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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리뷰]

[리뷰] 레프트4데드. 대세는 달리는 좀비다!

by 구호기사 2008.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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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트4데드(Left 4 Dead)는 밸브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협동플레이(Co-op) 모드의 1인칭 슈팅게임(FPS)입니다.
기존의 FPS 게임은 혼자서 진행하는 싱글플레이 캠페인과, 유저들과 대결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 모드만을 지원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싱글 캠페인을 다른 유저와 협동해서 진행하는 FPS들이 인기를 끌면서, 협동 모드를 지원하는 슈팅 게임이 점점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전형 멀티플레이는 실력이 낮으면 재미를 느끼기 힘들고 게임에서 패배하면 기분이 나빠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협동플레이는 실력이 좋으면 좋은대로 낮으면 낮은대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강점입니다. 때문에, 협동플레이를 지원하는 FPS게임은 점차 늘어나는 것이 추세이며, 레프트4데드는 이런 협동플레이의 재미를 극대화한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느릿느릿 걷는 전통적인 좀비의 모습 (좀비패닉의 한 장면)



레프트4데드의 달리는 좀비들


레프트4데드는 좀비를 다루고 있는 게임입니다.
좀비라면 생각나는 여러가지 특징이 있겠지만, 주로 알려진 것은 '걸어다니는 시체'의 개념입니다. 감정없는 표정으로 느릿느릿하게 걸어와 생존자를 공격하는 좀비의 모습은, 게임에서부터 영화까지 매우 잘 알려진 모습입니다. 하지만, 느려 터진데다 가까이 다가오기 전까진 어떤 공격수단도 없는 좀비들은, 잘 무장되고 요새화된 중화기 앞에서 무력합니다. 때문에 좀비들이 주는 공포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여러가지 특징들을 부여하는데, 맵집이 무척 좋다던가 생존자를 감염시켜 같은 좀비로 만들 수 있다던가 하는 것들입니다. 특히,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28일 후' 나 '새벽의 저주' 같은 영화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달리는 좀비' 로, 어찌보면 최근 좀비물의 유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달린다' 와 '좀비'의 조합이 상당히 어색해 보이지만, 상당한 맵집을 가진 좀비들이 생존자를 물어뜯기 위해 단거리 육상선수처럼 달려오는 모습은, 이전의 느릿느릿하게 다가오던 무표정한 좀비들과 다른 신선하면서도 무서운 느낌을 줍니다. 때문에 중화기로 무장한 생존자들이라도, 달리는 좀비들은 무척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많은 수의 좀비들이 이쪽으로 달려올 때의 느낌이란....

레프트4데드는 4명의 생존자들이 협력하여, 압도적인 물량으로 몰려오는 좀비떼를 극복하고 탈출하는 것이 목적인 게임입니다.
좀비들을 상대하기 위해 권총에서부터 서브머신건, 샷건, 라이플 같은 다양한 화기가 등장하며, 상황에 따라 화염병이나 파이프폭탄 같은 독특한 투척무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수의 좀비들을 제압하기 위해 강력한 화력을 퍼붓는 것이 필요하므로, 혼자서 싸우는 것보다 네명이 협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더구나, 사방에서 몰려오는 좀비들을 막기 위해 서로의 사각을 보호해준다던가, 위기에 빠진 아군을 옆에서 지원한다던가 하는 요소는 매우 흥미있는 부분으로, 경쟁만으로 점수를 따는 기존의 데스매치 방식의 멀티플레이와는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소스엔진을 사용한 피격효과는 상당히 볼만하다.

