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탈워 사가 : 브리타니아의 왕좌는 로마 토탈워2 - 아틸라 토탈워의 뒤를 잇는 역사 토탈워 신작입니다.
거대한 그랜드 캠페인을 지원했던 정식 넘버링 토탈워와 달리, 비교적 짧은 시대에 특정 인물을 집중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나폴레옹이나 아틸라와 흡사한 스타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게임의 배경은 서기 878년, 통일된 잉글랜드 왕국이 생기기 전이 배경으로, 전설적인 바이킹 왕인 '라그나르 로드브로크'가 노섬브리아와의 전투에 패배하여 독사 구덩이에 던져지면서 시작됩니다.
독사 구덩이에 던져지는 라그나르
라그나르의 아들들이 복수를 하기 위해 브리타니아를 침공하는데...
알프레드 대왕은 이들을 물리치고 통일된 앵글로색슨 왕조를 만들 수 있을까...
라그나르는 죽었지만, 아버지의 복수를 하기 위해 아들들이 군대를 일으켜 브리타니아를 침공하게 됩니다. 이 침략자 바이킹들과 토착 왕국들(앵글로색슨, 웨일즈, 게일)들의 대립이 토탈워 사가의 배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 가능한 팩션은 각각의 문화권마다 2가지씩 지원하며, 각기 다른 보너스가 있다는 점에서, 로마2 토탈워에서 크게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1
등장하는 팩션은 앵글로색슨 왕국의 웨섹스와 머시아, 웨일즈 왕국의 귀네드와 스트랏클럿, 게일 왕국의 미데와 키르켄, 바이킹 대군세의 노섬브리아와 이스트 앵글리아, 바이킹 해양왕의 더블린과 수드레야르가 있습니다. 플레이 가능 팩션이 총 10가지라 적어보이지 않지만, 같은 문화권에 속한 팩션은 차이점이 적어, 기존 시리즈보다 다양성이 떨어진다는게 단점... 거기다 배경도 브리튼 제도로 한정되어, 역대 토탈워 중 가장 작은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인지, 6만원대로 발매되는 정식 넘버링 토탈워와 달리, 4만원대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발매되었습니다. 2
응? 이거 로마2 아님?
토탈워 사가의 첫 인상은 로마 2 토탈워의 세번째 우려먹기입니다.
게임이 완전히 변해버린 쇼군2 → 로마2 때와 달리, 동일한 엔진을 쓰는지 디자인에서부터 UI, 인터페이스까지 로마2나 아틸라 토탈워의 향기가 진하게 느껴집니다. 덕분에, 기존에 로마2와 아틸라를 즐겨왔던 유저라면, 매뉴얼 없이 금방 익힐 수 있지만, 신작의 신선함을 기대한 유저들에겐 조금은 실망스러울 수 있습니다.
대신, 전작들에서 평이 안좋은 시스템은 과감하게 쳐내거나 대대적으로 개편하였고, 미디블 3 토탈워를 만들기 위한 프로토타입격 시스템도 일부 추가되어, 즐겨보면 나름 신선한 맛이 있습니다.
토탈워 사가가 기존작들과 차이가 느껴지는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속주 시스템의 대대적인 개편
정착지(전작의 속주)는 이제 방어병력이 없다.
이젠 지겨운 시가전 대신 야전!
전작인 로마2 토탈워와 아틸라 토탈워는 몇개의 거점을 묶어서 하나의 지방으로 편성한 속주 시스템을 선보였습니다. 이렇게 만든 의도는 기존 토탈워가 공성전의 비중이 너무 컸기 때문에, 도시에만 성벽을 두고, 속주에는 성벽을 없애 공성전의 비중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또, 영토가 넓어지면 관리하기 불편했기 때문에, 지방 수도와 속주를 묶어서 관리하게 만들어, 내정에 손이 덜가게 하는 목적도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말해, 이런 속주 시스템은 의도는 좋았지만 결과는 매우 안좋았습니다.
