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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인게임, 중독성게임 이란 말엔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게임 중에 하나로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3 이 있습니다.
원본인 리스토레이션 오브 이러시아, 첫번째 확장팩인 아마게돈 블레이드, 두번째 확장팩이자 스탠드얼론 형식의 쉐도우 오브 데스, 캠페인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는 크로니클즈(워로드 오브 웨이스트랜드, 마스터 오브 엘레멘탈, 크래쉬 오브 드래곤, 컨퀘스트 오브 언더월드)까지 다양한 확장팩이 나온 것만 해도 이 게임의 인기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히어로즈 마이트 앤 매직(이하 히어로즈)은 영웅을 이끌고 군대를 모아 맵을 돌아다니면서 몬스터와 싸우고 자원을 모아 성을 발전시킨 뒤, 적을 물리치는 것이 목적인 게임입니다. 필드이동과 전투 모두 턴제로 진행되며, 영웅의 레벨업과 아이템 장착과 같은 RPG성이 가미된 것이 특징입니다. 어찌보면 단순한 이런 게임진행은 해외에서 대대적인 히트를 쳐서, 워로드, 에이지 오브 원더, 디사이플즈와 같은 비슷한 장르를 가진 게임이 수없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모두 각자의 개성이 있고 게임성도 뛰어난 작품들이지만, 그
중 국내에서 가장 인지도가 있는건 역시 원조격인 히어로즈 시리즈이며, 특히 2탄과 3탄이 국내 게이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미려한 마을의 그래픽과 아름다운 음악의 조화...
히어로즈의 어떤 점이 유저들을 가장 매혹시켰을까...
여지없이 거론되는 점이 마을의 멋진 경관과 아름다운 배경음악
입니다. 특히 2탄의 오페라는 지금 들어도 감동적인 음악이며, 덕분에 유저들이 당시 판을 치던 립버젼(BGM 삭제된 불법버젼)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생겼습니다. 당시엔 사운드카드 보급도 많이 낮았고, 많은 게임들이 기껏해야 MIDI 수준의 BGM을 사용하던
상황에서, CD 음질의 장엄한 오페라 사운드는 그야말로 충격이었습니다. 오죽했으면, 3탄 발매 후 오페라 삭제에 실망한 유저들이
제작사에 원성을 날릴 정도였으니....;; (사실 3탄의 BGM 자체도 나쁘진 않습니다만, 오페라 삭제 덕분이 대단히
평가절하를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4탄에선 오페라가 부활했습니다만... 4탄은 게임성에 문제가.... -_-;)
개인적으로도 2탄과 4탄의 오페라는 대단히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3탄의 BGM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페라만
없을 뿐이지 오케스트라를 이용한 장엄한 BGM은 상당한 수준이죠. 특히 램파트와 스트롱홀드의 음악은 대단한 명곡이라 생각합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역시 미려한 마을의 경관입니다. 이 점은 3탄이 정말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점이며, 마치 한 편의 잘
찍은 풍경사진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아름다운 숲의 풍경이 어우러진 램파트, 용암과 유황연기가 자욱한 인퍼노, 설원 속에
한폭의 그림같이 솟아난 타워, 메마른 절벽과 고원에 웅장하게 자리잡은 스트롱홀드 등, 모든 종족들이 개성적이며 뛰어난
마을의 경관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특히 초반에 빈약하고 초라했던 마을이, 게임이 진행되고 여러 건물이 세워지면서 멋드러지게
변하는 모습이야말로 히어로즈3의 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산드로... 성형수술했구나...
히어로즈3는 충실한 캠페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미션의 시작시에는 3D로 만들어진 간단한 동영상과 주인공의 독백을 통해 미션의 목표를 알 수 있으며, 게임 중간에
벌어지는 이벤트가 텍스트로 표시됩니다. 텍스트만으로 이벤트를 표시하기에 화려한 연출은 볼 수 없지만, 탄탄한 스토리와 다양한
이벤트로 인해 게임이 지루하지 않습니다. 물론 원본인 리스토레이션 오브 이러시아의 경우 이벤트가 좀 빈약하지만, 아마게돈
블레이드 이후의 확장팩에서 많은 보완이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캠페인에서도 단점이 있는데, 일단 마지막 미션이 아니라면 대부분 레벨제한이 걸려 있기 때문에 육성의 재미가 대단히 제한적입니다.