소스엔진 덕에, 좀비들은 피격 위치에 따라 상당히 자연스러운 모션을 보여줍니다.
총에 맞은 위치에 따라 비틀거리다가 쓰러지기도 하고, 뒤로 날려가기도 하며, 신체 일부가 훼손되기도 합니다. 이런 소스 물리엔진은 여러 곳에 적용되어 있어서, 시체나 장애물들도 가해진 힘에 따라 움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같은 소스엔진을 쓴 '좀비패닉:소스' 처럼, 물리엔진을 이용해 좁은 통로에 장애물로 바리케이트를 친다던가 하는 행동이 불가능하고, 단순히 눈이 즐거운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 조금 아쉽습니다.
그래픽은 최상급의 그래픽을 가진 최신 FPS 게임만큼 뛰어나진 않지만, 뛰어난 최적화와 볼만한 특수효과 덕분에 사양에 비해 상당히 볼만한 그래픽을 보여줍니다. 좀비를 가까이에서 쓰러뜨릴 경우 화면에 피가 묻기도 하고, 특수한 공격에 맞으면 화면이 심하게 일그러지기도 합니다. 화염에 휘말린 적이 몸에 불이 붙은채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모습도 볼만하며, 비교적 낮은 사양에서도 끊김현상을 거의 볼 수 없을 정도로 최적화가 뛰어난 것도 장점입니다. 즉, 최고의 그래픽을 가진 게임은 아니지만, 사양대비 그래픽은 손꼽히게 뛰어납니다.


...난 여기가 가장 싫어.

하프라이프 시리즈로 다져진 노하우 덕분인지, 레벨 디자인도 상당히 절묘한 편입니다.
개발자 커맨터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레프트4데드를 하는 유저들은 밝은 곳과 높은 곳을 선호하게 되므로, 조명이나 장애물의 위치도 세심하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힘든 전투를 하게 될 방어전은 방어에 유리한 지형을 여러군데 만들어 몰려드는 좀비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도록 했으며, 길을 찾기 쉽게 조명과 장애물을 배치하여 처음 접하는 유저들도 길찾기에 큰 어려움을 느끼진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주목할 점은 맵 오브젝트를 랜덤하게 배치하는 시스템입니다. 레프트4데드는 같은 맵을 플레이하더라도 좀비의 위치, 아이템의 등장 위치, 보스 좀비의 등장 시기가 랜덤하게 달라집니다. 더구나, 플레이어가 입은 피해를 계산하여 실력이 매우 뛰어나면 좀비들이 많이 등장하고, 팀웍이 안 맞거나 실력이 낮으면 좀비들의 등장빈도가 줄어들어 난이도를 자연스럽게 맞추게 됩니다. 덕분에 협력플레이 모드의 가장 큰 단점인 '게임에 빨리 질리게 되는' 것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같은 맵을 여러번 플레이하더라도 새로운 느낌을 받게 됩니다.


가장 매력적인 보스좀비 윗치

아무리 기본컨셉이 잘 짜여지고 디자인이 잘 되어 있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패턴으로 플레이하게 되면 유저들도 쉽게 질리게 됩니다. 때문에, 독특한 특수좀비가 등장하여 기존과 다른 플레이 방식을 요구하게 됩니다. 특수좀비는 단순히 달리기만 하는 일반좀비와 다른 패턴을 가지고 있으므로, 유저들도 다른 방법으로 이들을 상대해야 합니다. 예를들어, 긴 혀를 내밀어 생존자를 끌어당기는 스모커는 뭉쳐있는 생존자들을 분리시킬 수 있고, 토사물을 내뿜는 부머는 일시적으로 생존자들의 시야를 흐리게 만들고 일반 좀비들을 몰려오게 만들어 생존자팀을 단숨에 혼란상태로 만들 수 있으며, 빠른 속도로 생존자를 덥쳐 무력화 시킬 수 있는 헌터는 팀워크를 맞추지않고 혼자 돌아다니는 생존자를 손쉽게 제압할 수 있습니다. 독특한 보스좀비인 윗치는 라이트나 총으로 자신을 자극하는 생존자를 순식간에 죽여버릴 수 있으므로, 윗치를 만나면 라이트를 끄고 잠입게임을 하듯 조용히 그 옆을 지나가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강력하고 흉폭한 탱크는 거대한 몸집과 엄청난 맵집을 가진 좀비로 생존자팀을 순식간에 무력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사방으로 흩어져 싸우게 됩니다.
이렇게, 중간중간 특수한 능력을 가진 좀비들이 등장하므로, 네명이 뭉쳐서 몰려드는 좀비를 사살하는 단순한 패턴을 어느정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집탄율이 좋은 라이플이나 서브머신건 유저는 원거리에서 스모커와 헌터를 견제하기에 좋고, 데미지가 강력하고 탄환이 퍼지는 샷건 유저는 몰려오는 다수의 좀비나 탱크에게 데미지를 주는데 적합하며, 세심한 조준이 필요한 헌팅 라이플은 윗치가 공격하기 전에 헤드샷으로 쓰러뜨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각각의 특수좀비의 등장은, 진행이 너무 단조롭지 않게 해 줍니다.