속주에 성벽이 없기 때문에 군대를 주둔시키지 않으면 방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여, 주력병력을 피해다니면서 성벽없는 속주만 터트리면서 다녀도 수습하기 힘들었습니다. 게임 내내 속주방어와 속주 탈환만 반복하다보니 야전 비중은 더더욱 나락으로 떨어지고, 공성전보다 더욱 재미없는 시가전만 줄창 하게 된 것... 거기다, 성벽없이는 방어가 너무 불리하다고 생각해는지, 아틸라 토탈워에선 타워의 살상력을 미친듯이 올렸기 때문에, 타워가 있는 속주를 공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동전투를 돌리거나, 투석기를 도배한 공성전문 군단을 만드는 것 뿐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게임내내 재미없는 시가전을 반복하다가 20부대 2군단이 만들어지면 자동전투 돌리면서 세계정복하는게 롬2와 아틸라 토탈워의 가장 '합리적인' 운용법이었습니다.
토탈워 사가에선 이런 문제점을 인식했는지, 수도는 그대로 성벽을 두되, 정착지(사가에서의 속주)는 방어병력과 타워 없이 개방된 구역으로 설정하고, 여기서
벌어지는 전투는 시가전이 아닌 야전이 벌어지도록 수정했습니다. 지겨운 시가전이 사라졌기 때문에 자동전투를 돌릴 필요가
없어졌고, 정착지 점령이 쉬워진만큼 수도에 짱박힌 적 군단을 끌어내기 위해 정착지들을 약탈하면서 어그로를 끌기도 쉬워졌습니다. 물론, 정착지는 방어병력이 없어 지키기 어렵지만, 정착지를 공격하면 이동력이 전부 소모되므로, 방어군이 근처에 있으면 다음턴에 요격하여 격파할 수 있습니다. 비교하자면 전작의 속주는 탈환하기도 귀찮고 전투도 재미없는 시가전이 벌어졌지만, 이번작의 정착지는 광산과 비슷한 개념이 되어, 탈환이 매우 쉽고 전투도 야전을 발생시키므로, 전작만큼 스트레스를 주지 않습니다.
AI 판도 극혐...
다만 정착지 시스템이 장점만 있는건 아닌데, AI 끼리 싸울땐 서로 정착지만 점령해대다가 평화조약을 맺는 경우가 많아, 국경이 혐짤 수준으로 뒤섞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바엔 정착지를 수도에 귀속시켜, 전쟁이 끝나면 지역 수도를 점령한 국가가 하위 정착지의 소유권을 가지도록 했다면 국경이 훨씬 깔끔하지 않았을지... 플레이어는 지키기 쉽게 차근차근 확장하기 때문에 판도가 저렇게 더러워지지 않지만, AI들은 그런걸 따지지 않고 점령이 쉬운 곳 위주로 공격하므로, 100턴 정도만 지나도 국경선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뒤섞이게 됩니다. 현실성을 위해 시스템을 뜯어고치거나, 하다못해 AI라도 수정해야 할 듯...
2. 쉽고 합리적으로 바뀐 내정
내정은 전작에 비해 매우 간단해진 편...
무역은 무려 자동!
