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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리뷰]

[리뷰] 코삭. 대규모 전투의 새장을 연 게임

by 구호기사 2008.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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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첫번째 확장팩 Art of War 를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와 이 게임의 만남은 데모를 접해보고 나서였습니다.
여느 게임 처럼 데모를 해보고, '와 이것 최고다...' 라고 하면서 구입했다면 이런 언급은 하지 않았겠죠. ;;
 
코삭의 첫 인상은 그야말로 최악이었습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짝퉁이란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으며, 단순해보이는 지형 타일과 섬세하지 못한 일꾼들의 애니메이션은, 뭔가 전체적으로 구리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건물을 지으니 화면 가득 채우는 크기에 답답함까지 느꼈으며. (당시 데모의 해상도는 640 x 480.....;;  1024 x 768 해상도로도 화면이 좁아보이는 게임인데, 640 x480으로 제대로 된 게임을 할 수 있을리가 없었죠.) 결국 저는 컴퓨터의 초반 창병러쉬에를 버티지 못하고 GG를 치고 말았습니다. 코삭에서는 건물이나 일꾼 주위에 아무런 전투유닛이 없으면 적에게 포획됩니다. 물론 매뉴얼 없이 데모를 하던 저에게 이런 지식이 있을리가 만무했고, 몇 안되는 창병에게 전 일꾼과 건물이 넘어가니 황당함을 느끼고 삭제한 뒤, 기억에서 지워버렸습니다.
 
그로 부터 몇달 뒤...우연히 오프라인 매장에서 정식 발매된 코삭 골든팩(유러피언 워 와 아트 오브 워의 합본)을 발견했습니다. 전 '최소한 확장팩을 낸 게임치고 졸작은 없다' 라는, 경험을 바탕으로 묘하게 고민되었습니다. 혹시 내가 코삭이란 게임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냥 버렸던게 아닐까....라는.... 물론 코삭이 보통의 RTS 라면 무시했겠지만, 역사게임을 매우 좋아하는 제 취향 때문에 결국 집어오게 되었습니다.
 
집에서 찬찬히 두꺼운 매뉴얼을 읽으면서 게임을 이것저것 만저보면서 나온 말...
 
 
 
이...이거 최고잖아!

코삭의 특징을 대변하는 한장의 스샷...
 
코삭의 첫인상은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와 많이 흡사합니다.
 
일꾼들을 뽑아서 건물을 짓고, 나무, 돌, 식량, 금, 철, 석탄을 채취하며, 건물에서 유닛들을 생산하거나 업그레이드를 합니다. 방어를 위해 벽과 탑을 쌓을 수 있으며, 항구를 지어 어선으로 식량을 채취하거나, 군함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모든 기본 건물을 지으면 시대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는 점도 AOE 시리즈와 흡사한 점입니다. 보병, 기병, 공성병기의 상성관계도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삭은 독창적인 시스템으로 인해 AOE와는 확실히 다른 개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다른 RTS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코삭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역시 '수천명의 유닛이 동시에 격돌하는 대규모 전투' 입니다.
 
물론 이전의 C&C 라던가, 스타크, AOE 에서도 소위 말하는 '물량전' 이라고 불리는 큰 규모의 전투가 벌어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삭은 그 규모부터가 다를 뿐만 아니라, 게임의 모든 시스템이 이 대규모 전투를 지원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컨셉자체가 이쪽으로 맞춰져 있습니다.

미칠듯한 속도로 자원을 채취하는 일꾼들...
 
코삭의 자원으로는 나무, 돌, 식량, 금, 철, 석탄이 있으며, 모든 자원은 무한합니다. 자원 채취 속도는 타 RTS는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빠르며, 일단 일꾼을 자원에 배치하면 공격받지 않는 이상 별다르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알아서 잘 채취합니다. 기본 자원이 무한하기 때문에, 특별히 확장에 신경쓸 필요는 없으며, 자원의 전체적인 수급을 잘 파악한 뒤 일꾼의 배치만 적절히 조절해주면 더 이상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집니다. 모자라거나 남는 자원은 시장에서 매매할 수 있으며, 자원 채집에 관련된 다양한 업그레이드를 학회에서 할 수 있습니다.
 
