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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리뷰]

[리뷰] 프린세스 메이커4. 변화를 두려워해선 미래가 없다.

by 구호기사 2008.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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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게이머들에게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는 게임 중 하나라면 무엇보다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를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당시, '미소녀 게임' 이란 장르에 익숙해있지 않는 유저들을 어둠의 소굴로 빠뜨린 원흉이었고, 당시 불법복제가 만연해 있던 시절, 없는 돈 탈탈 털어 패키지까지 사게 만드는 마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시리즈 최고 명작으로 꼽히는 프린세스 메이커2 의 경우 최고의 완성도와 여러번 해도 질리지 않는 플레이, 그리고 어둠의 인간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은 dd 파일의 존재 이유 덕분에 공전의 히트를 쳤고, 지금도 플레이 하는 유저가 있을 정도의 장수게임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 등장한 프린세스 메이커3는 많은 이들의 기대와 달리 큰 실망을 안겨주었습니다. 무엇보다 무자수행의 삭제로 게임의 볼륨이 크게 빈약해졌으며, 일명 '짱구'로 통용되던 거부감 느껴지는 딸의 디자인 덕분에 2탄에 비해 평은 좋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2탄의 BGM을 어레인지해서 그대로 쓰는데다, 게임 형식까지 대동소이해서 2탄 우려먹기라는 느낌이 강했죠. 오죽하면 '이건 3탄이 아니야...이건 외전일 뿐이야...조금만 기다리면 3탄이 나올거야' 라고 자기최면을 거는 이들까지 생겨날 정도였으니, 3탄에 대한 실망감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됩니다.
 
그 이후 나오라는 4탄은 나오지 않고, 프린세스 메이커Q나 고고 프린세스 메이커라는 괴작만 양산해내다가, 슬슬 4탄이 개발중이라는 입질이 시작되었으니....

개발 도중 공개된 스샷의 일부... 많은 점이 변한 걸 볼 수 있다.

4탄의 개발스샷은 유저들을 다시 기대감에 부풀어오르게 하기 충분했습니다.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학교'라는 설정과(그동안의 교육은 엄연히 말하면 학교가 아니라 과외에 가까웠음...;) 그에 관련된 다양한 이벤트, 상단메뉴 등 여러가지로 변화한 인터페이스, 3탄보다 좀 더 대중성있고 귀여워진 딸의 디자인 등... 이거 잘만하면 2탄의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디어 대망의 프린세스 메이커4 발매...!!!!
 
그러나, 정식으로 발매된 프린세스 메이커4는 기대하던 유저들의 뒤통수를 제대로 가격하고 말았으니...


...이...이건 뭐다냐 -_-;
 
개발 도중의 여러 스샷들은 온데간데 없고, 완전히 다른 게임으로 변해서 출시된 것입니다. 뭣보다 원화가가 텐히로 나오토씨로 바뀌면서, 게임의 분위기 자체가 변해버렸습니다. (오죽하면 프린세스 메이커4를 '시스터 프린세스 메이커' 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을까요....;;) 나중에 알고보니 이전 시리즈의 원화를 담당했던 아카이 다카미씨의 개인사정으로 인해 원화가가 바뀌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카이 다카미씨의 굵은 선과 수채화풍의 색감에 익숙해진 프메 유저로서, 텐히로 나오토씨의 가는선과 샤프한 디자인의 딸을 보니 아무래도 괴리감이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텐히로 나오토씨는 좋은 원화가이긴 하지만 아카이 다카미씨와 워낙 화풍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원화가를 고르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또 무엇보다도 개발 중 공개된 스샷에 있던 상단 메뉴라던가 기타 다양한 변경점이, 실제 발매된 4탄에선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기존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답습했다는게 문제입니다. 플레이느낌이 전작들과 너무나 흡사하다보니, 초반에만 신선한 느낌을 받을 뿐...  무자수행 삭제된 것은 3탄과 똑같으며, 아르바이트와 교육의 내용도 크게 바뀐점이 없어, 뭔가 우려먹기란 느낌이 엄습해옵니다.