내정이 매우 쉽고 간단해졌습니다. 가장 눈에띄는 변경점은 요원이 삭제된 것으로, 전작들까진 자금만 충분하면 요원무쌍을 찍었기 때문에 삭제한듯 합니다. 대신, 요원의 능력 일부가 기본 시스템에 통합되었는데, 국경선을 접하고 있는 적의 거점까진 시야가 자동적으로 확보되게 되었고(첩자), 군대에 매턴 경험치를 주는 건물이 추가되었으며(챔피언), 통치자가 스킬중에 쳐들어온 적 장군의 충성도를 떨어뜨리거나 군대의 사기를 줄이는 능력도 생겼습니다. (사제) 다만, 암살, 식수에 독타기, 매수같은 복잡한 행위는 대부분 삭제되었고, 컨트롤할 수 있는 요원이 삭제되어 먼 곳을 정찰하긴 어려워졌습니다. 3
무역도 굉장히 쉬워졌는데, 전작까진 무역협정을 맺어야 무역로가 가동되었지만 이젠 평화상태면 따로 조약을 맺지 않아도 무역로가 가동됩니다. 덕분에 무역 자원과 건물로 얻는 이득을 얻기도 쉬워진 편... 이쪽이 무역자원을 많이 가지고 있을때 AI가 협정을 안 맺어주는 암걸리는 상황이 사라져서 무역특화 건물의 가치도 상승했습니다. 대신, 전쟁중일때 도로나 항로에 유닛을 배치하면 적국의 무역로를 막을 수 있는데, 적국과 교역하는 국가 전부와 관계도 페널티를 먹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공공질서도 전작같은 누적방식이 아니라 고전 토탈워에 가까운 즉각적용 방식으로 변했습니다.
또, 불만 상태에서 턴을 보내면 무조건 반란이 일어났던 쇼군2와 달리, 공공질서 수치에 따라 확률적으로 반란이 일어나게 된 것도 차이점... 덕분에, 운이 좋으면 공공질서가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도 오랫동안 반란없이 유지할 수도 있어서 내정관리가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참고로, 군대나 요인을 주둔하여 공공질서를 끌어올리는 방법이 삭제되고, 순수하게 건물과 몇가지 외부요인(트레잇, 명성, 이벤트 등)만 영향을 미치게 되어, 플레이어가 신경써야할 부분이 줄어들었습니다.
전작과 비슷하면서도 훨씬 나아진 도시관리
건물도 가격이 감소하고 페널티가 줄어들었으며, 해금 타이밍도 빨라져서 짓기가 수월해졌습니다.
내정 난이도가 하늘을 찔렀던 아틸라 토탈워처럼 계획 잘못 짰다가 다 지은 건물 때려부수고 처음부터 새로 지어야하는 상황이 거의 사라졌고, 고용만을 위한 군사건물도 삭제되어 플레이어는 공공질서와 수입만 신경써서 건설하면 되므로 관리 난이도가 매우 쉬워졌습니다. 또, 전작처럼 도시에따라 농업특화, 산업특화, 시장특화가 정해져있고, 특정 도시에만 건설할 수 있는 고유건물도 존재하기 때문에, 모든 도시가 똑같은 스타일로 지어지지 않는 다는 것도 강점입니다.
전체적으로 전작(특히 아틸라)의 무시무시한 내정난이도를 대폭 낮추면서도, 전작의 특화된 도시건설의 장점을 유지했다고 보면 됩니다. 다만, 쉽게 만들려고 하다보니 아쉬운 점도 있는데, 종교개종이나 문화전파 같은 시스템이 통째로 삭제되어, 종교와 문화충돌이 거의 구현되지 않았습니다. 이 당시 앵글로색슨 왕국은 기독교를 믿었지만 바이킹들은 북구신화를 믿었고, 앵글로색슨 왕국은 앵글로색슨족, 바이킹은 데인족, 웨일즈와 게일은 켈트족으로 민족 자체가 달랐지만, 게임에선 이런 차이점이 그리 부각되질 않습니다. 같은 민족이나 같은 종교라면 우호도에 보너스를 받고, 강대국이 이들 중 하나를 공격하면, 같은 민족과 같은 종교끼리 연합하여 방어하는 식으로 구현했으면 현실성도 있고 후반 난이도 유지에도 더 좋지 않았을지... 4
100턴만에 소지금 실화냐...