이 점은 특히 원본캠페인에서 두드러지는데, 원본캠페인에선 레벨 제한이 상당히 낮은 편이라, 좀 키웠다 싶으면 여지없이
경험치제한에 걸려 버립니다. 이 점은 아마게돈 블레이드 이후의 확장팩에서 어느정도 수정 되었습니다만(레벨 제한이 높아지거나,
플레이하는 주인공이 바뀐다던가 하는 등), 역시 레벨제한이란 요소는 어느정도 재미를 가로막는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캠페인이라면 레벨제한을 안 걸 수도 없는 노릇이다보니, 싱글미션에 비하면 어느정도 감안을 해야겠죠.
또 하나의 단점은 캠페인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점입니다. 이 점은 오히려 확장팩에서 두드러지는데, 특히 악명높은 아마게돈 블레이드에서 이런 단점이 가장 부각됩니다. 많은 히어로즈 유저들의 치를 떨게 만든 드래곤 블러드와 드래곤 슬레이어 캠페인은, 드래곤의 '드' 자만 들어도 오한과 발열을 일으킬 정도로 짜증을 불러 일으키는 캠페인이었습니다.
사상 최악의 캠페인. 드래곤 슬레이어...
이러한 난이도 조절 실패는, 리스토레이션 오브 이서리아가 난이도가 너무 쉽다는 유저들의 의견이 많다보니 제작사가
무리수를 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덕분에 첫번째 확장팩인 아마게돈 블레이드는 난이도 조절이 완전히 실패한 확장팩이 되고 말았고,
쉐도우 오브 데스에서 어느정도 밸런싱 조절이 이루어졌으며, 크로니클즈에서 다시 난이도가 대폭 낮아졌습니다. 제작사에선 뒤늦게서야
'맵이 무조건 넓고 나오는 적이 강력하다고 해서 게임이 재밌어지는게 아니다' 라는걸 깨닳은 것 같습니다. 사실 엑스라지급의 넓은 맵과, 7레벨 유닛들이 수백 단위로 대결하는 대전투는, 히어로즈3의 유닛운영의 묘미를 상당히 까먹게 됩니다.
육각형 헥사 위에서 싸우는 턴제 전투야 말로 히어로즈의 묘미가 아닐까...
히어로즈3의 최대 장점은 바로 인터페이스가 정말 편리하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마우스 좌클릭으로 결정, 우클릭으로 정보를 볼 수 있으며, 오직 마우스만으로 원활한 게임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단축키도 지원하긴 하지만, 인터페이스가 워낙 편리하다보니 단축키를 쓸 일이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런 장점은 전투에서 가장 부각됩니다. 일반적인 턴제 전투형식을 가진 게임을 살펴보면, 유닛을 선택하고 이동할 지역까지 이동시키고 메뉴창을 열어 공격, 방어, 특수능력을 쓰는 시스템이 보편적입니다. 반면, 히어로즈3는 전투에서 마우스 클릭 한번 만으로 모든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이동 범위 내의 지형을 클릭하면 유닛이 이동하며, 적을 클릭하면 공격합니다. 우측 하단의 아이콘을 눌러 바로 대기나 방어
태세로 전환할 수 있으며, 특수능력은 대부분 자동으로 발동되거나, 아군 유닛을 클릭하면 발동됩니다. 턴은 유닛의 속도에 따라
자동으로 변경되므로, 일일이 움직일 유닛을 선택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야말로 1턴에 1개의 유닛을 1번의 클릭으로 행동을 결정 하는 것이야 말로 히어로즈3 전투시스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점이 왜 중요하냐면 전투가 스피디해 짐으로써 유저에게 지루함을 느낄 틈을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한번의 게임동안 적어도 수십번의 전투를 치르게 되지만, 간편한 인터페이스와 스피디한 전투진행으로 인해 유저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됩니다. 이 점은 유사작품인 에이지 오브 원더가
국내에서 실패한 점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에이지 오브 원더의 경우 게임 자체는 매우 뛰어났지만, 히어로즈3보다 더욱 많은
전투를 치름에도 불구하고 전투 시스템이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게 되어 있었습니다. 덕분에 초반엔 심오한 전투시스템에 몰입해서
게임을 하게 되지만, 전투가 반복되면서 점차 지루함을 느끼게 되고, 급기야는 자동전투로 스킵해버리는 사태까지 벌어지게 됩니다.