새로 추가된 시스템인가? 일명 ADV 파트....
 
그나마 새로 추가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게, 휴식 대신 딸을 마을에 놀러보내 여러 곳을 둘러볼 수 있게 한 시스템입니다. 전형적인 장소이동식 ADV 형식이며, 각 장소마다 이벤트가 일어나게 됩니다. 또, 이벤트뿐만 아니라 새로운 교육과 아르바이트를 얻는 용도로도 쓰입니다. (처음에 댄스와 예법 교육이 없어서, 나이먹으면 자연히 생기는줄 알고 버티다가 낭패본 적이...;) 또, 가끔씩 연애에 관련된 이벤트도 일어나므로, ADV 파트에서 상대 남자와 다양한 접촉을 통해 엔딩을 만들어 나갈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이벤트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봐도 도움이 안된다.....-_-;
 
문제는 연애 관련 이벤트를 제외하면, 대부분 일회성의 흥미거리로만 끝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ADV 파트에서 친구들과 만나 이벤트를 본다 하더라도, 엔딩에서 여자친구와 백합엔딩(...)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스탯 증감이 있는 것도 아니고(스탯에 영향을 미치는 이벤트가 극소수 있긴 합니다만...어디까지나 극소수) 결국 이벤트 한번 보고 갤러리를 채우고 나면, 그다지 이벤트를 볼 필요성을 느끼지 않게 됩니다. 뭣보다 이벤트들 간의 연관성이 거의 없고 엔딩에도 별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단순한 흥미거리로 전락해버린 느낌입니다.
 
또 이러한 ADV 파트를 통해 이벤트를 보기 위해선, 스케줄을 일부러 할당해서 외출을 시켜야 합니다. 결국 교육이나 아르바이트를 할 한번의 기회를 희생해야만, ADV 파트에서 이벤트를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이 말은 반대로 말하면, 외출을 하지 않고 바캉스와 휴식으로 피로도를 관리하면 엔딩 볼때까지 변변한 이벤트 보기 힘들다는 말과 같습니다. (제가 첫 플레이때 이런 식으로 플레이했다가, '왜 이렇게 이벤트가 적어!' 라고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습니다. ;;)
 
한마디 더 추가하지만 한번 봤던 이벤트는 Ctrl 키로 스킵할 수 있는데(대부분의 일본 ADV게임에서 지원하는 시스템) 음성이 있는 이벤트의 경우 빠르게 스킵되지 않고 둑둑 끊기면서 스킵됩니다. 이 무슨... B급 에로게들조차 범하지 않는 초보적인 결함을 만들어 놓은건지...-_-;

전작까진 방관자에 가까웠던 아버지가 그나마 할 말은 한다.
 
아버지와 관련된 이벤트의 경우, 선택지를 통해 플레이어의 의지가 어느정도 개입된다는 점은 좋은 점입니다. 특히 선택지를 통해 스탯의 증감에 영향을 미치거나,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딸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전작들에 비해 그나마 아버지의 영향력이 커졌습니다. 특히 단조로웠던 바캉스에서도 대사와 선택지가 등장해서, 그나마 발전된 점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4탄의 아버지도, 미성년자 딸을 노동착취해서 먹고사는 백수라는 점은 전작들과 같습니다. ;;
물론, 3탄에서 아버지의 직업을 선택한다던가 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했다가 반응이 그다지 좋지 않아 슬그머니 없앤 것은 압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변화를 거부한채, 기존의 '있으나마나한 아버지' 역할로 돌아간건 그다지 좋게 봐 줄 수가 없습니다. 최소한, 직업이나 고정수입까지는 안바래도, 아버지와 관련된 고유이벤트 정도는 넣을 수 있지 않았을지...; 아무리 오프닝에서 아버지가 옛날에 뛰어난 인물이었고 이자벨과 썸씽이 있었고 기타 등등 일이 있었다고 해도, 게임 상에서 별다른 이벤트조차 없다보니, 여전히 존재감이 희미한게 사실입니다.