내정을 쉽게 만들려는 의도인지 이번작에선 도시의 성장개념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이 때문에, 낮은 세율의 메리트가 없어져서, 공공질서가 허락하는한 세율을 최대한 높이 유지하는게 내정의 정석이 되었습니다. 세율이 높은만큼 초반 발전이 비교적 수월해졌지만, 후반에도 세율을 낮출 메리트가 없기 때문에 플레이 스타일이 천편일률적이 되고 말았습니다. (공공질서 확보 → 세율 최대로!) 도시의 성장개념을 없앤건 진입장벽 때문에 그렇다 치더라도, 낮은 세율에 대한 메리트가 있어야 합리적일텐데... 하다못해 세율이 낮을땐 군대가 사기보너스를 받는 식으로라도 구현했으면, 돈이 남아돌때 세율을 낮추는 동기라도 부여되었을 겁니다.
건물없이 기술만 연구하면 병종이 해금된다.
이러한 고용 시스템중에 눈에 띄는건 앵글로색슨 왕국의
퓌르드(Fyrd) 시스템입니다. 7
퓌르드는 알프레드 대왕이 만든 준상비군 제도로, 무기와 장비, 식량을 자비로 충당한 징집병입니다. 장비를 자체조달했다는 점에서 영세한 농노가 아니라 재산이 있는 부농 출신으로 예상할 수 있는데, 제대로 된 상비군은 아니었지만, 농사보다 군사훈련에 집중한 점에서 중세 상비군의 전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퓌르드들은 민병대 창병, 민병대 도끼병, 궁병, 투창병, 경기병에 편성되고, 귀족들은 검병, 정예도끼병, 중기병에 편성됩니다. 이렇게 퓌르드에 해당되는 병종을 고용하면 제한수치가 점점 오르게 되며, 제한 내에서의 퓌르드 운용은 보너스만 주지만, 제한 수치를 넘겨버리면 페널티를 주는게 이 시스템의 특징... 쉽게 말하자면 농사지을 농민들을 전부 군인으로 만들면, 국가경제가 흔들리는걸 게임에서 구현했다고 보면 됩니다. 이 때문에, 가성비 좋다고 퓌르드병만 왕창 스팸하는 것도 비효율적이라, 제한수치 내의 적절한 퓌르드병과 귀족병을 조합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도시에는 통치자를 임명할 수 있고...
정착지는 휘하 장수들에게 분봉해줄 수 있다. (근데 그게 끝)
사가에선 최초로 봉건제를 구현하려는 시도가 보입니다.
롬2나 아틸라처럼 도시에 총독을 임명하는건 동일한데, 추가로 정착지(=영지)를 휘하 장수들에게 분봉할 수 있습니다. (분봉하지 않은 영지는 직할령이 됩니다.) 정착지를 분봉받지 못한 장수는 왕의 직할령 갯수에 따라 충성도 페널티를 받게되므로, 영토를 확장했으면 필수적으로 분봉해야 합니다. 다만, 한 장수에게 영지를 몰아주면 영향력이 왕을 추월할 수도 있으므로, 모든 장수에게 골고루 분봉하는게 뒷탈이 적습니다.
문제는, 이게 봉건제의 묘미를 전혀 살리지 못한 수박 겉핥기 시스템이란 겁니다.