이래서는 다른 장점이 있다 하더라도 결국엔 지루함밖에 남지 않게 되어버립니다. 반면, 히어로즈3는 편리한 인터페이스와 빠른
진행을 고수하여, 반복되는 전투에도 불구하고 지루함은 상대적으로 거의 느껴지지 않게 디자인 되었습니다.
하지만, 인터페이스가 단순하다고 해서 게임이 단순한건 절대 아닙니다.
히어로즈3의 전략성과 유닛 운용의 전술성은 단순한 인터페이스에 비해 상당히 심오한 편입니다. 예를들면, 게이머에게 1000명의
창병이 있다고 칩시다. 그 창병을 1000명의 한부대로 설정할 것인지, 500명의 2부대로 설정할 것인지, 1명짜리의 더미
부대를 다수 만들 것인지에 따라 유닛 운용이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더구나 장거리 유닛과 근거리 유닛, 비행유닛과 지상유닛,
기동성있는 유닛과 없는 유닛, 덩치가 작은 유닛과 큰 유닛 등, 다양한 유닛들의 특성으로 인해, 히어로즈3의 전투는 겉보기는
단순하면서도 매우 심오한 전술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 점은 컴퓨터의 뛰어난 AI 덕분에 더욱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난이도를 높이면 기본적으로 컴은 아군유닛의 이동력을 계산해서 이동하며, 더욱 치명적인 공격을 위해 턴을 넘기기도 할 것입니다.
이런 마법만 나온다면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히어로즈3 역시 몇가지의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로, 확장팩이 여럿 나온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밸런스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특히 히어로즈3 원본때가 가장 심했습니다. 공인 최강 종족인 캐슬과 타워, 암울의 극치를 달리던 포트리스와 인퍼노가
대표적이었죠. 악명높던 타워의 그렘린 모으기는 패치로 어느정도 조절되었고, 너무나 강력했던 캐슬의 아크엔젤은 쉐도우 오브 데스에
가서 더욱 비싸졌습니다. 포트리스의 리저드맨궁수도 어느정도 강화되었죠.
문제는 역시 약체로 꼽히던 인퍼노는 거의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제작사가 악마를 싫어한다는 설이 있음 -_-;),
이러한 밸런스 패치가 두번째 확장팩으로 가서야 겨우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히어로즈3는 턴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멀티가 대단히
활성화된 게임입니다. 이 경우 제작자에게 밸런스에 대한 피드백이 많이 가해질텐데도, 밸런스 조절에 대단히 소극적인 점은
의외입니다.
둘째로, 전략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운이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크다는 점입니다.
물론 어떤 게임이든 운이 작용 안하는 게임이 없다지만, 히어로즈3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운이 강력하게 작용합니다. 두
유저가 멀티를 즐기면서 서로 마법사길드를 5층까지 쌓았다고 칩시다. A 유저는 4층에서 타운포탈, 5층에서 디멘션도어가 떴고,
B 유저는 4층에서 카운터 스트라이크, 5층에서 엘레멘탈 소환이 떴다면, 실력이 비슷하다고 칠때 아무래도 A유저가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됩니다.