이게 댄스야? 
 
프린세스 메이커4의 대형 이벤트는 기존 시리즈에서도 써먹었던 수확제와, 연초의 성 개방일이 있습니다. 수확제의 경우 무투, 댄스, 예술의 세 종류만 존재하고 있어 볼륨이 심히 빈약하며, 성 개방일은 왕자와 결혼 이벤트를 위한 관문같은 것이라, 왕자와 결혼할게 아니라면 별 의미가 없습니다. 즉, 주력 이벤트는 수확제 달랑 하나 뿐이며, 이 수확제도 세종류 뿐입니다. 수확제 내용이라도 충실하면 그나마 좋을텐데, 그나마도 전작 우려먹기에 머물고 있습니다.
 
먼저, 무투대회...
일단 1년 내내 검술과 마법교육을 받는 것은 이 날을 위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4탄은 무자수행이 삭제된데다, 또 전작들처럼 거리에서 무작위로 라이벌을 만나 대전을 벌이는 이벤트도 삭제되어 평시에 검술이나 마법을 쓸 일이 전혀 없습니다. 결국 무투대회가 어느정도 충실해야만 검술과 마법을 배운 보람이 있을텐데....이 무투대회라는게 부실하기가 이를데 없어 큰 실망감을 안겨줍니다. 그 이유는, 경기가 고작 8인 토너먼트라서 3번의 전투만으로 우승이 가려집니다. 덧붙여, 전투시의 커맨드는 '공격' '마법' 두가지 뿐이며, 등장하는 인물들도 다양하지 않고, 전부 딸 뻘의 앳된 소녀들뿐입니다. 즉, 이 왕국은 미성년자 소녀들만 내보내 쌈질 붙이는 변태적인 대회를 만든 것입니다. -_-;
 
댄스 콘테스트는 전작들보다도 동작이 다양하지 못하고, 마치 휠윈드를 도는듯 빙글빙글 도는 SD 캐릭터를 보면 웃기다는 생각밖에 안듭니다. 뭐, 몇번 보다보면 이게 스킵조차 안 되므로 웃기다는 생각보단 지겹다는 생각이 더 듭니다. 여튼, 부실한 SD캐릭터의 움직임을 보면, 그 퀄리티가 메이져게임이라기 보단, 여느 동인게임 수준으로만 보입니다.
 
예술쪽은 변화가 너무 없으므로 패스... 예술수업을 통해 그린 그림이 딸의 방 벽에 걸린다는 점과, 그것이 콘테스트에 출품된다는 점은 전작들과 너무 똑같습니다. 변화가 너무 없으니 식상할 뿐....

알바 화면.... 퇴보란 이런 것....
 
알바나 수업때는 전작들까진 SD캐릭터가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반해, 4탄에선 SD캐릭터 모습 하나로 때우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 퇴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점은 3탄이 오히려 좀 더 나아서, 차칫 지루해질 수 있는 알바나 수업 화면을 SD캐릭터를 구경하는 재미로 어느정도 상쇄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4탄은 2프레임으로 이루어진 SD캐릭터의 단순한 동작만을 반복해서 보여줄 뿐이라 한 두번만 봐도 지겹습니다. 더 구나 스킵도 빠르지 않아 계속 반복해서 봐야 한다는 것도 고역이죠. 이젠 무자수행도 없다보니 평시엔 알바나 수업밖에 할 일이 없는데, 게임 내내 단순한 2 프레임 애니메이션만을 봐야 한다는건 썩 유쾌하지 않은 일입니다. 덧붙여, 알바와 교육시에 나오는 BGM은 단순한 짧은 소절을 반복해서 들려주는 형식이라, 계속 듣다보면 정신이 멍해집니다.