봉건제를 잘 구현한 파라독스사의 '크루세이더 킹즈2'란 게임을 보면 영지를 직할령으로 가지고 있으면 100%의 수입을 얻지만, 이 영지를 분봉하면 법률에 따라 정해진 세액만 받을 수 있습니다. 한계치를 넘는 직할령을 안고 있으면 세수와 징병에 페널티를 받아 수입이 크게 줄어들고, 봉신과의 관계도도 나빠집니다. 그렇다고 봉분이 무조건 이득인 것도 아닌데, 봉분하면 직할령보다 수입이 크게 줄고, 영지가 봉신의 가문에 귀속되어 다시 돌려받기가 극히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어느쪽이 리스크가 큰지 잘 판단하여 직할령으로 보유할지 봉신에게 봉분할지 줄타기를 하는게 크루세이더 킹즈2의 묘미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사가의 봉건제는 얄팍하기 그지없습니다. 직할령이든 분봉하든 수입의 차이가 없고, 분봉받은 장군이 죽으면 영지가 왕에게 되돌아옵니다. 수입에 차이가 없으니 영향력이 허락하는한 닥치는대로 분봉해버려도 리스크가 전혀 없고, 죽으면 영지가 되돌아오니 장기적인 플랜을 짤 필요도 없이 기분이 내키는대로 뿌려도 됩니다. 거기다 봉건제하에선 통치자=소유자가 되어야 하는데, 사가는 통치자 임명과 분봉자 임명을 따로하기 때문에 통치자와 소유자가 분리된 정체불명의 제도가 되고 말았습니다. 한마디로, 로마2와 아틸라의 총독 시스템을 개량해서 봉건제를 만들려고 하다가, 봉건제도 아니고 관료제도 아닌 정체불명의 제도가 되고만 것....그나마 다행인건 영지 관리하기가 너무나 간단하다보니, 충성도 경고창이 뜰때까진 잊어버려도 상관없을 정도로 존재감이 없어, 분봉 시스템이 플레이의 발목을 잡진 않습니다. 아마, 미디블 3 를 만들기전에 봉건제를 어떻게 구현해야할지 고민하다가 테스트를 위해 넣어본것 같은데, 결론적으로 있으나마나한 시스템이 되어버려 많이 아쉽습니다. 하다못해 통치자와 소유자를 결합시키고, 영지를 세습되도록 만들며, 직할령보다 수입을 줄이는 대신(어차피 후반에 돈이 남아도니...) 해당 봉신이 이끄는 수비대가 배치되는 형식으로 보너스를 줬으면 좋지 않았을지...
5. 전투 시스템 변경
궁병은 머릿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보병의 핵심 스킬인 방패벽
유닛카드는 롬2보다 훨씬 알아보기 쉽다.
서기 900년대의 브리타니아는 보병의 주력이다.
보병이 강자라고해서 기병과 궁병의 중요성이 감소한 것은 아니다.
7. 고전으로 회귀한 공성전
좋은 의미로 미디블2가 생각나는 공성전
투석기 스팸의 시대는 가라!
지역 수도는 여전히 성벽이 있어서 공성전을 해야 합니다. 롬2나 아틸라에서도 공성전이 있지만 몇가지 문제점이 너무 컸습니다.
첫째로, 공성추나 공성탑을 만드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걸려, 다수의 공성탑으로 공성하는 멋진 전투를 보기 힘들었습니다. 영화같은 공성장면을 보려면 의도적으로 포위만 유지하면서 공성탑을 만들어야 하는데, 시간도 시간이지만 포위하다 손실이 일어나는 경우도 많아, 차라리 공성추 하나 만들고 바로 돌격하는게 나았습니다. 거기다 상위등급의 공성추와 공성탑은 만드는 시간이 너무 오래걸려, 해금되어도 하위등급의 공성무기를 써야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둘째로, 타워가 너무 강력해 수동전투의 피해가 너무 컸습니다. 이 때문에 최고의 공성방법은 풀부대 2군단을 만들어 자동전투를 돌려버리는 것이라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졌고, 실제로도 수동공성의 효율이 너무나 떨어져, 부대피해를 줄이려면 야전은 직접 하더라도 공성전은 압도적인 병력으로 자동전투 돌리는것 밖엔 답이 없었습니다. 수동전투가 자동전투보다 피해가 적어야 시간을 들여 수동전투를 하는 보람이 생기는데, 정신나간 타워 살상력때문에 투석기 나올때까지 수동공성은 봉인... 거기다 투석기가 나오면 공성추나 공성탑이 필요없어지므로, 플레이어가 의도하지 않는 이상 여러개의 공성탑이 천천히 진군하는 멋진 공성전은 정말 보기 힘들었습니다. 9
셋째로, 투석기가 갖춰지면 공성전이 너무나 쉬웠습니다. 투석기가 해금되면 왕창 고용한 다음 공성전을 걸면, 수성군을 가두리 양식하면서 일방적으로 학살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탄약이 다 떨어지면 끝나지만, 투석기를 10개 이상 굴리면 탄약 떨어지기전에 수성군을 걸레짝으로 만들수 있어, 공성전의 긴장감이란게 존재하질 않았습니다. 거기다 투석기가 있으면 공성추나 공성탑이 더욱 필요없어지니, 효율적인 플레이를 추구하려면 자동전투만 돌리거나 투석기 스팸으로 일방적으로 학살하는 것 외엔 답이 없었습니다.