본진 근처에 있는 광산만으로도 충분한 자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확장이라던가 멀티견제와 같은 요소는 코삭에서 비교적 덜 중요한 요소입니다. 때문에, 확장과 멀티견제 같은 걸 즐기는 유저라면 이 게임은 취향에 맞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코삭은 기본적으로 '무한한 자원을 바탕으로한 대규모 군대의 정면대결' 이 기본컨셉이라고 할 수 있으며, 소위 말하는 '마이크로 컨트롤' 과는 거리가 먼 게임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자로 정열한 포병과 머스킷총병 앞에서, 창병은 무력할 뿐이다.
 
코삭의 유닛들은 다수가 모이면 여러가지 진형을 짤 수 있습니다. AOE에서도 일정부분 도입된 시스템이지만, 코삭은 이 진형 자체가 게임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열을 짠 유닛은 기본적인 공격력과 방어력에 보너스가 붙으며, 창병의 경우 대열을 짠 뒤 Hold Position 을 통해 적의 강력한 기병의 돌격을 저지할 수도 있습니다. (방어력에 대단히 큰 보너스가 붙습니다.) 보병과 기병은 각각 다른 형태의 진형을 가지고 있는데, 기병은 수만 충족되면 바로 대형을 이룰 수 있지만 보병은 장교와 군악대가 하나씩 필요합니다. 이 진형을 상황에 맞게 이리저리 바꾸는게 코삭의 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적의 돌격을 저지할땐 일자형으로 늘어서는 대형이 좋고, 적에게 포격을 당할땐 사각형 모양의 대형이 유용합니다. 그리고, 대형을 이룬 군대는 한개의 유닛처럼 컨트롤이 됩니다. 때문에 1000명의 보병으로 대형을 하나 짰다면, 1000개의 유닛을 일일이 컨트롤 할 필요없이 대형을 움직이는 것 만으로 대형에 속한 모든 유닛들을 컨트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속도가 필요한 경기병들과 몇몇 낙후된 국가들의 유닛들(우크라이나의 Serdiuks 등)은 대형을 짤 수 없습니다.
 
무한한 자원을 바탕으로 하는 대규모 전투라면 '뛰어난 유닛 하나만을 계속 뽑아서 밀어버리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코삭에서는 유닛 상성이 확실하기 때문에, 한 종류만의 유닛으로 승리하기는 극히 힘듭니다. 모든 유닛은 고유의 공격타입과 방어타입을 가지고 있으며, 많은 유닛들이 도검, 창, 화살, 머스킷총, 대포, 산탄에 대하여 입는 데미지가 다르게 설정되었습니다. 또, 모든 유닛들이 전장에서 맡는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유닛을 조합할 수록 효과적입니다. 창병은 기병의 돌격을 저지하는데 쓰이며, 머스킷 총병은 접근하는 적군에게 화력을 퍼부을때 쓰입니다. 중장기병은 적의 전선을 돌파할때 쓰이고, 경기병은 후방과 측면에서 접근해 포위하거나 포병을 무력화 할때 쓰입니다. 용기병들은 적의 느린 군대를 유린할 수 있으며, 포병은 장거리에서 화력지원을 하거나, 적의 건물을 부술 때 쓰입니다. 이렇게 병과마다 확실한 특징이 있기에, 하나의 유닛만을 뽑아서 싸우는건 그다지 좋지 않은 전략입니다.
 
하지만 상성을 그다지 타지 않는 전투도 있는데 그것은 바로 해전입니다.
 
코삭의 해전은 한마디로 거함거포가 최고입니다. 고증에 상당히 충실한 게임이다보니, 에이지 오브 미솔로지처럼 붙어서 망치질하는 엽기적인 배는 나오지 않습니다. 모든 배는 포격으로 싸우기 때문에 사거리가 길고 위력이 강력한 배일수록 유리해집니다. 아무리 용써도 커터로 프리깃을 이길 수 없으며, 프리깃으로 빅토리호를 이길 수 없습니다. 대신 강력한 배는 그만큼 비싸고 건조시간이 길며, 학회에서 업그레이드를 해야만 생산이 가능합니다. 또, 조선소에서 배를 건조하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에, 적이 강력한 배를 건조하고 있는게 확인되면 완성되기 전에 약한 배 여럿을 모아 공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코삭의 해전은 리베르타 법칙에 충실하기 때문에, 이렇게 재해권을 장악하게 되면 몰래 후방에서 해군을 건조하지 않는 이상 재해권을 탈환하기가 힘들어집니다.