또 두 유저가 랜덤영웅을 선택해서 게임을 했는데, A유저는 금지영웅(너무 강력해서 멀티에서 금지하는 영웅. 주로 4레벨
마법이 특기인 영웅과 병참술 특기인 영웅)이 걸리고, B유저는 이글아이(...) 영웅이 걸린다면? 이렇게 되면, B유저가 아무리
히어로즈에 정통한 유저라 하더라도 힘겨운 싸움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랜덤영웅이 아니더라도, 주점에서 나오는 세컨영웅 역시
운에 크게 좌우됩니다.
물론 게임에서 어느정도 운의 작용은 재미를 더해줄 수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수학자가 만들었다던 매직 더 게더링의
경우도, 동전던지기와 같은 운의 개입 요소를 일부러 집어넣었습니다. 즉, 어느정도 운빨이 있어야만 게임이 더 재미있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히어로즈3는 그 정도가 심한 느낌입니다. 그 이유는 영웅과 마법의 밸런스가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나치게 강력해서 멀티에서 금지되는 영웅도 있는 반면, 완전 쓰레기 취급을 받는 영웅도 있으며, 일단 나오기만 하면 게임을
장악할 수 있는 강력한 마법도 있는 반면, 고레벨 마법이라도 쓰는 마나와 턴이 아까워서 절대 안쓰는 마법도 있습니다.
히어로즈3는 세컨영웅과 마법은 전적으로 운빨에 좌우되기 때문에, 히어로즈3의 전략성을 상당부분 훼손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작사가 확장팩과 패치를 상당부분 내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웅과 마법에 대한 밸런스 패치가 거의 없다는 점은
성의부족으로 밖에 안보입니다. 아니면 일부러 그렇게 만든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렇다고 해도 별로 칭찬하고 싶지는 않군요.
패배자의 말로...
우리는 히어로즈3를 통해 중독성 있는 전략게임의 특징을 알 수 있습니다.
1. 리얼타임보다 턴제가 유리 - 피로할 때 쉬는 여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2. 인터페이스가 단순하고 편리할 것 - 복잡한 인터페이스는 게임에 집중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3. 룰은 단순하지만, 심오한 게임성을 가지고 있을 것 - 게임자체는 이해하기 쉽게, 하지만 유저들이 생각하고 건드릴 여지는 많게 만드는게 중요합니다.
4. 육성이나 건설과 같이 무언가를 키우는 성취감을 부여할 것 - 이러한 성취감은 더욱 유저를 게임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5. 게임 진행이 스피디 할 것. - 게임 자체가 너무 느릿느릿하다면, 중간에 지루함을 느끼게 됩니다.
6. 기타 - 로딩은 짧을수록 좋고, 프레임이 끊기거나 느려지는 현상이 나타나면 유저들의 몰입감이 떨어지게 됩니다. 가급적이면 저사양이 좋다는 말.
간단히 요약하자면 '인터페이스는 편하게, 그리고 게임은 심오하게' 만든 게임이 좋은 게임이란 말과 같습니다. 무조건
있어보이게 만들기 위해 복잡하게만 만드는 몇몇 게임사들은, 이런 장점을 어느정도 보고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저런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는 게임이라면, 바로 국민게임인 고스톱이 있죠. --;)
E3에 공개된 5탄의 스크린샷 (출처: 게임매카)
히어로즈3는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편한 인터페이스와 심오한 게임성'
을 무기로 전세계에 많은 팬층을 확보한 게임입니다. 다만, 4탄의 실패와 제작사의 부도로 더 이상 정통 후속작을 볼 수 없다는
점은 아쉬운 점입니다. 5탄이 제작중이라지만 뉴월드 컴퓨터사가 아닌, 판권을 산 Nival Interactive사가 제작하는터라
일말의 불안감이 드는군요. 과연 히어로즈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편한 인터페이스와 심오한 게임성을 어느만큼
재현할 수 있을지... 불안반 기대반으로 후속작을 기다려 봅니다.
그리드형(광고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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