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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리뷰]

[리뷰] 블러드레인2. 너무나 변해버린 그녀

by 구호기사 2008.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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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잔인해져서 돌아왔다!
 
블러드레인2는 전작의 성공에 힘입어 발매된 3D 액션 게임입니다. 시리즈물이 발매되면, 일반적으로 유저들은 '전작에 비해 무엇이 발전했고, 무엇이 달라졌는가' 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때문에, 이 리뷰 역시 전작과의 차이점과 발전상을 위주로 정리를 하게 될 것이므로, 리뷰를 읽으시기 전에 블러드레인1의 리뷰를 먼저 읽어보시면 이해에 도움이 될 듯 합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블러드레인2는 전작과 전혀 다른 게임이 되었습니다. 2차대전기의 나치와 싸우던 그녀는, 이제 1980년대 도심 속의 뱀파이어들과 싸우게 됩니다. 시대적 배경이 달라져 게임의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졌고, 시스템도 대대적으로 변화해, 주인공이 같다는 것을 제외하면 전작과의 공통점이 상당히 적은 후속작이 되었습니다.

획기적으로 발전한 그래픽
 
블러드레인2에서 가장 괄목할만한 부분은 역시 그래픽입니다. 전작에서 약간은 투박하고 수수한 그래픽 이었다면, 2탄은 대단히 선명하고 화려한 그래픽으로 변했습니다. 발전된 기술력 덕분인지, 반질거리는 가죽의 질감이라던가 리얼하게 튀는 피, 그리고 화려한 광원효과와 그림자는 분명 전작보다 크게 발전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눈에 보이는 그래픽 뿐만 아니라, 캐릭터들의 동작도 더욱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전작에서 이벤트가 벌어지면,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마네킹처럼 꼿꼿히 서서 입만 움직이며 대화를 했는데, 2탄에선 대사내용과 상황에 따라 다양한 몸 동작을 보여줍니다. (사실, 이건 전작이 좀 심하긴 했습니다. ;;) 적들은 넘어질때 맞은 공격이나 주변 지형에 따라 전혀 다른 자세로 넘어지고, 넘어진 적을 공격하면 리얼한 리액션을 보여줍니다. 또, 레인도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고 눈동자가 움직이는 등, 상당히 세세한 부분에도 신경쓴 모습을 보여줍니다.

무지막지하게 잔인한 연출들...
 
블러드레인2에서 가장 놀라운 부분은 Gore 부분의 그래픽 처리입니다. 전작에서도 일부분 구현되었지만, 2는 정말 세밀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적의 머리를 공격하면 머리가 베이고, 다리나 팔을 공격하면 팔다리가 잘려나갑니다. 이미 죽은 적의 시체를 베어버리면 베인 부분이 잘려나갑니다. 대부분의 인간형 적들은 정수리, 목, 어깨, 가슴, 허리, 무릎, 몸통(세로)을 베어버릴 수 있으며, 그에따라 적들은 상당히 리얼한 동작을 보여줍니다. 팔이 잘린 적은 비명을 지르며 상처를 감싸며 도망치며, 다리가 잘린 적은 폴짝폴짝 뛰면서 몇걸음 달려가다 쓰러져 죽습니다. 머리가 잘린 적은 바로 죽기도 하지만, 목이 날아간 몸통이 몇걸음 걷다가 쓰러지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또, 팔이 떨어져나가 도망치는 적을 쫓아가 머리를 베어버리는 등, 여러 부위을 같이 벨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베이는 부분을 세세하게 구현한 것 때문인지, 적들의 타입이 다양하지 않습니다. 전 작에서 인간형의 적들 말고도 거미형 몬스터, 기생수와 같이 생긴 몬스터, 날아다니는 박쥐형 몬스터 등 다양한 적들과 대결했다면, 블러드레인2에선 대부분의 싸움이 천편일률적(?)인 인간형의 적들과 싸우게 됩니다. 좀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블러드레인1에서조차도 몬스터의 다양성이 부족했는데, 2탄은 더욱 퇴보했습니다. 때문에, 적들은 몽둥이를 휘두르거나 이단옆차기를 하거나 총을 난사하거나 달려와서 자폭하거나 해도 전부 똑같은 인간형 적들만 나오는터라, 게임이 진행되면 식상함을 느끼게 됩니다. 물론 적들의 스킨은 다릅니다만...패턴은 거의 변하지 않습니다.