코삭 최강의 유닛이자, 넬슨제독의 기함이었다던 빅토리호
 
또 하나의 특징적인 시스템은, 업킵 시스템입니다. 코삭에서는 동일한 종류의 건물을 지으면 가격이 점차적으로 비싸집니다. 때문에 병영을 수십개 지어서 보병만 무한히 뽑아서 공격하거나, 타워만 무한히 박으면서 버티는 전술은 가격때문에 매우 비효율적입니다. 기본적으로 다양한 유닛을 조합하는 쪽이 경제적이면서도 효율적이며, 게임을 좀 더 공격적으로 만들어 준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업킵 시스템은 나중에 나오는 라이즈 오브 네이션즈와 같은 게임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지만 라이즈 오브 네이션즈에서도 그랬듯이, 초보자들에겐 이 업킵시스템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다양한 유닛을 조합해야 하고, 타워를 만드는데도 위치를 잘 생각해서 박아야 하기 때문에, 경험이 부족한 초보자들에겐 아무래도 제약이 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대규모전투의 밸런스를 위해서 이 업킵 시스템은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대함대를 뽑아놓고 흐뭇해하다가 금이 떨어진다면...
 
또 하나의 특징은 모든 유닛들이 유지비가 듭니다.
 
기본적으로 유닛들은 식량을 소비하며, 식량이 떨어지면 하나씩 굶어죽게 됩니다. 전함과 용병들은 지속적으로 금을 소비하며, 금이 없어지면 반란을 일으킵니다. 머스킷총병과 포병, 그리고 전함과 같은 화약무기를 쓰는 유닛은 공격할 때마다 석탄을 소모하며, 석탄이 없으면 공격을 할 수 없게 됩니다. 때문에, 플레이어는 자원을 쓰는데에만 신경쓰기 보단, 자원의 전체적인 수급을 조절하는데 신경을 써야 합니다. 복잡해 보이지만, 실제론 일꾼을 자원에 배치하면 더 이상 신경을 쓸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일꾼의 수와 배치, 그리고 광산의 업그레이드만 신경쓰면 자원의 컨트롤이 그렇게 힘들지는 않습니다. 다만, 자원의 채취와 소비에서 타 RTS 보다 좀 더 거시적인 안목이 필요하며, 시장을 통한 자원매매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유지비란 요소 역시 대규모 전투의 밸런스를 맞추는데 상당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모든 자원을 탈탈 털어서 유닛을 뽑는 것이 아니라, 일정 수준의 여유를 보유하면서 현재 자원이 증가추세인지 감소추세인지, 또 그렇다면 그 폭은 어떠한지 파악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 역시 처음 접해보는 유저에겐 어렵다고 느껴지기 쉬운 부분입니다.

충실한 옵션지원은 상당한 장점이다.
 
스커미쉬와 멀티에서 코삭은 상당히 다양한 옵션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자원 설정, 시야 설정과 같은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초반러쉬에 약한 유저를 위한 초반 타워 유무, 평화시간 설정(평화시간동안에는 국경선이 생기며 침범시 데미지를 입습니다. 역시 라이즈 오브 네이션즈에 강한 영향을 준 시스템), 건물과 일꾼 캡쳐 가능 유무, 벽과 타워 건설 가능 유무와 같이 다양한 옵션이 있습니다. 때문에 정형화된 빌드오더와 전략보다는 상황에 맞춘 임기응변이 중요한 요소이며, 유저들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코삭의 스커미쉬는 AI가 심하게 떨어진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Very Hard 로 해 놓아도, 러쉬의 타이밍만 빨라질 뿐, AI는 대규모 병력을 모으지 않고 조금씩 병력을 보내기 때문에 아무리 시간을 줘도 허약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때문에 대규모 전투의 묘미는 스커미쉬에서 제대로 느끼기 힘듭니다. 또, 멀티플레이에서는 한국인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한국 유저로서는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입니다. AI가 나중에 나온 라이즈 오브 네이션즈 수준만 되었어도, 게임의 수명이 몇배는 더 길었을텐데...
 
