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레 남쪽 언덕....
노을이 질 무렵 살라딘은 적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전군을 전투대형으로 편성하였다.
앞으로의 처절한 전투를 예언하듯, 하늘은 불길한 검은 구름으로 뒤덮히고 있었다.
이번 전투에 처음으로 동원된 사라센 민병대는, 창과 방패로 무장하고 스플린트 메일을 입은 창병이었다.
사라센 민병대들은 총인원 450명으로 다른 병사들에 비해 수가 적었지만, 적의 대군을 정면에서 저지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었다.
숫적으로 열세인 상황이었지만, 살라딘 덕분에 병사들의 사기는 최고조로 끓어올랐다.
천둥과 함께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건조한 이곳에서는 비가 오는 일이 드물지만 한번 오면 큰 홍수가 나는 경우가 많아서, 제라르도 그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적들의 이동에 맞춰, 살라딘은 맘루크들을 언덕을 우회해 적의 측면을 넓게 감싸도록 포진시켰다.
이는 사라센군이 가장 선호하는 포위전술이었다.
제라르는 투르코폴을 보내 맘루크를 견제하였지만, 숫적으로도 열세인데다 훈련과 사기, 지형적 이점까지 불리한 투르코폴들이 맘루크들을 상대할 수 있을리가 만무했다. 투르코폴들이 비오듯 쏟아지는 화살에 하나둘씩 쓰러져갔지만, 제라르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연이어 예루살렘군의 원군이 도착하였다.
살라딘군 약 1900명, 제라르군 약 3500명의 규모였다.
살라딘은 적은 수의 군대로 다수의 적군을 막기 위해, 무리하게 군대를 넓게 포진시키고 있었다.
이는 넓은 면적을 방어할 수 있지만, 종심이 돌파당하면 전군이 궤멸할 수 있는 위험한 포진이었다.
제라르는 살라딘의 포진을 보고, 가장 전열의 창병대열만 돌파하면 전군을 순식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였다.
예루살렘군은 노도와 같이 이집트군을 덮친 반면, 이집트군은 바위와 같이 꿈쩍도 않고 적들을 맞이하였다.
곧, 전열에서 처절한 싸움이 벌어지기 시작하였다.
살라딘의 명령에 지하드 보병들이 예루살렘군의 측면을 강습하였다.
신앙심으로 뭉쳐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고 맹렬하게 달려드는 지하드 보병들의 모습에, 예루살렘군은 동요하였지만, 숫적으로 예루살렘군이 압도적이었기에 전황을 바꾸기엔 부족하였다.
사라센 민병대들은 첫번째 공세를 저지했지만, 또다시 밀려드는 예루살렘의 대군을 보고 기가 질릴 수 밖에 없었다.
빗줄기는 이제 상당히 거세져, 이집트군 화살의 위력을 상당히 반감시켰다.
하지만, 부드러운 모래가 진창길로 변하면서 예루살렘군도 전진에 애를 먹고 있었다.
비바람속에서 사라센과 프랑크족들간에 처절한 혈투가 계속되었다.
피사와 제노바의 용병들이 좌익으로 접근하자, 살라딘은 스스로 검을 들고 돌격하였다.
사라센 민병대들과 지하드의 보병들은, 지휘관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으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힘을 보여주고 있었다.
교착된 전장에 거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이집트군 우익에서 교전중이던 제라르 리르포르와 예루살렘 기사단이 맘루크들의 맹공에 궤멸하고 만 것이다.
제라르는 검을 들고 끝까지 전군을 독려했지만, 맘루크들은 그를 애워싸고 올가미를 던져 낙마시킨뒤 포로로 붙잡았다.
예루살렘 기병들을 궤멸시킨 맘루크들은, 예루살렘군 보병의 배후에 노도와 같이 들이닥쳤다. 지휘관이 쓰러지고 배후까지 포위당한 예루살렘군은 순식간에 동요하여 무기를 버리고 달아나기 시작하였다.
예루살렘군 중에 살아돌아간 자는 1/10도 되지 않았다.
살라딘이 대승을 거둔 것이다.
이집트 기병들이 적의 기병을 궤멸시킬때까지, 적의 총공격을 저지한 사라센 민병대들은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죽거나 부상당했을만큼 큰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 전장에서 그 누구보다도 훌륭한 일을 해낸 것이다.
제라르 리르포르는 맘루크들에게 결박당해 살라딘 앞에 끌려나왔다.
살라딘은 평소의 그 답지 않게 모든 기사단원들을 처형하였다.
이는, 아무리 관대한 살라딘이라 하더라도 용서할 수 없을만큼 많은 악행을 저지른 성전기사단의 응보였다.
제라르 리르포르가 살라딘에게 처형당하면서, 마지막 성전 기사가 팔레스타인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이집트군은 그 어떤 약탈과 학살을 저지르지 않고 아크레에 무혈입성하였다.
예루살렘 왕국의 중요한 북쪽 거점이 살라딘의 손에 넘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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