한참 싸우는 중에 시야가 이렇게 변하면...;
 
블러드레인2에서 가장 크게 변한 점은 시스템입니다. 완전히 처음부터 끝까지 뜯어고쳐, 전작과 전혀 다른 게임을 만들어 버렸습니다.
 
첫째로, 가장 크게 변한 부분은 이동과 시야 조절 부분입니다. 블러드레인1의 경우 3인칭 액션 게임이지만 FPS와 흡사한 조작이었습니다. 때문에, 언제나 레인의 뒷모습만 봐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컨트롤이 상당히 직관적이었고 옆걸음과 후진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반면 블러드레인2는 이동버튼(혹은 좌 아날로그 스틱)만으로 조종을 하며, 마우스(혹은 우 아날로그 스틱)는 단순히 유저 카메라의 시점을 조절하는데만 쓰입니다. 이렇게 시야조절이 독립된 대신, 락-온 버튼이 생겨나 적 하나를 고정시켜서 바라볼 수 있게 했습니다. 때문에, 여전히 옆걸음이나 후진도 가능하며 카메라가 휙휙 돌아가는 상황에서도 적 하나를 놓치지 않고 공격할 수 있게 변했습니다. 화려한 액션을 옆이나 앞에서도 감상할 수 있는 건 장점이지만, 종종 카메라 시점이 난감하게 변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생겨버렸습니다. 한참 적과 교전 중인 바쁜 상황에서도 일일이 카메라 시점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건, 유저에게 있어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닙니다.

다른게임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변했다.
 
레인의 액션도 대대적으로 수정되었습니다.
전작에선, 이동과 공격이 분리되어 있어서 공격 중에도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했습니다. (FPS 게임에서 나이프같은 근접무기를 움직이면서 쓸 수 있다는 걸 연상하시면 이해에 도움이 될 듯 합니다.) 반면, 블러드레인2에선 일반적인 3인칭 액션게임과 같이 공격 시 정지상태로 변하며, 공격 모션이 끝나기 전까진 이동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또, 베기와 킥 버튼이 분리되어서, 베기공격이나 킥공격만의 콤보도 가능해졌습니다. 락-온 버튼의 지속 유무, 혹은 레버의 입력 유무에 따라 공격 모션과 판정이 변하게 되어, 전작보다 다채로운 패턴으로 공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푼을 이용한 공격도 더욱 다채로워졌습니다. 전작에서 하푼은, 단지 멀리 있는 적을 끌어당겨 흡혈하는 용도로 밖에 쓸 수 없었습니다만, 블러드레인2에선 적을 하푼에 맞춘 뒤 원하는 방향으로 날려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신, 끌어당겨 흡혈하는 시스템은 사라졌습니다.) 이렇게 변한 하푼 시스템은 게임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적을 배경에 있는 특정 장소로 날려보내면 전용 컷씬과 함께 특정 리액션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적을 벽난로에 날려보내 통구이를 만들 수도 있고, 그라인더에 날려보내 갈아버릴 수도 있습니다. 벽에 장식된 창날에 날려보내면 꼬치가 되어버리며, 전기제품에 날리면 감전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시스템을 이용해 적을 더욱 쉽게 제거할 수도 있으며, 또 특정 장소에선 반드시 이 방법을 써야만 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은 이미 소울리버 등에서 써왔기에 특별히 독창적이진 않지만, 배경 오브젝트에 따라 상당히 다채로운 구성을 보여주며 전용 컷씬까지 보여주므로, 상당히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아무도 맞아주지 않는 비운의 기술...
 
액션이 복잡하고 다채로운 것과, 게임이 재미있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블러드레인2의 기본적인 콤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베기 - 베기 - 베기
킥 - 킥 - 킥
(레버입력) 베기 - 베기 - 베기
(레버입력) 킥 - 킥 - 킥
(락온) 베기 - 베기 - 베기
(락온) 킥 - 킥 - 킥
(락온) (레버앞) 베기 - 베기 -베기
(락온) (레버앞) 킥 - 킥 - 킥
(락온) (레버뒤) 베기 - 베기 - 베기
(락온) (레버뒤) 킥 - 킥 - 킥
 