대전모드에선 특수좀비로 플레이 할 수도 있다.

대전모드로 특수좀비를 플레이 할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인 요소입니다.
대전모드는 생존자팀과 좀비팀이 번갈아 진행하며, 생존자팀은 기존의 협동모드처럼 협력해서 탈출하는 것이 목적이고, 좀비팀은 특수좀비들을 플레이 하면서 생존자팀의 탈출을 저지해야 합니다. 좀비팀은 윗치를 제외한 특수좀비들을 플레이 할 수 있는데, 팀워크를 잘 맞춰 생존자팀의 탈출을 저지하면 기존의 협동모드와 다른 독특한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다만, 대전모드는 생존자와 좀비를 번갈아 플레이하게 되므로 좀비만 플레이 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특수좀비의 종류가 랜덤하게 결정되므로 다른 종류의 좀비를 플레이하고 싶을 때 변경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하지만, 유저모드를 이용해 다른 특이한 룰을 가진 멀티플레이 모드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앞으로를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재미는 있지만 했던 맵을 반복하다 보면....

레프트4데드는 총 4개의 캠페인을 지원하며, 각각의 캠페인은 5개의 스테이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즉, 총 스테이지는 20개입니다. 하나의 스테이지는 플레이 상황에 따라 대략 10~20분 정도 걸리므로, 플레잉타임은 모든 캠페인을 클리어하는데 5~7시간 정도에 불과합니다. 좀비들이 랜덤하게 배치되긴 하지만 기본적인 레벨 디자인이 동일하므로 게임이 짧게 느껴지며, 싱글플레이도 별다른 스토리 없이 죽이고 탈출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어떤 캠페인을 하든 플레이 패턴이 비슷해집니다. 사실, 싱글플레이라도 동료를 AI가 조종한다는 것을 말고는 멀티플레이와 어떤 차이점도 없으므로, 전체적인 볼륨이 상당히 부족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하프라이프2 수준의 싱글플레이까지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좀비영화처럼 감염에 대한 스토리라던가 각각의 동료를 만나는 이벤트 같은 것이 삽입되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지...
전체적으로 개발진이 협동플레이에 집중한 나머지, 다른 요소들에 너무 소홀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어떤 설명도 없이 4명의 동료가 모여있으며, 몰려오는 좀비를 일정시간 막다가 탈출선을 타고 탈출하는 구성마저 4개의 캠페인이 똑같아 조금 식상한 느낌마저 듭니다. 좀비물의 매력인 감염이 전파되는 상황이라던가, 감염의 배후에 숨겨져 있는 실험과 음모, 좀비가 범람하는 상황에서 극한까지 파괴되는 인간성 등 여러가지 스토리를 꾸밀만한 요소가 있음에도, 이 게임은 오직 좀비들을 죽이고 탈출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나마 교회에서 맛이 간 생존자 한명을 만날 수 있지만, 그 외엔 탈출선을 제외한 어떤 생존자도 만날 수가 없이 오직 죽고 죽이는 살육전만을 되풀이하게 됩니다.