최상급 공성추와 공성탑도 쉽게 만들 수 있다.
이런 공성전은 얼마만인가...
해자가 있는 곳은 공성탑을 쓰기 힘들다.
이런 문제점을 인식했는지, 사가에선 공성전 밸런스를 세세하게 조절했습니다.
첫째로, 공성추와 공성탑을 만드는 시간을 대폭 줄였습니다.
20부대 군단 기준으로 1턴에 1개의 공성추와 3개의 공성탑을 단번에 만들 수 있어, 미디블2 시절의 공성전을 재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상위등급의 공성무기도 동일한 제작시간이 들게되어 연구가치가 높아진건 덤... 대신, 사다리가 삭제되었는데, 유저들이 공성탑 해금되면 사다리를 거의 안쓰다보니, 유명무실해서 삭제한듯 싶습니다.
둘째로, 타워의 사거리를 늘린 대신 살상력을 크게 줄였습니다. 투사무기에 대한 방호력이 없는 궁병이나 양손도끼병은 여전히 아프지만, 중보병은 방패벽 쓰면 어느정도 버틸 수 있어, 수동 공성전도 해볼만 해졌습니다. 살상력이 줄어들었지만 탄약이 무한하므로 수성군은 성문이 뺏기지않게 버티면서 시간만 끌어도 교전비를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고, 성문이 점령되어 타워가 파괴되면 근처의 유닛들이 피아를 가리지않고 몰살되므로, 성벽 위에 올라온 적에게 피해를 주기 좋아졌습니다. 즉, 쇼군2 처럼 있으나마나한 허수아비 타워도 아니고, 아틸라처럼 공성의지를 꺾는 핵타워도 아니라서, 방어군에게 메리트를 주면서도 도전적으로 공성을 걸 수 있는 수준으로 균형이 잘 잡혀있습니다.
셋째로, 투석기의 희소가치가 늘어났습니다. 투석기는 공성연구 최상급 단계를 거쳐야만 모집할 수 있어 등장타이밍이 크게 늦어졌고, 보충률이 최악이라 스패밍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이 때문에 공성추와 공성탑을 이용하는 고전적인 공성전의 비중이 늘어났고, 투석기 스팸도 불가능해져서, 전작처럼 공성전이 허무할 정도로 쉬워지는 상황은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투석기의 살상력도 매우 좋아져 야전에서도 꽤 쓸만한 편...
롬2를 이렇게 만들지 그랬냐...
토탈워는 1년을 묵히고 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CA에서 토탈워 초기버전을 개판으로 내놓는 전통이 있다보니 자조적으로 생긴 말인데, 미디블 2의 방패버그, 쇼군 2의 정신나간 전투속도, 로마 2의 총체적 난국인 시스템과 헬적화, 아틸라의 무시무시한 요구사양과 너무 빠른 전투속도 등, 역사 토탈워는 발매 직후에 문제를 안 터트린 작품이 없었습니다. 그나마 패치로 뜯어고치면서 몇년이 지난 뒤엔 명작~수작을 오가는 게임들이 되었지만, 발매 직후의 토탈워는 할만한 게임이 못된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이 때문에 토탈워 사가를 살때도 걱정이 많았지만, 놀랍게도 이번작품은 별 문제 없이 괜찮게 뽑혔습니다.