액션게임을 어느정도 해 보신 유저라면 바로 감이 잡히실 듯한데... 바로 베기와 킥 공격간에 연관성이 없습니다. 더 구나 모든 콤보가 3연 콤보 뿐이며, 각 콤보는 미묘한 판정 차이가 있을 뿐 별다른 특징이 없습니다. 스타일리쉬 액션게임의 시작이라 불리는 데빌메이크라이가 왜 많은 액션 유저를 열광시켰냐면, 단테의 동작이 멋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베기공격과 총기공격이 물 흐르듯 연결되는 것이 상당히 인상깊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데메크에선 적을 베다가 공중으로 띄운뒤 총으로 갈기고, 떨어지는 적을 다시 칼로 날려버린 뒤 다운된 적을 난사해 마무리 짓는 것도 가능합니다. 반면 블러드레인은 어떤 적이 나오든 베기 3연타, 킥 3연타로 끝입니다. 가끔씩 작살을 쓰기도 하고 총기를 쓰기도 하지만, 각 액션간의 연관성은 거의 없습니다. 더구나, 베기와 킥 공격의 3연타는 모션에 약간의 차이가 있어 초반부에는 이것저것 써보면서 즐길 수 있지만, 중반부 쯤 들어서면 각 공격간의 개성이 없다보니 그냥 적당히 연타하면서 진행하게 됩니다. (그나마 차이점이라면, 킥 공격이 적의 무기를 떨어뜨릴 확률이 높다는 점) 차라리, 베기-베기-킥 이나 킥-베기-킥 이런 식의 버튼 조합을 통해, 다양한 판정과 데미지효과를 가지도록 만들었으면 어쨌을까 싶습니다.
 
덧붙여 전작에서 블러드 레이지 모드에 들어서면 모든 공격의 패턴이 변해, 상당히 멋진 동작을 보여주지만, 블러드레인2에서 블러드 레이지 모드에 들어서봤자 공격력과 방어력만 증가할 뿐 패턴이 변하지 않습니다. 그나마, 게임 중반부에 얻는 블러드 퓨리 모드를 쓰면 3연타에서 4연타로 변하지만 단지 그 뿐... 마무리 4연타의 동작은 언제나 동일하며, 블러드 퓨리모드를 쓸 기회도 제한적이라서 액션이 단순한건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블러드레인2는 상당히 긴 시간동안 똑같은 3연타 만으로 게임을 진행하게 되어, 게임이 단순하고 지루한 느낌을 줍니다.
 
공격의 판정도 좀 어이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블러드 퓨리 모드에서 킥 4연타를 하면 마지막타는 마치 카포엘라를 하듯, 멋진 회전 발차기를 보여줍니다. 문제는 블러드 퓨리 모드 발동한 뒤, 아무 킥이나 한대만 맞추면 바로 적이 멀리 날아가버린다는 것. -_-; 즉, 아무리 멋진 회전발차기를 시도하더라도 적에게 맞출 기회가 없습니다. 저 공격을 적에게 맞추고 싶다면 일부로 3연타를 헛치고 4연타를 맞추거나, 킥을 맞아도 날아가지 않는 보스에게나 쓸 수 밖에 없습니다.
 
고질적인 타격감 문제도 별로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에너지가 적은 적의 경우, 한두번 베면 바로 몸이 썰리기 때문에 나름대로 '공격이 데미지를 줬다' 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에너지가 많은 적의 경우 맞아도 히트백과 경직이 상당히 적어 데미지가 들어갔는지 안 들어갔는지 파악이 어렵습니다. 경직이 적다보니 공격을 전부 맞춘 뒤에 반격을 받는 경우도 허다하며, 적의 공격모션이 나오는 도중에 레인이 공격을 하면 서로의 공격이 몸을 통과하는 황당한 광경도 종종 벌어집니다.

미용을 위해 샤워나 할까?
 