가장 인기있는 캐릭터인 조이

언어유희에 가까운 '레프트 4 데드' 라는 제목에 걸맞게, 이 게임은 4개의 캠페인을 4명의 동료로 진행하게 됩니다.
노련하고 시니컬한 퇴역군인 , 엘리트 샐러리맨인 흑인 루이스, 할리 데이비슨이라도 몰고 다닐거 같은 거한 프란시스, 빨간 체육복이 매력적인 유일한 홍일점 조이 이렇게 이질적인 캐릭터들로 구성된 생존자팀은 좀비들이 범람하는 도시에서 탈출하기 위해 협력하게 됩니다. 하지만, 생존자들은 외모만 차이가 있을 뿐 그 외의 어떤 차이점도 없으므로 개성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캐릭터의 특징에 따라, 어떤 캐릭터는 체력이 많다던가, 어떤 캐릭터는 이동속도가 빠르다던가, 어떤 캐릭터는 재장전이 빠르다던가 하는 특징을 부여했으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지.... 외모 외에 어떤 차이점도 없다보니, 유저들은 인기캐릭터인 조이나 빌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루이스나 프란시스는 상대적으로 찬밥신세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덕분에, 기존에 진행하던 방에 조인할 경우, 높은 확률로 프란시스로 플레이하게 됩니다. (...스샷을 보면 아시겠지만 거의 다 프란시스)
매력적인 캐릭터들임에도 별다른 스토리가 없어 그 개성을 뚜렷하게 살리지 못한 점도 아쉽습니다. 차기작을 준비한다면, 꼭 스토리를 보강한 캠페인을 지원하여 캐릭터들의 매력을 뚜렷하게 살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좀비 매니아로서 존나좋은 게임...

레프트4데드는 볼륨이 부족하다는 것만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잘 만든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다만, 개발자 커맨터리에서도 볼 수 있듯이 레프트4데드는 실험작의 의미가 강합니다. 다수의 좀비가 몰려와도 느려지지 않는 최적화, 좀비와 아이템을 랜덤하게 배치하는 시스템, 좀비들의 모션캡쳐와 다양한 피격 효과, 배경에 따라 달라지는 좀비의 복장과 패턴 정리 등, 기본적인 시스템의 틀을 짜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볼륨과 스토리 같은 외적인 요소에 신경을 덜 쓰게 된 것 같습니다. 그나마 PC판은 다양한 유저모드나 맵을 기대해 볼 수 있지만, 콘솔판은 상대적으로 더욱 아쉬움을 느끼게 되지 않을지....
하지만, 좀비물을 좋아하는 유저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게임이라 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달려오는 무시무시한 수의 좀비들'을 제대로 구현한 최초의 작품이라는데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 개발진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확장팩이나 차기작을 낼 때 볼륨부족과 스토리성의 부재를 보강할 것이 분명하므로, 즐거운 마음으로 차기작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좀비물을 좋아하거나, 협동플레이를 좋아하는 유저라면 꼭 해 볼 만한 게임입니다.



<부록>

'달리는 좀비'가 나오는 볼만한 영화들

28일 후 : '레이지 바이러스' 라는 독특한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간들이, 주변 인간을 공격하게 된다는 영화. 공격받은 인간은 똑같이 감염되어 다른 인간을 공격하게 된다는 점에서 좀비물로 취급한다. 달리는 좀비의 선구자적인 작품으로 좀비 그 자체보단 그 상황에서 파괴되는 인간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28주 후 : '28일 후'의 후속편. 레이지 바이러스가 진정된 후, 사람들은 다시 도시로 오게 된다. 군대에 의해 철통같이 경비되었지만, 사소한 우연 덕분에 레이지 바이러스가 다시 퍼지게 되는데..... 이 영화의 백미라면 시민들을 지키던 군대가, 레이지 바이러스가 퍼졌다는 것을 알자마자 무자비하게 시민들을 학살하는 장면.

새벽의 저주 : 국내에서 가장 유명할 듯한 헐리우드산 좀비 영화. 도시가 좀비로 가득차자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거대한 쇼핑센터에 모이게 된다. 다양한 무기를 이용해 좀비들과 싸우는 액션에 집중한 영화로, 머리를 비우고 보기에 좋다.

R.E.C :  스페인산 저예산 영화. 소방관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던 취재진들은, 아파트 안에서 소방관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사람을 보게 된다. 공격당한 사람도 똑같이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것을 보고 건물에서 탈출하려 하지만, 정부에 의해 건물이 봉쇄되는데.....  카메라를 손에 들고 촬영하는 기법으로 만들어져, 리얼한 연출이 볼만하다.

데드 셋 : 5부작 드라마. 외부환경에 차단된채 생활하는 버라이어티쇼 출연자들이 바깥세상이 전부 좀비로 가득찼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처음엔 쇼인줄 알았던 출연자들이, 실제상황인 것을 알고 행동이 변하는 것이 재미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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