과 실존 장군들, 그리고 국가별 고유 스킬까지...2차대전 팬이라면 흥미를 끌 만한 요소가 많습니다. 다만, 높은 사양과 높은 난이도는 걸림돌이고, 빠르고 화끈한 연출을 좋아하는 유저라면 취향에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코헨을 재미있게 플레이했던 유저들이나, 2차대전을 좋아하는 매니아라면 추천할만한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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