흡혈 시스템도 전작에 비해 여러가지로 변경되었습니다. 전작에선 단순히 체력을 채우는 용도로만 사용되었지만, 블러드레인2에서는 흡혈 중 특정 버튼 입력으로 다양한 페이탈리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배를 찔러 피샤워를 한다던가, 목을 발로 부러뜨린다던가, 주사기로 피를 빼내 죽이기도 합니다. 페이탈리티의 종류는 상당히 다양해서, 앞이냐 뒤냐에 따라 모션이 달라지며, 또 버튼 입력으로 다른 모션의 페이탈리티를 쓸 수도 있습니다. 마치 모탈컴뱃을 연상케 하는 이 연출은 단순히 구경거리에만 그치지 않고 게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적을 잔인하게 죽이는 페이탈리티를 쓰면, 레인의 블러드 게이지가 상승하게 되며, 주사기로 피를 빨아내는 페이탈리티를 쓰면 레인의 총탄 수가 늘어납니다. 단, 페이탈리티를 쓰면 흡혈의 체력흡수량이 줄어들므로, 상황에 따라 끝까지 흡혈을 할지 페이탈리티를 쓸지 결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전작과 다른 점은 근접무기를 든 적은 흡혈을 방어할 수 있는데, 전작에서 흡혈을 방어하던 나치장교들은 단순히 가드포즈만 취한 반면, 2탄에서 흡혈을 방어하는 적들은 바로 반격을 가해 데미지를 입힙니다. 이 데미지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데다, 흡혈의 체력흡수량은 전작보다 크게 줄어들었고, 흡혈중에 다른 적의 공격을 맞으면 전작보다 훨씬 큰 데미지를 입기 때문에 전작보다 난이도가 상당히 상승한 느낌입니다.

나에게도 적의 공격이 보여!
 
흡혈귀의 특권이라고 할 수 있는 모드도 크게 변했습니다. 전작에 있던 오라, 슬로우, 블러드, 천리안 모드 중, 무용지물에 가까웠던 천리안모드가 삭제되고 다른 세가지 모드는 더욱 강화되고 다양해졌습니다. 예를 들자면, 초반에 모든 시간을 느리게 만드는 슬로우 모드를 쓸 수 있는데, 게임이 진행되면 적만 느려지고 레인은 보통의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슈퍼스피드 모드를 쓸 수 있게 됩니다. 게임이 막바지에 이르면, 적은 정지상태로 굳어버리고 레인만 혼자 움직이는 프리즈 모드까지 쓸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각 모드는 총 3단계로 추가 모드가 생기므로 총 9가지의 모드를 쓸 수 있게 됩니다.
 
단, 전작에서는 블러드 모드를 제외하면 블러드 게이지를 소모하지 않았지만, 블러드레인2에선 오라모드를 제외한 모든 모드가 게이지를 소모하도록 변경되었습니다. 때문에, 더욱 다채로운 모드를 쓸 수 있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체감 난이도가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전작보다 블러드 게이지를 모으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에, 전작처럼 모드를 남발할 수는 없고 필요할때 조금씩 아껴써야 합니다.

거치 기관총을 쓰는 장면은 마치 FPS 게임을 연상케 한다.
 
총기도 변했습니다. 전작에서 레인은 적군이 떨어뜨린 총기를 획득해서 쓸 수 있었지만, 블러드레인2에선 정해진 총기 하나만을 쓸 수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이 총은 일반적인 탄환을 쓰지 않고 피를 총탄으로 사용합니다. 때문에, 흡혈 중 페이탈리티로 총알을 충전하는게 중요하며, 잔탄이 없을땐 레인 자신의 피를 이용해 총을 쏘게 되므로 총을 쏠때마다 체력이 닳게 됩니다.
 
어찌보면 신선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2탄의 총기 시스템은 실패작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총기를 이용해 적을 공격하면 블러드 게이지가 차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굳이 총기를 써서 싸우기보단 가까이 붙어서 적을 썰어버리거나 발차기로 날려버리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또, 총기의 데미지가 워낙 약해 적 한두명을 잡는데도 잔탄을 모두 써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며, 또 잔탄이 없을 경우 바로 체력이 죽죽 닳게 되므로 붙어서 싸우니만도 못한 결과를 낳을 때도 많습니다. 물론 레인이 도달하기 힘든 곳의 적을 처리해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 경우 작살이라는 걸출한 무기가 있기에 굳이 총기를 쓸 필요성을 느끼기 힘듭니다. 대부분의 보스전은 총기의 데미지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으며, 자코들을 처리하기도 너무 비효율적이라 결국 후반에 화염방사기 같은 강한 화력을 가진 총기로 진화하기 전엔 거의 쓰지않게 됩니다. (그런데, 진화해도 블러드 게이지가 안찬다는게 워낙 치명적이라 여전히 잘 안쓰입니다. ;;) 즉, 총기로 싸우고 흡혈로 총탄을 채우기보단, 그냥 근접공격으로 싸우고 흡혈로 체력과 블러드 게이지를 채우는 쪽이 훨씬 효율적이고 쉽기 때문에 총기는 거의 버려지게 됩니다.
 