최적화는 역대급으로 잘 되어있고, 눈에 띄는 버그도 없으며, 밸런스도 전작들보단 괜찮은 편입니다. 거기다, 역탈워 최초로 공식 한글화라 모드 없이 즉시 즐겨도 무방합니다. 덕분에, 토탈워 사가는 역사 토탈워에 입문하려는 유저들에게 입문용으로 추천할만한 작품이며, 고전 토탈워를 그리워하는 골수유저들에게도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괜찮은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장점 |
단점 |
- 저렴한 가격 - 전통적인 재미를 잘 살린 전투 - 아틸라보다 훨씬 나아진 최적화 - 접근성이 좋아진 내정 - 토탈워 입문자에게 괜찮은 구성 |
- 팩션과 유닛 다양성 부족 - 후반에 지나치게 쉬워지는 난이도 - 문화와 종교 시스템의 삭제 - 완성도가 떨어지는 일부 신 시스템 |
- 당시엔 장자상속제가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라그나드의 영토는 아들들에게 분할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하나의 바이킹 왕국이 아니라, 여러개의 바이킹 왕국들이 각각 다르게 침공하게 되었습니다. [본문으로]
- 미디블2 토탈워 킹덤즈의 브리타니아 캠페인과 동일한 배경으로, 킹덤즈보다 대략 300년 정도 앞선 시기의 이야기입니다. [본문으로]
- 정치 행위로 내 휘하 장수는 암살가능 [본문으로]
- 종교는 몇가지 고유건물로만 구현되어 있고, 민족은 거의 영향이 없는 수준... [본문으로]
- 로마2에서도 일부 병종을 승급시킬 수 있었지만, 모든 유닛이 승급 가능해진건 아틸라부터 였습니다. [본문으로]
- 연구로 충원 확률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단, 투석기만은 예외로 투석기 보충확률은 모든 유닛 중 가장 낮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본문으로]
- 앵글로색슨 왕국(웨섹스, 머시아)을 선택할때만 적용되는 고유 시스템입니다. [본문으로]
- 미디블2 토탈워에 나오는 허리에 장착하는 형식의 긴 마상창. [본문으로]
- 특히 아틸라 토탈워... 타워가 너무나 악명을 떨친 나머지, 타워 살상력을 줄이는 모드가 수두룩하게 나왔습니다. [본문으로]
- 예를들어 코끼리병, 궁기병, 낙타병, 장창병 같은 병종은 사가에서 등장하질 않고, 기존의 역할에서 벗어나는 특이한 유닛(근접전을 잘하는 궁병이라던가, 이동속도가 굉장히 빠른 보병, 매복에 특화된 매복병 같은...)도 존재하질 않습니다. [본문으로]
- 역사 토탈워 최초의 완벽 한글화 발매입니다. [본문으로]
- 공수성전 AI가 썩 좋진 않고, 장군 관리 인터페이스는 개선이 필요함. [본문으로]
- 2019년 현재 사가가 흥행에서 망하는 바람에, DLC는 블러드팩만 나왔습니다... [본문으로]
'[게임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게임소개] 크림즌 클로버. 미친듯이 호쾌한 슈팅게임 (273) | 2016.09.03 |
---|---|
[리뷰] 하츠네 미쿠 Project DIVA Future Tone. 역대급 혜자게임 (402) | 2016.08.30 |
[리뷰] 스트리트 파이터 5. 덜 만들고 발매한 게임 (4847) | 2016.02.17 |
[게임소개] 에이지 오브 원더 3. 확장팩으로 완성되다. (21) | 2015.08.14 |
[게임소개] 잿 앤 건즈 골드에디션. 최고의 볼륨으로 되돌아 온 슈팅명작. (2) | 2015.03.2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