그나마 괜찮은(...) 장면
 
프메2는 귀여운 딸을 키운다는 점 덕분에 여성도 재미있게 플레이 할 수 있는 게임으로도 생각되어 왔지만, 여러군데 존재하는 묘한 성인향적인 요소 덕분에도 인기를 끈 게임입니다. 슴가 사이즈를 키울 수 있는 풍유환, 범죄자와 결투해서 질 경우의 므흣이벤트, 노출이 심한 몇몇 의상, 본디지 여왕이나 애첩과 같은 요상한 엔딩 등의 성인향적인 요소가 많이 삽입되어 있어, 어둠의 인간들에게도 많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4탄은 그런 점들이 거의 배제된 채, 완전한 건전지향게임으로 탈바꿈 되었습니다. 물론 온천씬과 같이 그나마 좀 므흣하다고 할 수 있는 이벤트씬도 있습니다만, 어둠의 인간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엔 한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그나마 나은(?) 점은, 전작들까진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대사가 완전히 변해버린 '아버지와의 결혼' 엔딩이 그럭저럭 재현된 점입니다. 그러나, 4탄에서도 대사왜곡이 심해서, 대사가 음성과 따로 노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기왕 심의 통과한거면 그냥 재현해도 좋지 않을지...

텐히로 나오토씨... 몸값이 좀 쎈가...
 
한마디 더 언급하고 싶은 점은, 텐히로 나오토씨의 몸값이 쎄서인지 CG 볼륨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비단 이벤트 CG뿐만 아니라, 딸이 마르거나 살쪘을때 기존 시리즈에선 외모의 변화가 있었지만 4탄에선 변화가 전혀 없습니다. 또, 딸이 불량해지거나 할 때 전작에선 동작의 변화가 있었지만, 4탄은 얼굴만 살짝 바꾸는 등 전체적으로 기존 CG 우려먹기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덧붙여 3탄에선 풀사이즈로 나왔던 NPC들이, 4탄에선 조그만 네모칸 안에서 얼굴만 내미는 수준으로 퇴보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엔딩도 줄어든 느낌입니다.
 
물론 제 추측이긴 합니다만, 텐히로 나오토씨의 몸값이 너무 쎄서 CG 갯수를 줄이려다 보니 이렇게 된게 아닐까 싶습니다. 마치 그로우랜서 1탄에서 충실한 볼륨의 CG를 보여줬다가, 우루시하라 사토시씨의 몸값이 크게 올라 2탄부터 CG 갯수가 크게 줄어든 것처럼 말이죠.
한마디로, 변화는 없고 볼륨이 빈약하다' 라는게 4탄의 주된 감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발매일에 맞춰서 날림으로 만든 게임같은 느낌...;;
 
물론, 제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문제도 있습니다. 특히 3탄에서 미흡했던 점을 4탄에서 보강하지 않으려나...라는 막연한 생각도 있었고, 지나친 발매일 연기로 인해 기대심리가 너무 커졌다는 것도 큰 이유겠죠. 물론, 프린세스 메이커4 만의 장점도 있습니다. 도입부의 드라마틱한 스토리라던가, 꽤 좋은 축에 속하는 BGM, 100% 음성지원 등은 괜찮은 점입니다. (음성지원은 리파인때도 지원했는데, 제가 리파인을 안해봐서...;) 그리고, 육성시물레이션을 그다지 해본 적이 없는 게이머에게는 가볍게 플레이해보기 좋은 게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리즈가 무려 4탄이나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10여년전에 나온 게임과 게임성이 같다는건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무엇보다도, 전작들의 우려먹기로 일관하면서도, 전작들의 장점을 제대로 못살리고 있다는게, 프메4의 치명적인 단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4탄을 교훈으로 삼아, 5탄은 좀 더 충실한 게임이 되어 나와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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