왜 한국에서는 쫄딱 망했을까...
 
코삭은 유럽에서 대단한 히트를 친 게임이며, 확장팩을 2개나 발매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더불어, 유럽에서는 상당한 중독자들까지 양산했으며, 지금까지 게임스파이에 들어가보면 멀티하는 유저들이 바글거리는 명작이지만, 한국에선 처절할 정도로 망하고 말았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코삭의 배경이 되는 시대가 우리에게 너무나도 생소하기 때문입니다.
코삭의 시대배경은 16세기~17세기이며, 이때의 주요 사건은 30년 전쟁, 북방전쟁, 7년전쟁, 오스트리아 계승전쟁, 스페인 계승전쟁 등입니다. 이 중 그나마 30년 전쟁이 교과서에 자주 언급되어 아는 분들도 있겠지만, 다른 대부분의 사건들은 한국 유저들에겐 뜬구름 잡는 소리입니다. 똑같은 서양의 역사를 모티브로 한 게임이라도,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는 비교적 친숙한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고, 에이지 오브 미솔로지는 그리스신화와 북구신화로 익숙한 배경을 사용했었습니다. 반면 코삭의 시대배경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은 교과서에서 배우는 단편적인 지식 뿐이며, 그것도 전쟁사보다는 르네상스나 계몽군주와 같은 문화 사회적인 요소들 뿐입니다. 일반적인 한국 유저들은, 코삭에 등장하는 국가들이 어디에 붙어있는지...아니 '코삭'의 뜻이 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코삭이 한국 시장에서 실패한 것은 게임의 장단점을 떠나서,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 건지도 모릅니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너무나 이질적인 게임성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성공하는 RTS 들은, 대부분 예전에 성공한 RTS와 흡사한 시스템을 사용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코삭은 너무나 개성적이었고, 이 개성은 이질감으로 느껴지게 되었습니다. 일단 교전이 벌어지면 순식간에 승패가 결정나버리고, 한번 싸움에 들어간 유닛들은 어느 한쪽이 죽을때까지 싸우게 됩니다. 또, 창병, 기병, 머스킷총병은 건물을 공격할 수조차 없습니다. (건물을 공격할 수 있는 유닛은 포병, 전함, 궁수, 척탄병 뿐입니다.)  겉보기엔 AOE와 흡사하지만, 너무나도 독특한 이런 게임성 덕분에, 많은 유저들이 데모만 해보고 떨어져 나간게 아닐까 싶습니다.

코삭2... 언젠간 할 수 있으려나...
 
코삭1은 원본 유러피언 워, 확장팩 '아트 오브 워' '백 투더 워' 가 발매되었습니다. 국내에 정발한 작품은 유러피언 워 + 아트 오브 워 합본인 코삭 골든팩이며, 백 투더 워는 모 쇼핑몰에서 직수판을 살짝 팔다가 사라져 국내에선 상당히 보기 힘든 놈이 아닐까 싶습니다.
 
원본 유러피언 워는 유통사에서 한글화를 했지만, 무시무시한 버그들과 튕김현상, 그리고 불편한 인터페이스로 인해 포기했고, 확장팩 아트 오브 워를 주로 플레이 했습니다. (사실 확장팩쪽이 더 재미있고 완성도가 높습니다.) 어차피 유러피언 워 + 아트 오브 워 합본을 발매했으면, 차라리 확장팩을 한글화 할 것이지... 괜히 유러피언 워만 한글화 한 뒤, 확장팩은 약속만 잡아놓았다가 흐지부지 되어버렸다는게 아쉽습니다. 차라리, 유통사가 한글화를 먼저 한 뒤 한글판을 발매했으면 판매량이 좀 더 좋지 않았을지....

대규모 전투와 근세 유럽의 라인 배틀에 흥미있는 전략게임 애호가라면 한번쯤 해볼만한 수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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