또, 전작에선 루거, MP40, 팬져 슈렉 같이 2차대전에서 독일군이 쓰던 다양한 실존 총기들이 등장했지만, 2탄에선 피를 총탄으로 쓰는 가상 총기가 등장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단순해졌습니다. 저격총과 수류탄 타입의 무기는 아예 2탄에서 등장하지 않아 총기 종류의 다양성도 떨어지며, 락-온 버튼의 존재 때문인지 2타겟을 동시에 총으로 공격하는 시스템도 사라져, 전작보다 스타일리쉬적인 면에서도 퇴보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총기시스템은 차라리 1탄이 낫다는 느낌입니다.

페르시아의 뱀파이어
 
주변의 지형지물을 이용한 액션은 전작보다 크게 늘어났습니다. 평행봉처럼 봉을 잡고 회전한 뒤 먼곳으로 점프한다던가, 기둥을 잡고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던가, 경사진 난간 위에서 미끄러지듯 내려오는 모션은 모두 2탄에서 추가되었습니다. 전작에서는 점프액션에만 치중했지만, 2탄은 지형지물을 이용한 이동이 상당히 강조되어 게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 공격수단으로도 쓸 수 있는 점도 흥미로운데, 철봉을 잡은 상태에서 회전하면 가까이 있는 적은 킥에 맞고 날아가며, 기둥이나 철봉을 잡은 상태에서 거꾸로 매달려 총을 쏠 수도 있습니다. 또 난간에서 미끄러지면서 내려오는 도중에 칼날을 내밀어 난간 근처의 적을 썰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이런 요소는 비교적 단조로웠던 게임 플레이에 활력소가 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난이도 상승에 일조했다는 느낌을 줍니다. 특히 점프가 변한 것이 큰데, 전 작에서 레인의 점프가 붕~ 뜨는 듯한 가벼운 점프였다면, 2탄에선 점프의 속도가 빨라져서 원하는 위치에 착지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워졌습니다. 초반엔 크게 신경쓰이지 않지만, 후반부에서 점프 한번 실수로 지금까지 열심히 올라왔던 곳을 처음부터 다시 올라와야 한다는 건 썩 유쾌하지 않은 일입니다. 물론, 이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인지 너무 높은곳에서 실수로 아래로 떨어지면, 실수한 곳부터 재시작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습니다만... 버그인지 몰라도 가끔씩 떨어진채로 진행되기도 합니다.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은근히 버그가 많습니다.) 10층 건물을 올라가야 하는 미션이 있는데 9층쯤에서 점프 한번 실수로 1층으로 떨어졌다고 생각해 보시길... 보통이면 떨어진 9층에서 재시작하지만, 버그로 인해 다시 1층부터 올라가야 한다면 겜 끄고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솟아나게 됩니다. 페르시아 왕자처럼 고난이도 지형트릭 위주의 게임이 아니라, 적과 싸우는 액션 위주의 게임이니만큼 이 부분의 컨트롤 난이도를 좀 더 낮췄으면 더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자식 잡는 방법 몰라 외국 사이트까지 뒤진...
 
지금까지 내용을 종합해보면 '전작보다 난이도가 크게 상승하였다' 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자코들과 보스들의 대결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전작에서 레인은 총을 든 수십명의 독일군 사이에 홀홀 단신으로 뛰어들어, 별 피해없이 모두 도륙해버리는게 가능했던 반면, 2탄에서는 무기를 든 두셋 정도의 적이 레인을 포위하기만 해도 쩔쩔매게 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적의 단순한 공격에도 큰 경직이 생기고 심할경우 다운되기 때문입니다. 락-온 버튼으로 적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지만, 옆과 뒤는 방어할 수 없기 때문에 두셋의 적이 레인을 포위하고 시간차로 공격하기만해도 상대하기가 난감해집니다. 흡혈로 처리한다고 해도 체력흡수량이 전작보다 크게 줄은데다, 흡혈중에 잘못 얻어맞으면 흡혈 안하느니만도 못한 결과도 종종 벌어지기 때문에 자코들과의 싸움은 상당히 힘겨워졌습니다.
 
보스와의 싸움은 더 심해졌습니다. 전작에서 대부분의 보스는 기회를 봐서 블러드 레이지 모드로 연타하면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2탄에선 대부분의 보스들이 상당히 어려워진데다, 특정한 패턴을 써서 공격해야만 데미지를 줄 수 있는 놈도 많아졌습니다. 문제는 '어떤 방법을 써야 보스를 이길 수 있느냐' 에 대한 힌트가 상당히 빈약하며, 그 난이도도 높은 편이기 때문에 액션에 익숙하지 못한 유저라면 상당한 난관에 부딪히게 됩니다. 중반 이후부터 왠만한 유저는, 보스를 공략집이나 치트없이 자력으로 한번에 클리어 하는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어려워집니다. 보스전마다 게임오버를 생활화하다보면 게임으로 스트레스가 풀리는게 아니라 더 쌓이게 되는 부작용이 생겨납니다.
 
더욱 큰 문제는 게임이 이렇게 어려워졌음에도 불구하고, 난이도 조절 기능이 없습니다. 전 작에선 Easy - Normal - Hard 라는 기본적인 3가지 난이도를 제공한 반면, 블러드레인2에선 난이도 조절 옵션을 아예 없애버렸습니다. 도대체 무슨 깡인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블러드레인2의 난이도는 초보자들에게 상당히 짜증스러울 정도로 어려운 편입니다.

서비스는... 좋은 것.
 
물론 전작보다 좋아진 점도 많습니다.
그래픽은 확실히 발전했으며, 중간중간 CG 동영상은 질적인 면에서나 양적인 면에서도 풍부합니다. 게임을 클리어하면 다양한 특전과 코스츔이 제공되며, 게임을 한번 클리어한 뒤에 다시 플레이를 하면, 늘어난 체력게이지와 블러드게이지, 그리고 늘어난 총탄수를 가지고 플레이할 수 있어 더욱 쾌적하게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또, 지금까지 나왔던 동영상 감상이라던가, 미션 중간부터도 시작할 수 있는 시스템 등. 특전 면에서 전작보다 상당한 파워업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은 모두 게임 외적인 부분이고, 게임 내적인 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작의 경우 비교적 낮은 난이도와 쉬운 조작 덕분에 액션 초보자들도 손쉽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열심히 공격버튼 연타하고 회피하면서, 체력이 없으면 흡혈하고 강력한 적이나 다수의 적이 나오면 블러드 레이지 모드로 들어서서 도륙해 버리는 건, 한없이 단순하긴 했지만 나름대로 시원시원한 재미를 부여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블러드레인2는 너무나도 게임이 답답해지고 어려워졌습니다. 그렇다고, 액션 매니아들에게 어필하기엔 게임 진행이 너무나도 단순합니다.  (위에 언급했듯이 모든 콤보가 별 개성이 없다는 것과, 모든 적들이 비슷비슷한 패턴을 가진다는게 치명적...) 덧붙여, 캐릭터의 멋들어진 동작도 전작에 비해 보기 힘들어졌고, 유저의 도전심을 자극하는게 아니라, 짜증을 불러 일으키는 요소들이 많아졌습니다. 차라리, 전작의 장점을 더 살려서 단순하더라도 더욱 시원하고 호쾌한 액션게임을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블러드레인2가 고전하는 것은 가슴 아프지만, 3탄이 출동하면 어떨까?"
 
저에게 '몇년 뒤에 추억에 잠기면서 고전 액션게임을 하나 꺼내 한다면, 블러드레인1과 2 중에 어떤걸 고르겠느냐?' 라고 물으신다면, 1탄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그만큼 블러드레인2는 약점이 많은 게임이고, 액션초보자를 타겟으로 잡기엔 난이도가 너무 어렵고 매니아를 타겟으로 잡기엔 너무 단순합니다.
 
하지만, 개발사가 2탄에서 보여준 많은 발전된 모습들은 확실히 차기작을 기대하게끔 만들어 줬습니다. 1탄은 처녀작이라 너무 많은 점에서 미흡했고, 2탄은 시스템의 대대적인 개편 때문에 많은 약점들이 노출된 과도기적 작품이라, 3탄이 등장한다면 나름대로 완성된 시스템을 선보일 것 같습니다. 뭐, 최근 개발사의 경영부진 소식이 들리는터라 부도가 나서 차기작이 발매 안될 위험이 있습니다만...;; 만약 차기작을 개발한다면 2탄보다 더 나은 게임을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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